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일.
어제는 문득 숙표아내가 요즘 일하러 다니면서 품삯에 덤으로 얻은 옥수수가 넘치니까,
형대를 불러서 옥수수 한포대(약 30송이)를 가져가라 하라기에
난 그말에 충성하느라 형대와 통화를 했고, 오후에 형대가 정산으로 온다고 했다.
요즘 밤에도 3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내방의 열대야로 밤잠을 못잤기에
주말 낮잠이나 실컷 즐기려다가,
카페관리를 하고 나니 점심시간에 생각외로 일하러 갔던 아내가 집으로 왔다.
그리고 딸내미가 낳은 둘째 외손자 이야기를 꺼냈다.
친정엄마가 해야할 역할을 일약속 때문에 못한다고 돈이라도 좀 줘야 한다면서...
그리고 생질녀 진아가 아직 못가봤다고 오늘 여동생 김실이랑 함께 가본다는 정보를 흘렸다.
그래도 나는 며칠 있으면 사위 김서방이 나를 딸내미 출산한 산부인과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기에 따로 가볼 생각도 않고 있다가 마침 형대가 옥수수 가질러 온다고 했으니, 갈때 따라나가서 외할배의 도리나 할까 하고 오후시간의 일정을 고쳐 잡았다.
그러고 보니 광수네 이발소에서 이발하려고 미루어 두었던 머리카락도 잔뜩 길었고,
시내에 나가면 동목이도 만나고 싶었고...,
가는길에 미루어 두었던 볼일을 다 챙겨 관계된 사람들께 통화를 해보니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내가 차려주는 점심(나에겐 아침밥)을 먹고,
아침에 대충 씻었던 세수를 다시 하느라 머리를 감고 옷도 갈아입고 시내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러는 사이 형대는 와서 덥다고 집에는 안 들어오고 함께 온 부인 미나씨와 이웃 종환씨와 차에서 기다리는데, 난 서둘러 준비를 해서 함께 시내로 나갔고, 최광수 이발소에 가서 형대를 보내고 동목 진균이한테 문자를 넣은뒤 이발 순서를 기다렸다.
몇달전에 개업한 이발소가 아직 손님이 적어서 적자 운영이라서 울상을 짓던 광수네 향토 이발소.
그래도 내가 도착하니 이발에다 염색까지 하는 손님도 있었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돌아가고, 수석 전시에다 각종 감사패도 잘 진열돼 있어서 괜찮아 보였다.
다른건 몰라도 이발 기술 하나만은 성심껏 정성을 다하는 최광수(금춘 156번)였기에
그런 마음 자세로 꾸준히 하면 미용실에 뺏긴 남자 손님들을 도로 모실수 있으리라 여겼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내 차례가 되어 이발을 하고 면도를 할 시간에 동목이 찾아 왔다.
필요하면 부르라던 형대를 부를 필요 없이 동목과 함께 딸내미 병원에 가면 될 것 같았다.
이발을 마치고, 나를 위해 대기해 주는 동목이 차를 타고나서
여동생 김실이의 행적을 폰으로 물었더니,
아직 안동의료원에 근무하는 생질녀 진아가 퇴근하지 않아서,
그리고 곧 저녁시간이라 식당이 바쁠것 같다며 머뭇거리다가 일단 신토불이로 오란다.
나 역시 차에서 바로 일어설 수 없으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여동생이라도 함께 다녀야 했기에 식당으로 가서 여동생과 함께 딸내미가 입원해 있는
우리여성병원으로 갔다.
입구에 계단이 있다던 동목이 말은 맞았지만, 지하 주차장으로 가니 바로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내 다니기엔 쉬웠다. 동목은 우리를 내려주고 한시간 있다가 온다며 집으로 가고,
김실이와 난 우리여성병원 4층으로 가서 신생아실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딸내미 선예가 젖을 짜내고 오는 시간과 생질녀 진아가 의료원에서 퇴근해 택시를 타고 오는 시간을 모아서 그 만남이 모두 이루어진 뒤 신생아실 유리벽 너머로 간호사가 안고 보여주는 둘째 외손자 김상구를 보았다.
눈은 뜨지 않았지만, 입모양이 귀여웠다. 누굴 닮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갓 태어난 김상구(친 할아버지께서 지은 이름)의 모습을 폰카에 담으며,
아무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서 발전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시대의 변천사를 고루 누리며 의미있는 알찬 삶을 살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렇게 잠시 새로 태어난 외손자를 만나본 뒤, 선예의 입원실로 올라가 후덥덥한 산모의 조리원 분위기도 몸소 느꼈다. 그리고 궁금한 몇몇가지 이야기를 들은 뒤에 아직 손수 머리를 감을수도 없다는 선예의 머리를 고모인 여동생이 감겨주고, 진아와 함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산모의 저녁 식사가 나왔기에 우리도 그만 산후조리 잘하라 하고 선예를 남겨두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동목에게 문자를 보내 만났고, 형대에게도 냉면이라도 한그릇 먹자고 신토불이로 바로 오라해서 우리는 여동생 식당에서 여동생과 함께 시원한 칡냉면을 먹었다.
그때까진 난 삼겹살이든 소고기든 고기를 먹을 생각도 못했다. 집에서 불고기 반찬을 며칠째 먹은 탓일까? 이빨도 시원찮아서 오로지 시원한 냉면만 꿈꾸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배가 부르면 종 배고픈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내가 고기먹고 싶지 않다고 나를 도와주는 동목이나 형대한테 삼겹살 한점이라도 먹어볼래?하고 권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야 생각이 났다.
다음에는 꼭 맛난 음식을 사줘야지... 벼르지만 오늘도 난 이렇듯 중생의 길을 걷고 있다.
무계획 속의 하루를 의미있게 보낸 7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것이 나름 살아가는 행복이려니 한다.♣
첫댓글 뜻밖에 안동시내 나들이도 하셨네요 손자도 만나보고 이발도 하시고 동목씨도 만나시고 볼일 잘보고 오셨네요. 더운날씨 몸건강하시고 토요일에 만나요.
예, 더러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을 아주 쉽게 이루어 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게 참 행복합니다.
뜻밖에 안동시내 나들이를 하셨군요 햇살아우님. 선예한테도 들렸어 둘째 손자도 만나보고.
잔균님도 만나서 여동생 집에서 점심도 먹고 이발도 하고 두루 볼일 잘 보셨네요.
7월 마자막날 일상 안동시내 나들이 알콩달콩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두 손자 모두 무럭 무럭 잘자라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긴글 쓰시느라 수고 하셨구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예, 이슬누님. 그날은 뜻밖에 볼일을 잘 보고 왔습니다.
육선생님 회갑연에 오실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건강이 허락치 않는다면서요?
좀더 건강하게 즐거운 생활을 하셔야 할텐데요.
외손자도 보시고 딸도 만나고 행복한 시간이네요
형대씨 동목 덕분에 두루 다니시고 그초
예, 이쁜천사님. 나간길에 고루 다 만나보고는 싶었지만,
연락하기로 들면 금방 10명이 넘어버려서 이쁜천사님께 전화도 못해 봤어요. 빨리 치유되어 우리 또 어디라도 나들이 가요.
무계획이 그리도 알차고 의미가 있엇네? 자식 니는 무신 복이 그리 많노? 어이? ㅎㅎㅎㅎㅎㅎㅎ향토이발소 주인님께 안부 전해다오 축 발 전 을 기원 한다고.
그 복을 어디다가 돌려줄꼬? 내가 감당하기엔 넘치네...
옥아, 늘 주님을 섬기며 수고하는 니가 좀 가져가라...ㅎ
최광수님 한테는 안부 전해주꺼마...
뜻밖에 형대가 와서 모든일이 하고싶은대로 가고싶은대로 잘 다녀올수있었구나 무구동생이 상구라고 더운계절이라 산후조리하느라 힘들지는 않았는지 다행이 고모가 가까이 있어서 들여다봐주니 고맙구나 둘째외손자를 봤음을 늦었지만 축하하내
안동시내 구경 잘했군요. 손자가 벌써 둘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군요. 그러고보면 손자 보는 재미도 참 쏠쏠하겠군요.
외손자라서 직접 보는 일이 없으니
그냥 딸내미 몫으로 돌려버렸어요.
정상적인 생활이 안되니 손자를 봐도 그 재미는 반감되더군요.
그냥 별탈없이 잘 자라주기만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