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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6일) 2016 상반기 성장중심의 학생부 기록 나눔 한마당(2) - 경기대 현장
<사례나눔1 :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 이명섭(나루고)교사>
32년간 국어교사였다. 젊은 시절, 아이들에게 한달 간 소설쓰기를 시킨 적이 있다. “진도 나가요!” 라는 반응과 읽기를 권한 책들을 빼앗아 교무실 책상 위에 수북히 쌓아두는 다른 교사들의 압력에 교육목표를 수정해야만 했다. 시험 성적 올리기, 참고서 유형풀이, 학생들이 받아적기 쉽게 정리해 써주기 등으로. 교육목표에서 인재상까지 이런 것들이 가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의 기록은 숫자와 입학한 대학으로만 남겨졌었다. 분류해주는 것이 유능한 교사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내가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가?” 고민하고 있다.
가급적 많은 학생들에게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고민한다. 나는 산만한 수업을 하고 싶다. 정리되지 않은 수업. 성적과 성장은 과연 일치하는 것일까? 그런 고민도 있다. 황순원 작가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를 읽고 일등급하는 학생은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 이라고 주제를 정리했다. 할아버지가 참전하셨다가 상이군인이 되셨다는 아이는 이 작품이 정말 와닿는다는 생각을 나눠주었다. 두 아이 중 누가 더 성장한 것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원작자도 틀리는 시험문제, 외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도 다 틀리는 영어시험, 우리는 대체 무슨 시험을 보고 있는 것일까? 무엇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평가가 성장과 일치가 될 수 있을까? K-pop 스타의 웃기는 심사위원 박진영씨는 엉뚱한 기준으로 점수를 준다고 악성 댓글이 달리곤 한다. 만일 음정, 박자만으로 점수를 깍는 평가시스템이었다면 가장 점수가 좋은 사람이 가수가 될 수 있을까? 노래방 기계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성적과 성장, 역량의 차이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창의성 교육이 대학에서 완성된다고 보면 고등학교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수업은 더 이상 성적이나 성과내기가 아닌 “성장을 위한 선택” 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셀프 테스트를 하는 학생, 다른 아이를 가르쳐 보는 경험,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며 공부하는 방법, 산만한 공부방이 성적의 결과가 좋다. 탐구, 협력, 말하기에 청학력이 향상된다. 스킬은 우리에게 필요할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따라서 수업 방법을 다양하게 브랜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은 절대 기술이 아니다. 고민을 통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수업을 오픈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수업은 교사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된다.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수업이 더 이상 교사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 되어선 안된다. 공적인 것으로 나아가고 함께 공유해야만 한다. 교사가 많은 일을 하면 아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서 모든 역량을 수업에 집중하자는 것이 나루고의 고민이었다. 실적을 위한 행사를 줄였고 체계적인 프로그램도 없다. 학생부 기록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게 하도록 하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 “티칭유” 라는 교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의 동아리에선 학생들이 교사들의 수업을 얘기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수업을 패러디하고 있다. 가장 와닿은 부분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였다. “선생님, 수업이 무엇인가요?” 다른 교사의 수업을 처음 접하게 된 교사들은 충격이었다. 그동안 수업담론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들이 가르쳐 준 것이다.
“수업시간의 성장” 이 교과 연계 수업의 키워드이다. 대학입시의 변화가 준 기회가 블루오션이 된 케이스이다. 수업이란 무엇인가? 교육과정이다. 성취기준을 어떻게 달성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초점이 있기에 대학에서 잘 평가해주리라 기대한다. 수업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수업, 평가, 행사, 기록을 일치시켜보고자 노력했다. 일체화를 어떻게 해왔는지 사례를 말씀드리겠다.
성취 기준을 보면 무엇을 가르쳐야하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교육부가 이것을 가르치라고 지시해준 것이다. 입시 때문에 EBS교재, 참고서 위주여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성취기준 안에서 수능문제,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 요소들을 찾아낼 수 있다. 교과서의 순서를 뒤바꾸는 작업을 해보았다.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과서를 재구성해 보았다. 융합을 생각할 수 있는데 고등학교에서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기에 교과서부터 재구성했다. 3-7월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공부할 내용들을 정하고 시작 포인트를 교과서 중간부터 했다. 좋은 점은 압축해서 핵심적으로 가르칠 수 있고 같은 작품을 반복해서 수업할 수 있다. 같은 시를 운율, 정서 부분에서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 진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율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면 글을 읽을 수 있다” 는 성취기준이 있다고 치자. 두가지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글을 읽을 수 있다/음율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이다. 읽으면 된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읽게 하지 않는다. 읽은 것을 전제로 가르치거나 교사가 대신 읽으며 간다. 읽게 한 후 요약하기를 한 문단 정도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을 시켜본다. 처음엔 하려고 하지 않고 정답을 불러 줄 때까지 기다린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며 반복을 해주면 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평가도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해야한다. 수행평가가 대표적인데 만일 논술을 과제로 내주었다면 평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수행평가는 작게 쪼개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수업시간에 수행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A,B,C 3단계로 평가한다. 잘하는 아이들 A, 못하는 아이들 C, 나머지 B. 대신 수업시간마다 반복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그것 자체가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학기말이 되면 붙여서 평가를 공개한다.
비교과 활동은 “수업의 심화”로 간다. 작가 한 명씩을 선정해서 1, 2 학년이 한시간씩 공통 수업을 한다 (ex. 나루고 황 순원을 만나다). 주로하는 것이 독서이다. 10분 쓰고 10분 발표한다. 백일장도 수업시간 중에 한다. 서평을 모아서 창작하기, 독서 토론대회도 수업시간에 한다. 독서는 수업시간에, 읽기만이 아니라 쓰고 발표시키기, 가급적이면 같은 책을 읽히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추천도서 주고 읽어서 써오라고 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백일장에는 창작의도를 쓰게 한다. 논제를 주고 질의, 응답, 비판적 듣기를 하게 하고 이것이 모두 평가에 들어간다. 수행평가를 그대로 점수화하면 어느 모둠이 가장 잘 했는지 알 수 있다. 그 모둠을 반대표로 내보내고 이것이 학교의 행사가 된다. 2학기에 작가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게 되는데 그 시작점은 “수업” 이다. 별도로 비교과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장점이 매우 많다. 수업일지에 누가 기록을 한다. 매일 기록을 하면서 그 중 의미가 있는 것들을 골라낸다. 반번호별로 sort를 하면 한학기 학생부 기록이 된다. 담당하는 학생은 다 적어 줄 수 있는 이유가 수업활동이기 때문이다. 기록하다보면 능력 (창의성, 전문가적인 식견, 독창성, 협력심)을 관찰해보려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수업을 실제로 어떻게 했는가? 처음에 시도했던 것은 짝활동이었다. 강의식 수업이 아닌 발문 수업이다. 활동지를 던져주고 자기 것에 답을 적게 했다. 자기 것을 공부하며 찾는 과정이다. 다 끝나고나면 짝과 바꿔서 주고 받으며 한 판을 완성해간다. 정답을 요구하는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모둠 활동에서는 네 명의 역할이 각각 다르다. 각자 공부할 것이 다르다. 몰라서 쩔쩔매는 아이들을 불러낸다. 나눔이들을 불러내서 가르치면 들어가서 다른 아이들을 가르친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산만해보일 수도 있는 수업방식이다. 교사가 잘하는 수업방식을 만들어내면 아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마지막을 얘기해주고 수업을 빠르게 진행한다. 멘토가 되는 아이들이 모둠원들을 다시 가르치며 공부하게 하는 방식을 시도해보았다. 수업시간 중에 공부를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가한다. 쪽지시험이나 칠판 나누기로 이끔이들이 가르치는 방식. 한 번 나왔다 들어가면 다시 못나오고 이어서 나오는 아이들이 이어서 써야하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 들은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써 본 것은 기억에 많이 남게 된다는 피드백을 아이들에게서 받았다.
발문수업에서는 사전에 발표할 주제를 정하고 공부할 내용을 가르친다. 공부한 후 발표하는 방식이다. 한시간에 12명 정도가 발표를 하고 모둠 평가를 한다(무임승차 없애기). 수업의 보조교사 역할을 아이들이 하게 된다.
프로젝트 학습은 R&E 같은 방식이다. 교사가 가르칠 것을 아이들에게 주어본 것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힘들지만 보람있었던 수업이었다. 모둠별로 가르쳐야할 단원을 정하고, 수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사전공부시키고, 수업시간도 지정해야 한다. 아이들만의 역량으론 부족하고 교사가 개입을 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시현을 시키는 과정에서 새벽시간, 일요일 만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의욕이 넘치지만 그 아이들을 지도해야하는 교사는 개인생활이 없어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시현을 할 때 검토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한다. 수업을 학생들 스스로 하는데 아주 진지하고 집중력있게 하는 것을 경험했다. 학생부에 기록해주었는데 나중에 학생이 자기소개서 1번 학습경험을 기록하면서 자기의 경험으로 다시 기록했고 면접때 입사관의 관심있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학생은 스스로 고생해서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보았기에 생생하게 기억을 했고 정확히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부시키고 발표시키고 이것이 행사까지로 연결될 수 있었다.
개인별 평가를 하고 답안지를 걷고 다시 모둠별 답안지를 주고 작성하게 한다. 공부한 것, 모르는 것, 알고싶은 것, 알고싶은 것을 바탕으로 계획하고 나누기, 일주일 시간을 주고 학교 국어 카페에 올리게 하고 발표를 시켰다. 가장 잘한 모둠을 뽑아 평가했다. 잘하는 학생과 좀 떨어지는 학생이 같은 모둠으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수업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원칙은 모둠원을 바꾸면 발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못하는 아이라도 행사에 참여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장 혜택을 받는 것은 잘하는 학생이다. 남을 도와준 것을 풍부하게 기록해 줄 수가 있다. 발표가 끝난 후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수업, 연구, 발표, 주제탐구, 체험까지 연결된 기록을 할 수가 있었다.
발표수업을 많이하다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PPT, UCC인데 올해는 이것을 거둬내는 것이 고민거리이다. 학생부 기록 자체보다는 학생부를 기록하기 위한 과정, 학교와 수업의 변화가 우선시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이 메인인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학생부 기록 자체만을 중요시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정리.기록 진학일보 문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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