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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 대한민국에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섬
북서풍과 남동풍에 장구한 세월동안 시달린 탓일까. 가거도는 남서~북동 방향이 훌쭉하니 좁고 북서~남동방향으로 길쭉한 형상이다. 거대한 거북이가 북서쪽 중국 대륙을 향해 헤엄쳐가는 형상이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GPS(Garmin 60CSx)로 측정한 독실산 좌표가 북위 34 04 29.3 동경 125 06 26.7로서 한반도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이라, 주민들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라고들 말한다.
중국 대륙과 가까워서, 중국 상해에서 새벽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도 한다. 한국도서학회가 펴낸 책자 <가거도(可居島)>에 보면, 배를 끌어올릴 때 다른 곳 어민들은 “이엉차, 이잇샤” 할 것을 이곳은 중국말의 하나 둘 셋의 의미인 “이얼산(이오찬)”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과의 거리가 그만큼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강풍이 불어올 때면 가거도엔 수많은 중국 어선들이 피해 들어온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목포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이틀이 걸렸다. 이 외진 섬에도 이미 2,000여 년 전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으로 패총이나 토기 등이 발견되었으나, 워낙 살기가 어려웠던지 청동기시대의 흔적인 지석묘 등은 볼 수 없다고 한다. 1759년의 책자인 여지도서(與地圖書)는 ‘가거도에 33호 68명이 거주했다’고 전하고 있으며, 현재 주민 수는 500여 명이다. 94년 자가발전시설인 내연발전소가 건립돼 이제는 섬 전역이 24시간 전기를 불편 없이 사용한다.
지금은 시속 60km의 쾌속선이 운항, 목포에서 4시간30분이면 가닿는다. 만약 흑산도에 들르지 않고 곧장 간다면 약 150km에 2시간30분으로 충분할 것이다. 며칠 간 가거도 곳곳을 안내해준 임수명씨는 이렇게 말한다.
“가거도 구경은 6~7월이 제격이라. 그때는 바다가 아주 잔잔해. 바다가 새로 장판한 것처럼 반짝거린다니께. 6월이면 요기 요 항목 아래 포구로 날치가 몰려들어서는 온 바다가 하얗도록 날아다니는 것도 볼 만하구.”
가거도는 임야 875ha 중 50% 정도인 430ha에 걸쳐 후박나무가 자생하는 국내 최대의 후박나무 군락지라고 한다. 후박나무는 껍질이 약재여서 한때 남벌되었으나, 지금은 허가제로 보호하고 있다.
가거도 해안 절경 일주 : 가거도는 독실산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만큼 배를 타고 돌며 보는 해안 풍치도 뛰어나다. 가거도 주민들은 독실산 정상 조망, 회룡산, 돛바위와 기둥바위, 섬등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절곡 살구꽃, 소등일출과 망향바위, 남문등대와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를 일러 가거도 8경으로 거론하는데, 대부분은 해안가에 분포해 있다는 점에서도 가거도 해안절벽의 경치가 남다름을 알 수 있다.
가거도 해안선 길이는 22km로,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1시간30분쯤 걸린다. 해안절벽 경치는 동쪽은 단순하고 급한 바위 절벽 위주인 데 반해 서쪽은 오목조목한 기암 위주로 한결 나았다. 오전에는 이곳 서쪽 해안이 그늘이 지므로 오후가 해벽 관광에는 제격이다. 파도가 잔잔하면 돛바위 등은 갯바위에 배를 대고 잠시 상륙하여 구경도 할 수 있다. 민박집에 말하면 관광선을 알선해준다.
가거도 사람 - 섬누리민박 박재원-장선미 부부
가거도 북서쪽 항리 마을은 섬 북쪽으로 울을 두르듯 뻗어나간 섬등반도로 아늑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다. 이 마을 서쪽, 능선 목덜미 너머 해안절벽 위엔 전국 곳곳에 팬을 거느린 섬누리민박집이 있다. 어느 방이든 가거도의 절경 해안절벽이 창문을 가득 채우는 기막힌 집이다. 남서쪽 끝 큰방이 그중 최고 인기로, 섬등반도 북안의 절경 해안절벽에 하얗게 파도가 와 부딪치는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때문에 이 방은 주말이면 항상 가장 먼저 예약된다.
섬누리민박집은 모서리마다 각이 진 콘크리트 건물로서 구석구석 정성들여 가꾸어놓아 며칠이건 별 불편함이 없다. 말끔한 수세식 화장실에 언제나 물이 콸콸 나오고 내륙에서 들어온 안주인 장선미씨가 현지 산물로 정성들여 만들어내는 음식 또한 깔끔하고 맛있다.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드라마 속 탤런트 같은 집주인 박재원씨(44)는 이곳 토박이로, 장선미씨(38)는 그의 사내다움에 반해 이곳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박씨는 단체 손님이 20명이 넘으면 여객선이 들어오는 대리 포구에서 항리까지 별도 비용을 받지 않고 선박 운항 서비스를 해준다고 한다. 그러면 별도로 섬 해안 관광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민박집 바로 아래의 우묵한 어항 형상의 작은 만(灣)은 하도 많은 고기가 몰려온다고 해서 ‘어구(魚口)’라 부른다는데, 6월이면 갈치떼가 하얗게 날아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섬누리민박 홈페이지 http://www.sumnuri.com.
산행 길잡이
아직 등산로 안내판 없어 길찾기에 주의해야
항리~정상~480m봉~해안길~항리 원점회귀 코스는 약 10km에 4~5시간쯤 잡으면 된다.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므로 가거도 들어가는 날 오후 날씨가 좋다면 곧바로 산행에 나서도록 한다.
이 코스는 새로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길이 뚜렷치 않고 등산로 안내판도 전무하다. 또한 길에는 동백나무 낙엽이 덮여 있어 족적을 잃기 쉽다. 동백숲이 짙어서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오래도록 헤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주등산로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조망점을 정확히 찾아가기가 특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산길 찾기에 미숙한 사람은 현지 주민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등산로 안내인을 소개받으려면 항리 섬누리민박 박재선씨(011-9663-3392)에 연락하면 된다(안내인 임수명씨 전화 011-9456-3474). 흑산면 가거도 출장소에 따르면, 신안군 예산의 지원을 받아 장차는 등산로를 정비할 예정이나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독실산 정상의 경비초소에 다다른 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대리 마을로 곧장 내려갈 수도 있지만, 그러면 일몰 전망대를 비롯한 해안가 풍치를 포기해야 하므로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정녕코 다리 힘이 딸린다면 차량으로 정상 경비초소까지 오른 다음 480m봉~일몰 전망대~해안 탐승로~항리 마을을 택하도록 한다.
항리 원점회귀 산행을 즐기려면 물론 항리의 민박집에서 묵는 것이 편하다. 가거도는 한반도 최서남단의 섬으로 노을 풍광이 특히 빼어나며, 그 절정을 보이는 데가 항리 주변이기도 하다. 항리 앞 섬등반도에서의 노을풍광만으로도 가거도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다만 항리 마을엔 민박집이 3가구뿐이므로 대개는 포구가 있는 가거도1구 대리 마을에서 묵게 된다. 이 경우는 민박집마다 갖추고 있는 차로 항리까지 가야 한다. 현재 가거도엔 택시, 버스 등의 대중교통편은 없지만 민박집에서 3,000~5,000원 정도 받고 섬 각지로 태워다준다.
대리~370m봉~412m봉~대리 코스
가거도엔 포구를 안은 가거도1구 대리 뒷산 능선을 따르는 등산로가 또한 개설돼 있다. 이 등산로는 항리 코스보다 풍광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시원스런 동백숲길로 이어지는 멋진 길이다. 만약 항리까지 가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으면 이 대리 마을 코스로 대신해도 좋다. 다만 항리 일대에서의 노을 풍경이 매우 아름다우므로 어떻게든 항리까지 한 번 다녀오도록 한다. 항리에서 일몰 조망처까지 해안 탐승로를 따라 갔다 오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혹은 항리에서 바다쪽으로 공룡꼬리처럼 내뻗은 섬등반도로 나아가 노을 바라기를 하고 와도 좋다.
대리 포구에서 현재 한창 공사 중인 동쪽 해안가 매립지를 가로질러 가면 지금은 연륙된 암초인 장군바위가 뵌다. 이 장군바위 왼쪽으로 난간을 길게 세운 등산로가 뵌다. 아직 마무리가 덜 된 이 탐방로를 따라 오른다. 이 탐방로는 한 번 크게 꺾인 뒤 능선을 따라 널찍하게 나 있는데, 무도하게도 옛적의 자연스런 갈짓자형의 숲길을 훼손하며 일직선형으로 곧게 뚫어버리는 바람에 매우 가파르고 무리한 길이 되었다. 급경사 구간이 거의 끝날 즈음에야 이 무도한 길도 끝나며 곧 완경사 숲길로 이어진다.
완경사 숲길로 접어들어 200m쯤 가면 갈래 길이 나온다. 이중 오른쪽 아래로 난 길은 가거도 남동쪽 바다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조망처까지 다녀오는, 끝이 막힌 길이며, 한 바퀴 도는 등산로는 왼쪽 갈래길이다.
능선상의 숲길도 너무 넓게, 굵은 동백나무조차도 깡그리 베어내며 3m쯤 되는 폭으로 넓혀버려 뙤약볕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다행히도 얼마 가지 않아서 아직 수목에 손을 대지 않은, 자연스럽고 시원한 숲길로 접어든다. 가거도 주민들이 약효가 뛰어나다고 해서 ‘약나무’라고 부르는, 가거도 특유의 이파리가 작은 후박나무가 우거진 숲이다.
능선상의 숲길 중간 몇 군데엔 시야가 툭 트이는 조망점이 있다. 급사면인 북동쪽 조망이 특히 뛰어난 조망처들이다. 왼쪽(북서쪽) 저 앞으로는 거대한 고래처럼 반주암 절벽이 바다를 향해 내뻗어 풍광을 돕는다.
숲 그늘을 이룬 370m봉 정상(좌표 N 34 03 21.1 E 125 08 00.1)을 지나고 나서는 500m 이상 발길이 편한 평탄한 숲속 능선길이다. 옛 군초소 주변의, 잎이 호박잎처럼 넓은 머우밭이 온 능선을 가득 뒤덮은 곳도 지난 다음 다시 오르막 능선으로 접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코스 최고의 조망처에 다다른다. 옆에 평평한 그늘도 있는 이곳은 바다 풍경을 즐기며 점심 도시락을 펴기에 최고인 장소다(N 34 03 31.0 E 125 07 39.8). 항리 코스에서도 이만한 점심자리 명당은 만나지 못했다. 능선길로 올라선 지 1km 남짓 서진하면 이 장소에 다다른다.
412m봉 정상은 오랜 헬리포트로, 널찍하고 평평한 풀밭이어서 20여 명 정도의 단체 산행객들이 점심 자리로 적격이다. 이곳 헬리포트 모퉁이 나무에 묶인 ‘일본군 제2벙커’라는 작은 팻말을 따라 20m쯤 가면 과거 일본군들이 만들어둔 깊이 3m, 높이 1.5m쯤 되는 터널형의, 바다를 향해 입구를 틔워둔 콘크리트 벙커가 나온다. 임씨는 이것을 포 쏘던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산로는 헬리포트에서 남쪽. 좁지만 뚜렷한 길을 따르면 ‘일본군 제1벙커’가는 길목을 지나쳐 412m봉~회룡산 능선 중간 고갯마루 바로 아래의 찻길로 내려선다. 이후 곧바로 출발점인 포구로 내려갈 것이 아니라 포구를 감싸고 있는 기암능선의 주봉 회룡산정 탐승까지 마저 하도록 한다. 하산지점에서 포구쪽으로 20m쯤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회룡산 정상 가는 길목이 나온다. 여기서 회룡산 정상까지는 고작해야 10분 거리. 그러나 정상 암반에서 펼쳐지는 풍광은 수백 미터 산봉에서의 그것에 못지않은 장관이다.
대리~370m봉~412m봉~대리 원점회귀 산행은 8km에 3시간쯤 소요된다. 이 코스에도 별다른 안내판은 아직 없지만 길이 거의 외길이고 뚜렷하여 초행자라도 별 어려움 없이 짚어갈 수 있다.
교통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 경유, 가거도까지 쾌속선이 하루 1회 왕복한다. 목포 발 08:00, 가거도 발 12:30. 4시간30분 소요. 요금 50,200원. 남해고속(짝수일ㆍ061-244-9915)과 동양고속(홀수일ㆍ061-243-2111-4) 쾌속선이 하루씩 번갈아 운항한다. 다도해 해상을 빠져나오면 대개 파고가 높아져 멀미를 하게 되는데, 선내 매점 바로 앞 1층 좌석이 그나마 가장 흔들림이 덜한 자리다.
서울 출발의 경우 짧게는 1박2일만에 다녀올 수도 있다. 야간열차나 심야버스를 타고 목포 여객선터미널까지 간 다음 몇 시간 기다려 가거도행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다음날 점심때 나오는 것이다. 가는 날 오후 산행을 하고 다음날 오전 해상 관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날 또한 4시간30분간 여객선에 이어 5시간 정도 차를 이어 타야 하므로 너무 피곤하다. 또한 왕복 경비나 오가는 데 들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러므로 최소한 2박3일 정도의 일정으로 가도록 한다.
단체 150명 이상인 경우는 1인당 30,000원에 진도 팽목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빌릴 수 있다고 한다. 오전 8시 팽목항 발, 다음날 오전 10시30분 가거도 출발(문의 전화 박재원 011-9663-3392).
서울~목포 용산역에서 1일 18회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운행(05:20~22:05). KTX 3시간20분 소요, 요금 43,300원, 새마을호 4시간30분 소요, 요금 38,300원. 무궁화호 5시간20분 소요, 요금 25,700원.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1일 25회 운행(05:30~24:00). 거의가 우등고속임. 4시간20분 소요, 요금 26,200원(우등).
가거도 전문여행사 남해안투어 전화 1588-3848. 홈페이지 tour7788.co.kr
숙박(지역번호 061)
가거도 여객선이 정박하는 대리에 조망이 좋은 집인 혜인낚시민박(246-1638), 근래 지은 집인 그린장(246-5465)을 비롯해 20여 호의 민박집이 밀집해 있다. 한보장식당 246-5700, 태공장식당 246-3418, 은혜식당 246-4462, 정윤민박 246-5854, 중권민박 246-3239, 덕주민박 246-1663, 종재민박 246-5400, 까치상회 246-3430, 남신장슈퍼 246-4456, 남해장여관 246-5446, 태양장식당 246-4468, 창신장식당 246-3455. 항리에는 섬누리민박(061-246-3418), 다희네민박(246-5513), 항리 남성민박(011-9415-0117)이 있다.
가거도내 민박은 2인1실 30,000원에 1인 추가 5,000원으로 대개 비슷하다. 백반 1끼 5,000원. 민박 손님에게만 실비로 식사제공을 하는 집이 거의 모두여서, 때를 놓치면 밥을 먹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간단히 끓여먹을 수 있는 도구와 음식을 준비해가도록 한다. 포구가 있는 대리에 여러 식품을 파는 매점이 있다.
가거도의 해산물은 100% 자연산이라고 한다. 양식한 것을 배로 가져오는 비용이 한결 더 비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때가 맞지 않거나 기상이 악화되면 섬 전체에 횟감이 동이 나는 수도 있다. 6월은 돌돔이 제철. 대개 돌돔 1kg에 40,000원, 광어나 농어, 우럭은 30,000원. 6월이면 해삼이나 뿔소라도 많이 난다.
목포 여객선터미널 근처에 숙박업소가 많다. 5월3~5일 연휴 첫날인 3일 밤에도 근처 업소에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씨사이드모텔(061-244-2323) 등 몇몇 업소의 경우는 4~5명 성인이 함께 잘 수 있을 만큼 방들이 넓었다. 몇몇 업소는 숙박손님에 한해 2~3일간 무료 주차 서비스도 해준다. 그외, 하당 신도시에 신축한 모텔들이 즐비하다.
근처 식당들에서는 대개 아침 식사를 한다. 그중 항구음식점(061-242-7431) 등은 손님에게 1박2일 정도 주차 서비스를 한다. 여객터미널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동명종합수산시장 골목 안의 조광식당(061-244-2343)은 전통 전라도식의 푸짐한 식단으로 현지민들에게도 인기다.
/ 글 안중국 차장
사진 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