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오며(개정판)(하)

[임학빈]

김기현 씨가 말문을 열었다.

“부회장님, 우리 둘은 사전에 견해를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원,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평소에 우리 두 사람은 어떤 경우에라도 의견 충돌이 전혀 없었습니다.”

김기현 씨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아직 퇴근을 안하고 옆방에서 책을 보고 계시는 교감선생님께 김기현 씨와 이은숙 부회장님이 함께 인사를 했다. 김기현 씨의 인사말이다.

“교감선생님, 안녕하세요. 밤이 늦었는데 들어가셔서 쉬시지도 않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교감선생님의 말씀이다.

“저야 뭐 수고랄게 있습니까? 봉사 반원들이 수고가 많지요.”

이은숙 부회장님의 말이다.

“교감선생님께 좋은 일로 찾아뵈야 되는 데 이번에는 좀 부담을 드려야 될 것 같네요.”

교감선생님께서는 정색을 하고 말씀하신다.

“무슨 일이든 괜찮아요. 제가 맡은 역할이 선생님들의 고충을 덜어드리는 일이예요.”

김기현 씨가 본론으로 들어가서 말했다.

“교감선생님께서도 들으셨겠지만 오늘 밤에 저희들이 ‘일일결산회를 진행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노발대발하셔서 저희들은 어찌해야 좋을지 전전긍긍했습니다.”

계속해서 김기현씨가 말했다.

“‘찾아 뵙고 잘못을 빌자‘ ’아니다. 빌 필요가 없다. 차라리 철수하자’ 의 두 가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서 표결한 결과 ‘찬성 8표, 반대 2표, 기권 5표’가 나왔습니다. 결국 ‘교장선생님께 찾아 뵙고 사죄하자’로 결론이 나서 지금 시행할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씨의 말을 귀담아 듣고있던 교감선생님께서 말문을 여셨다.

“거참 안 되었습니다. 우리 교장선생님이 옛날 분이라서 이해를 못 하세요. 답답하네요. 저가 볼 때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정히 시끄럽다 싶으면 조용히 주의를 주어서 독창이나 중창(몇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정도로 제한하면 되는 거예요, 여기에서 풍기문란이 왜 나옵니까? 일단 사죄하기로 표결을 했으니 사죄를 하세요. 뒤 끝은 없는 분이므로 찾아와서 비는 사람을 박대하지는 않을 거에요. 만일 봉사 반원들이 잘못했다고 빌어도 교장선생님께서 받아주지 않으신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저가 해결해 드릴테니까요.”

김기현 씨와 이은숙 부장님의 답답증을 해결해 주는 시원한 말씀이었다. 이은숙 부회장님이 말했다.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김기현 씨와 이은숙 부회장님이 돌아와서 대기하고 있는 회장님과 반원들에게 복명을 했다.

회장님이 말했다. “반원 여러분, 일단 교장선생님께 잘못을 빌어야겠습니다.”

반원들 모두(1명의 열외도 없이 전원)는 초등학교 건물 옆에 있는 교장선생님의 사택을 방문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그 때 정년이 1년 남았다고 하셨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가까운 도회지에 부인과 자식들을 두고 자신은 혼자서 자취를 하고 계셨다. 우리가 찾아가자 노기가 등등하셔서 처음에는 인사도 안 받으셨다. 한참 동안 우리들을 바라보기만 하고 말이 없으시다가 이윽고, 말씀하셨다.

“봉사활동을 실시하러 온 봉사 반원들이, 오늘 낮에 볼 것 같으면, 초등반은 초등반대로 초등학교의 어린이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서—교사들과 어린이들 사이에 일체성이 조성됨으로써—기존의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해 주셨어요. 특히, ‘예비중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이번 봉사활동 팀의 ‘꽃’이라고나 할까?. ‘한문 입문’과 ’예비 중학생의 수학 특강‘은 대 히트 상품이었어요. 또한, 4-H클럽(club)활동반은 4-H클럽(club)활동반을 담당하시는 봉사조장님 이하 모든 봉사 반원들이 ‘4-H클럽(club)활동’에 대하여 철저히 준비해온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게다가 봉사 조장님의 ‘생활 이론 경제학 강의’는 단연 압권이어서 개수리 4-H클럽활동 반원들이 만족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와같이 모두가 봉사활동에 푹 파묻혀서 전심 전력을 다해서 열중했기 때문에, 학교장으로서는 너무나도 고마웠어요. 그럼에도, 오늘 저녁 때 여러분들의 모습은 어떠했는가요? 야간에 여러분들의 모습은 봉사활동을 하러 온 봉사 반원들이 아니고 놀러 온 젊은이들로 밖에는 달리 봐줄 수가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마을 주민들이 알게 되면 뭐라고 말하겠어요. 저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어요.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

듣고 보니 지당하신 말씀이다. 회장님이 대표로 머리를 조아렸다.

“교장선생님,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교장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지적하신 내용을 뼈에 새겨서 일호(아주 작은 정도)도 어김 없이 기필코 시정을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자 교장선생님께서는 금세 마음이 풀리신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겠어요? 저도 참을만치 참았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말했던 거예요.”

김정식 회원이 손을 들었다.

“저도 말씀을 드릴게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잘못 보신 것 같아요. 물론 좋게 주의를 줘도 안 듣는다면 혼줄을 내주어야겠지만 보시다시피 저희들은 그런 류가 아닙니다. 호통 이전에 훈계(타일러 경계함)를 하시고 그 다음 단계로 질책(꾸짖어 나무람)을 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정식 회원이 의견을 내자 교장 선생님께서 흠칫 놀라시는 것 같았다. 교장선생님께서 한참 뜸을 들이시더니 말문을 열었다.

“적절한 지적을 하셨어요. 저가 본시 성격이 급한 데에다가 학교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눈에 거슬리는 것을 보면 사건의 전후를 따지지 않고 지적부터 하는 습관이 있어요. 늘 말을 해놓고 후회를 하는 편이예요. 이미 지난 일이지만 이번 사태도 한 번 정도 여러분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연후에 지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하는 미련이 남네요.”

이은숙 부회장님이 일침을 놓았다.

“교장선생님 마음은 다 이해합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화가 나시더라도 ‘참을 인’자를 명심하시고 참으세요. 무지막지하게 말 안 듣는 사람은 없으니까 교장 선생님 자신의 마음을 달래시고 참기만 하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예요”

60대의 노인도 20대의 이은숙 부회장님에게 배울 점이 있는가 보다. 교장선생님께서 이은숙 부회장님의 의견을 존중해서 말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어서 섭외부장 겸 봉사조장인 이형준 씨는 교장선생님께 위로가 되는 말을 건넸다.

“교장 선생님, 밤 늦게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렇게 외진 개수리에서 근무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열정에 저는 마음 속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교장선생님께서는 봉사조장 이형준 씨의 말을 듣고 난 뒤에 다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조금 풀리셨는가 보다.

“물론 집을 떠나서 낯선 곳에 왔으니까 적적하기도 하겠지요. 그렇더라도 이왕 봉사활동을 왔으면 그 기간 만이라도 자제를 해야지요. 제가 동네 주민들 대신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무라는 거예요. 만약 마을 어른들이 나섰다면 더 심각했을 거예요.”

봉사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총무 신영식 씨가 말했다,

“교장선생님, 이 곳 개수리에는 전화(電化)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직도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서 주민들이 촛불, 호롱불 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마을 전체에 전기가 들어와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까요?”

“그것 참 좋은 질문입니다. 글쎄, 3년 전부터 된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요. 아마 내년 쯤이면 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기현 회원이 마무리로 넌지시 한마디를 했다.

“교장선생님, 존경합니다. 이건 아부가 아닙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책임감을 가지시고 저희들을 이끌어주시는 정성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소박하게 나타냈을 따름입니다.”

몇 마디 더 나눈 뒤에 반원들은 교장선생님께 큰 절을 올렸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황송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그날 밤 이후로 봉사 반원들은 교장선생님께서 지적하셨던 모든 것들을 바로잡았고, 교장선생님께서는 봉사 반원들을 보시는 대로 따뜻하게 격려해 주셨다.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존함이 김 성진(金聖眞)이었고, 일정(왜정, 일본이 침략하여 다스리던 정치) 때 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일정 때부터 소학교(일정 때의 초등학교) 교편을 잡으셨으며, 일평생 교육자의 외길을 걸어오셨다. 봉사 대원들이 배울 점이 많은 이 시대의 진정한 사표(師表)이셨다. 금년에 64세이셨다.

교감선생님은 존함이 권 태복(權泰福) 으로 올해 48세이셨다. 8.15 해방 후에 사범학교를 다니셨고 이제껏 교육자의 행로를 걸으셨다. 교감 선생님은 교내를 순회하시느라 늘 바빴다.

12월 24일, 화(火)에 지도교수님께서 학회의 업무를 마치시고―봉사 반원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현장인—개수초등학교로 오셨다. 지도교수님께서는 전병영 회장님으로부터 저간(這間)의 사연을 듣고 말씀하셨다.

“여러분들깨서 저가 없는 사이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오늘부터 저와 힘을 합쳐서 노력해 보십시다”

봉사반원들의 지도교수님은 존함이 박 기천(朴基天)으로 금년에 50세이셨는데, 지리학을 전공하시고 대한지리학회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학계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지도교수님께서는 일정때 소학교를 다니셨고 8.15 해방 후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셨다.

이형준씨는 지도교수님께 여쭈었다.

“교수님,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실려면 힘드실텐데 낮12시 경에 도착하셨으니 어인 일이십니까?”

“응, 난 어제 세미나(seminar)가 끝난 후에 바로 직행버스를 타서 저녁 7시 반에 장평터미널에 도착했네. 너무 늦어서 여인숙에서 자고 아침에 면장님을 만나 뵙고 9시 반에 출발했네.”

“오시는 길이 험하지 않았습니까?”

“난(難)코스(course)더군, 성인의 걸음으로 2시간 정도 걸리겠더군. 난 초행길이어서 2시간 30분이 걸렸어.”

“교수님,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저희들을 지도하러 오셔서 감사합니다.”

이형준 씨는 봉사조장으로서 효율적인 ‘4-H클럽활동’을 위하여 그동안 준비해온 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제 1교시는 이형준 씨가 강의하는 생활이론경제학 강의, 제 2교시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과의 자유토론 시간, 제 3교시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club)활동반 반원들 사이에 축구시합 및 여흥, 이와같은 일과표로 진행을 했다

12월 24일(화), 제 1교시 생활이론경제학 수업이 끝났다.

제 2교시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과의 자유토론’시간으로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은 서로 격의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도 봉사 반원들과 똑같은 사람들인데, 산간벽지에서 태어나서 교육의 혜택을 못 받은 것 외에는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봉사 반원들이 특별히 ‘개수리 4-H클럽 활동반 반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마땅치 않았다. 다만, 인간적으로 서로 존중하면서, 4-H클럽활동을 하는데 있어서의 장애요인을 찾아서 ‘효과적인 4-H클럽활동’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력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이형준 씨는 개수리 전체 4-H클럽활동 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4-H클럽활동을 하면서 매우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가요? ”

이형준 씨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는데, 모두들 아무 대답이 없어서 임재철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장님에게 물어보았다.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장님의 견해는 어떤지요?”

임반장님은 다소 겸연쩍어하면서 답변했다.

“아시다시피 가난이 죄입니다. 이곳 개수리는 교통이 불편할 뿐더러 전체 생활 수준이 낮아서 모든 의욕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어떻게 지금보다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한 번 찾아보십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생활 수준이 상승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십시다.”

라고 이형준 씨는 매우 쉽지 않은 답변을 했다. 이어서 이형준 씨는 그동안 개수리에 대하여 구상해 온 것을 발표했다.

“제가 개수리의 발전 방안에 대하여 세 가지를 제시하겠습니다.

첫째로는, 개수리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특용작물을 찾는 것입니다. 특용작물을 재배함으로써 개수리 주민들의 삶이 풍요로와지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대화면 소재지에서 개수리까지 하루 5회 이상 운행하는 직행 버스를 유치하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개수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어린이들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대화면 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는 것입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는 마을에서 공동 장학금을 주어서라도 중•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이상 말씀 드렸습니다.“

임재철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감사합니다. 저희 4-H클럽활동반의 현안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궁금한 점이라든지 어려운 일에 대하여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제 3교시는 축구로 우의를 다졌는데, 양팀 간의 팽팽한 축구 실력 때문인지 서로 간에 친분이 돈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윤희선 씨, 친구 분들과 같이 축구 게임(game)에 참여 하실래요? 양 팀에서 여자 선수는 2명씩 뛸 수 있도록 합의를 보았어요. 그래서 한 팀에서 남자 선수 5명. 여자 선수 2명, 총 7명씩 경기에 참여하는데 힘이 들면 교대로 뛰기로 했어요.”

라고 이형준 씨가 말하자 윤희선 씨는 쾌활하게 대답을 했다.

“봉사조장님 고마워요. 들어가서 한 번 뛰어 볼래요.”

윤희선 씨는 친구 최선숙 씨와 같이 운동 복장을 갖추고 운동장에 들어갔다.

양 팀의 남자 반원들은 여자 반원들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부단한 배려를 했다. 우선은 양쪽 합쳐서 4명의 여자 회원들이 안 다치도록 도움을 주는데 있었다. 공중 볼이나 세게 날아온 볼을 여자 회원들 몸 앞에 가서 막아 주었다.

“윤희선씨 공을 왼 쪽으로 패스해 주세요.“

“최선숙씨 앞으로 밀어주세요”

라고 말하면서 남자 회원들은—상대방의 골문을 향하여 공을 차는 것이 아니라—자기 편 여자 선수들에게 공을 넘겨주기에 바빴다. 남자 선수들은 그런대로 흐뭇해 하면서 공을 찼다.

드디어 윤희선 씨에게 기회가 왔다. 여자 선수들에게는 ‘오프 사이드(off side) 룰(rule)'을적용하지 않았으므로 상대방 ·골문 앞에 대기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여자 선수가 골문 앞에 포진해 있어도 ‘설마 여자 선수가 골을 넣으랴’고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 의표를 찌른 것이다.

한 남자 선수가 윤희선씨에게 공을 패스(pass)해 주자 골대 앞에 있던 윤희선 씨는 공을 가볍게 차서 골문 속으로 밀어넣었다. 기적적인 사건이 연출된 것이다.

“와, 골인(goal in)이다. 윤희선 씨 축하해요.”

라며 ‘개수리 4-H클럽활동 반원들’은 달려와서 윤희선 씨를 헹가래쳤다.

“멋쟁이……멋쟁이 ……윤희선 씨 ……”

이형준 씨도 뛰어 가서 윤희선 씨를 끌어 안아서 높이 들어 올렸다.

“윤희선 씨, 축하해요.”

“예, 봉사조장님, 고마워요.”

계속해서 양 팀의 남녀 선수들은 볼(ball)을 향하여 뛰고 또 뛰었다.

“갑식아, 이 쪽으로 차라.“

“덕배야, 백패스 해라.”

“미순 씨, 오른쪽을 보세요.”

이 때,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처음부터 축구 경기를 계속 보고 계셨다.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파이팅(fighting)!. 잘 한다.”

교감선생님께서 덕담을 하셨다,

“젊음이 좋아요.”

“나도 젊었을 때는 빠르게 움직이며 축구를 즐겼었지.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어요.”

라며 교장 선생님께서 넋두리를 하신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젊었을 때 축구를 잘 하셨겠어요. 저도 좋아했어요. 학급 별로 내기를 하면 저는 학급 대표로 뛰었어요.”라고 교감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실 말이 바른 말이지 저는 100m를 '12초 5'에 뛰었어요. 그 당시에는 고등학교 단거리 선수 기록이에요. 체육 선생님께서 학교 대표 축구선수로 선발해 주셨지만 저가 싫다고 했어요. 지난 얘기는 이제 그만 할래요.“

라고 말씀하신 다음 교장선생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이어서 교감선생님도 일어나셨다. 어느덧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었다.

이형준 씨는 윤희선 씨에게 말을 건넸다.

“윤희선 씨 조금 전에 골 넣은 것 다시 한 번 축하해요.”

윤희선 씨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원, 별 말씀을………다 봉사조장님 덕분이에요”

“윤희선 씨 후반에도 뛰십시오.”

윤희선 씨는 깜짝 놀라며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아뇨, 후반에는 남자 분들끼리 경기를 하도록 저희 여자 선수들이 빠져주는게 도리인 것 같아요.”

“역시 윤희선씨의 상황 판단력은 앞서 가세요.”

이형준 씨는 옆에 있는 최선숙 씨에게 말을 건넸다.

“선숙 씨는 운동을 좋아하나 봐요. 축구야 여성들이 안 하는 운동이지만 뛰는 자세가 좋아요.”

“예, 봉사조장님, 저는 학창시절에 학교를 대표해서 단거리 대회를 나간 적이 있었어요.”

“역시 다르더라 했어요.”

후반전은 남자 선수들끼리 멤머(member)를 재구성을 해서 축구 경기를 했다. 후반에는 이 형준 봉사조장과 임재철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장도 뛰었다.

봉사자가 귀할 때라서인지, 여러 곳에서 봉사 반원들에게 보낸 위문품이 답지했다. 평창군 군수님과 평창군 교육청 교육장님께서 각각 금일봉을 인편으로 보내주셨고, 대화면 면장님께서 사과 한 상자를 직접 오토바이(motorcycle)에 싣고 오셨으며, 봉사 대원들이 봉사하고 있는 개수리의 이장님께서 개수리 주민 한 분과 함께 김치, 된장, 고추장등 부식을 리어카(rear car)에 싣고 오셨다. 봉사자들의 회장님이 개수리의 이장님과 개수리 주민 한 분께 정중히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이장님께서 이렇게 밑반찬을 챙겨주시니 잘 먹겠습니다.”

이장님의 말씀이다.

“아무쪼록 집을 떠나서 고생이 많습니다. 나야 배운 것도 없는지라 땅을 파다가 죽으면 그만이지만 저의 2세들은 저의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군요. 아뭏든 우리 애들을 잘 이끌어 주세요.”

이은숙 부회장님의 말씀이다.

“저희들이 부족하나마 귀댁의 자녀들을 잘 이끌어주도록 힘쓰겠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순조롭게 따라와 주어서 기특하네요”

김정식 회원의 발언이다.

“저가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으로서 개수리 4-H클럽활동 반원들과 회의도 하고 또, 축구경기도 함께 하다가보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이렇게 피차 간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뭔가 이루어 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동네 주민 한 분이 묵묵히 대화를 듣고 있다가 한 마디 했다.

“우리 집에 큰 놈이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인데 이번 봉사활동 팀과 합류한 뒤로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어요. 이 놈이 이제는 철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모든게 봉사반원 여러분들께서 애를 써 주신 덕분이지요.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김기현 회원이 격려했다.

“아버님, 이해합니다. 저는 상고를 졸업했습니다. 은행에 취업을 했다가 뒤늦게 입시 준비를 해서 진학을 했습니다. 저의 경험에 따르면 아드님은 잘 될 거예요. 귀댁의 자제분은 대학 진학도 해낼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주민께서는 고개를 숙이면서 고마움의 뜻을 표시했다.

“감사합니다. 잘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신영식 총무님이 인사를 했다.

“두 분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총장님께서 인편으로 보내주신 금일봉도 수령했다. 이렇게 접수된 성금들은 'E. L. S'의 봉사활동 운영비로 투명하게 지출했고, 모두 영수증을 첨부하여―학교에 가서― 동아리 담당자에게 지출 내역을 공개했음은 물론이다.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오늘 합류한 봉사활동 지도교수님께서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셨다. 교감 선생님은 업무를 보시느라 겨를이 없는 탓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세 분의 대화 내용이 자못 궁금한 나머지 세 분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기로 했다. 신영식 씨가 세 분에게 합석할 것을 예의를 갖추어서 말씀드렸다. 세 분은 흔쾌히승락을 하시고 시간과 장소를 알려왔다. 시간은 12월 25일(수), 장소는 교장실로 정애졌다. 이형준 봉사조장님은 오후시간이 4-H클럽활동반의 일과시간이라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내일, 1교시가 끝나고 저는 교장, 교감선생님 그리고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유익한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저가 부재 중이라도 제 역할은 ‘김정식’ 반원님이 하실 것입니다.”

이어서 이형준 조장님은 ‘김정식’ 반원님께 부탁했다.

“김정식님, 제가 자리를 비울 때에는 반원님이 봉사조장님이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정식 반원님이 답변했다."

“예, 잘알겠습니다. 아무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12월 25일(수), 이형준 씨가 담당하는 4-H클럽활동반의 제1교시(오후 1:00~1:50),

생활이론경제학 강의가 끝났다. 합석하는 시간은 오후 2시~4시이므로 시간을 맞춰서

교장실로 갔다. 신영식 씨와 이형준 씨 그리고 김기현 씨는 교장, 교감선생님, 그리고

지도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세 분의 옆 자리에 앉았다.

나이는 교장선생님(64세)께서 지도교수님(50세)보다 14년이 위셨고 교감선생님(48세)은 지도교수님 보다 2년이 아래였다. 일정 때 한 분은 소학교의 훈도(일정때는 소학교 교사를 훈도라고 했음)이었고 두 분은 학생이었다. 지도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정 때, 각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일본인이었지만 평교사는 절반 이상이 저처럼 한국인이었어요. 교장선생님은 칼을 차고 다녔으므로 —호신용이었겠지만—살벌함을 느꼈어요. 가르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아주 엄격하시고 실력도 좋으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라고 말씀 하시자 교장선생님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저는 서울에서 ‘경성사범학교’를 다녔습니다. 정원의 절반 이상을 일본인들이 점유하였는지라 우리 조선인들은 합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렵사리 입학을 하고나면, 큰 어려움이 없이 졸업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공부하기가 수월찮았습니다. 공부하기가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사범학교의 교육과정이 알차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제가 나쁜 짓을 많이 했지만 교사 양성만큼은 철저했던 것 같아요. 현재 우리나라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교육대학이 일제 때 훈도 양성기관인 사범학교의 교육과정을 못 따라 와요. 우리는 그 시절에 오르간(organ)은 물론이고 악기를 2개 이상 다루었고, 미술은 미대의 버금 가는 수준으로 배웠어요. 과학은 우리들 전원에게 생물 해부 세트(Set)가 지급됨은 물론이고, 실험 실습 위주로 공부했어요. 또, 한문 실력과 교양을 향상시키 위하여 사서오경(四書五經, 사서(四書): 중국의 고전 중에서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대학(大學)을 가리킴. 오경(五經): 유교의 기본적인 경서 즉,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역경(易經)이라고도 함)), 예기(禮記), 춘추(春秋)을 말함)을 독파(讀破)시켰습니다. 일본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은 일찍부터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를 깨닫고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한 셈이지요”

말을 마치신 다음에도 교장선생님께서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했다.

한참 생각을 하던 지도교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여셨다.

“저는 8.15 광복 후에 ‘경성(京城)제국대학’이 사용하던 건물에서 공부했습니다. 다만 학교명은 독립한 우리 대한민국이 국립으로 세운 ‘서울대학교’라고 칭했습니다.

일제는 대일본제국(大日本帝國)의 국력을 과시하고 아울러 인재(人才)를 양성하기 위하여 일본 땅에 네 곳, 한국 땅에 한 곳, 도합 다섯 곳에―국가에서 설립해서 경영하는―대일본제국대학교(大日本帝國大學校)를 세웠다.

당시에 제국대학교는 막대한 국고를 들여서 세게적인 석학들을 교수로 모셨으며, 아울러 시설 면에서도 사립대학교(일본에 와세다(早稻田)대학교, 우리나라에 연희(延禧)전문, 보성(普成)전문 등)를 압도했다.

5대 제국대학교를 열거해보면 일본에 도쿄(東京)제국대학교, 교토(京都)제국대학교, 규슈(九州)제국대학교, 홋카이도(北海島)제국대학교 그리고 우리나라 서울에 있었던 경성(京城)제국대학교이다.)

우리들은 비록 일제의 손길이 닿아있는 곳에서 생활했어도 내 나라를 찾았다는 기쁨에 도취된 나머지 4년 내내 유쾌하게 생할했습니다. 저는 지리학에서도 경제(經濟)지리학(경제현상의 분포, 공장등의 입지, 물자나 인구의 지역간 이동 등을 연구함.)를 전공했습니다. 저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20년이 지나서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일본에 연수차 갔다가 2년간 연구하고 지난 해에 귀국했어요. 일본은 요즈음, 제이차세계대전의 상처를 말끔히 씻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요. 요즈음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농촌 처녀에게 장가 들기]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어요. 그 이유인 즉, 새로 태어난 2세에게는―외갓집이 농촌에 있으므로― 농촌 문화를 미리 체험시켜주자는 의도이지요.”

교감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저가 말씀을 드리게 되면 교장선생님께서 서운하시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저는 해방 직후에 춘천에서 ‘춘천사범학교’를 다녔어요.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36년 간을 식민지로 수탈당하다가 8•15 광복을 맞이하면서 ‘우리 글 찾기, 우리 말 찾기, 우리 얼 찾기‘운동이 전개되면서 사범학교도 대대적으로 정풍을 했습니다. 저가 ’거부 반응‘을 갖는 것 중에 하나가 ’황국신민(황제가 다스리는 나라의 신하와 백성)’이라는 말이예요. 그 말만 나오면 자다가도 몸에서 알레르기(allergy, 이상 과민증)가 돋아요. 처음에는 다소 어수선했지만 독립한 내 나라에서 공부한다는게 그렇게 좋을 줄을 그때 비로서 알았어요. ”

신영식 총무님이 교장선생님께 정중하게 질문을 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세요? 어쨌든 일본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병을 했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였으니까요. 식민지인 상태에서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훈도가 되셨잖아요.”

교장선생님은 차분하게 답변을 했다.

“그 점에 대해서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 당시에 저로서는 농사를 짓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한정되어 있는지라 저는 공부를 택했어요. 경성사범학교에 입학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서 저는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아무튼 죄송니다.”

이형준 봉사조장님은 지도교수님께 질문을 했다.

“저가 국사를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1800년대 말(末)에 ‘일본, 중국의 청나라, 러시아(Russia)’ 이상 삼국이 대한제국(우리나라)의 허술한 실태를 노리고 대한제국을 먼저 차지해서 자기네 나라의 식민지로 삼고자 시도했었습니다. 이렇게 삼국이 다투다가 일본이 발 빠르게 선수를 침으로써 일본은 청나라와 러시아(Russia)를 따돌리고 우리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삼아서 36년간 지배를 하게 되었다.”

이형준 봉사조장님은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그 시대에 어느 나라를 탓하기 전에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국정’을 그릇된 길로 운영한 우리 조상님들이 원망스러워요. 이제 와서 일본을 책하기 보다 두 나라가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서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한바탕 더 도약하기’를 바라면 되었지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그래요. 아픈 과거를 잊지는 말아야겠지만, 이제는 거기에 매여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가 더욱 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때라고 봐요.”

라고 지도교수님께서 답변하셨다.

김기현 반원님이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교감선생님, 해방 이후 우리나라가 살기 힘든 시절에 사범학교를 다니시느라 고초가 많았겠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살만하니까 어린이들이 좀더 올바르게 성장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희들의 몫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 답하셨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보리고개‘가 없어졌습니까? 우리 교육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어린이가 제대로 잘 자라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우리들의 본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이렇게 신영식 총무님과 이형준 봉사조장님, 김기현 반원님이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지도 교수님의 말씀을 빠뜨리지 않고 경청했다. 세 분의 대화 내용이 그대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이므로 모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여기에서 E. L. S의 대외활동 즉, 섭외활동에 대하여 언급하겠다.

E. L. S는 봉사 동아리이므로 대외보다는 대내, 그러니까 실제적인 대민 봉사를 중요시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외활동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개수리 봉사활동만 보더라도 평창군 군수님, 평창군 교육청 교육장님, 대화면 면장님,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이러한 분들로부터 사전에 허가를 득하지 못하면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현지에 투입될 수가 없었다. 방학 중에 실시하는 봉사활동의 경우 크게 세 가지의 섭외 행사를 치른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섭외행사의 경우는 봉사활동을 떠나기 두 달쯤 전에 ‘봉사활동 사전 답사’를 다녀오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군수님과 교육장님 그리고 읍장(면장)과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 공문서를 전달하고 아울러 우리 측의 상황을 설명해 드린다. 그런 다음 기관장들의 재가를 받아오는 것이다.

두 번째 섭외행사는 봉사활동을 떠나기 한 달쯤 전에 서울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다니며 봉사활동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의 찬조를 부탁하는 것이다. 물품의 내역을 보면 ‘연필, 볼펜, 공책, 교양도서 등’이었다.

끝으로 세 번째 섭외행사는 봉사활동의 현지에서 해당기간의 절반 정도가 지났을 때, 군수님과 교육장님, 읍장(면장)님을 공관으로 찾아 뵙고 ‘현재 실시하고 있는 봉사활동에 대하여 상세하게 보고를 드리는 의례’인 것이다.

12월 26일(복), 봉사활동 팀은 봉사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개수리 주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한쪽에서는 이 형준 봉사조장과 주용민 회언의 셥외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E. L. S (앞에서 소개했음) 인의 밤’이라고 간판에 적어 놓고 봉사 대원들 전원이 행사를 준비했다. ‘E. L. S 인의 밤’의 행사를 초등반과 4-H클럽활동반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개수리의 전체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마을 전체에 알린 다음, 개수리의 초등반 어린이들과 4-H클럽활동 반원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유쾌한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E. L. S. 인(人)의 밤‘ 하루 전날 초등반 어린이들과 4-H클럽활동반 반원들이 귀가시에 내일 부모님을 ’E. L. S. 인의 밤‘ 에 초대하는 안내장을 주어서 보냈다. 마을 전체에 전기가 안 들어오므로—어두워지기 전에 끝내기 위하여—오후 2시 경에 시작해서 오후 4시 경에 끝내기로 했다.

“내일 초등반은 단축 수업을 하겠어요, 3교시(11시 20분 종료)로 수업을 끝마칠려고 해요. 집에 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후 2시까지 강당으로 오면 됩니다.”

“4-H클럽활동반 반원들은 오후 2시까지 강당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E. L. S. 인의 밤‘을 진행하기 위하여 공동사회자 2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공동사회자 두 사람을 위촉해서 행사의 일체를 사회자 둘에게 일임(一任)하기로 했다. 공동사회자 2인은 임원회의를 해서 부회장인 이은숙 씨와 남자 회원인 김정식 씨로 결정했다.

사회자 둘이 모두 정해졌으므로 사회자 두 사람은 먼저 진행할 프로그램(program)을 짜놓고 ‘E. L. S 인의 밤’의 행사를 주도했다. ‘E. L. S 인의 밤’의 식순은 크게 써서 앞에 게시해 놓았다.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E. L. S 인의 밤’ 식순

1. 개회 선언(오후 2시)

2.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치사

3. 봉사활동 지도교수님 고별사

4. 여흥의 시간

• 개수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노래

•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노래

• 개수초등학교 교감선생님 노래

• 봉사활동 지도교수님 노래

•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의 노래

5. 폐회 선언(오후 4시)

12월 26일(목)’, E. L. S. 인의 밤‘이 개최되는 날이다.

공동 사회자인 이은숙 씨와 김정식 씨는 ’E. L. S. 인의 밤‘의 개막을 선언했다. 먼저 이은숙 씨가 말했다.

“지금부터 기다리고 기다렸던 ‘E. L S인의 밤’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식 씨는 말했다.

“모두 박수를 치세요.”

강당이 떠나가도록 박수 소리가 났다.

이은숙 씨가 말했다.

“먼저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치사(致謝)와 이어서 봉사활동 지도교수님의 고별사(告別辭)가 있겠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마이크(mike, microphone)를 잡았다.

“이제까지 봉사 동아리 팀이 저희 개수리에 오셔서 대단히 열성적으로 활동하셨습니다. 봉사 동아리 팀은 모든 여건이 불편한 데에도 불구하고, 우리 개수리를 위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지켜본 결과, ‘초등학생’들은 봉사하시는 선생님들과 하나가 되어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기할 사항이라면 ‘예비중학생을 위한 특별 상품’이예요. ‘한문 입문’이나 ‘예비중학생의 수학 특강‘은 대도시 같으면 비싼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서나 수강이 가능한 내용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 내용이나 지도 방법 등‘ 모든 면에서 학원을 능가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이들도 눈을 초롱초롱 뜨고 반응이 좋았어요.

4-H클럽(club)활동반’ 또한 ‘4-H클럽(club)활동 담당 봉사 반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지라 ‘4-H클럽활동반’의 반원 모두가 흡족해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봉사조장님이 강의하신 ‘생활이론경제학‘ 강의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봉사활동 반원들에게 박수를 쳐 드리는게 어떨까요?”

라고 말씀하신 뒤에 박수를 치자 모두 따라서 박수를 쳤다. 이어서 봉사활동 지도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여러분, 부족한 저희 봉사활동 반원들을 어여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교장선생님, 개수리 이장님 이하 모든 분들이 저희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어서 이렇게 무사히 끝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들은 저희들이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에게 베풀어주신 호의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그 은혜는 마음 속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행사에는 이형준봉사조장님과 또 한 분이 평창군청과 교육청 방문으로 빠졌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이어서 김정식 씨가 말했다.

“지금부터 여흥의 시간입니다. 이번 기회에 자기 자신이 숨겨놓은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독창과 합창을 듣고 난 다음에 학부모님들의 노래를 들었다. 이윽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지도교수님께서 노래할 차례가 되었다.

사회자인 부회장 이은숙 씨가 교장선생님께 말을 건넸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무슨 노래를 하실래요?”

“저는 교감선생님 그리고 지도교수님과 같이 부르겠어요.”

“그러면 세 분이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라고 공동 사회자 김정식 씨가 말했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지도교수님 세 분이 말씀을 나누었다. 세 분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겠다. 먼저 교장선생님께서 말문을 여셨다.

“이런 자리에서는 유행가보다 민요를 부르는 게 어떻겠어요?

교감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민요(민요(民謠), folk song)라면 국내곡과 외국곡으로 나누어집니다. 국내민요라면 아리랑, 도라지타령. 닐니리야, 청춘가, 이별가 등입니다. 외국민요, 특히, 미국의 컨트리(country)음악이 어떨른지요? 굳이 예를 든다면, 여수(객지에서 느끼는 쓸슬한 마음)(Dreaming of home and mother), 스와니 강(Suwannee River), 오! 수재너(Oh Susanna), 켄터키 옛집(My old Kentucky home), 메기의 추억(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올드 블랙 조(Old black Joe) 등입니다.

지도교수님께서 미국 유학시절을 떠올렸다.

“저는 미국의 컨트리(country) 음악에 푹 빠졌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들으면 들을수록 무아의 경지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교장선생님께서 결정을 내리셨다.

“제가 사범학교에 다닐때 미국의 컨트리 음악을 즐겨 불렀어요. 또 오르간(organ)으로 치기도 했고요. ‘메기의 추억’이 어떨까요?”

지도교수님과 교감선생님께서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예, 좋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 사회자 김정식 씨를 불렀다. 사회자가 가까이 오자 말했다.

“우리 셋은 곡명을 정했어요. 미국 민요로서 우리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곡이예요. ‘메기의 추억’을 부를래요.”

세 분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이 생각나도록 곡조에 흠뻑 빠져들었다.

메기의 추억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George Johnson 작사

James Austin Butterfield 작곡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야 내 희미한 옛생각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는 피워 만발 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야 내 희미한 옛생각

지금 우리는 늙어지고 메기 머리 백발이 다 되었다

옛날에 노래를 부르자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이 노래는 녹음 테이프가 준비가 안 되어서 한 여자 봉사 반원이 오르간(organ)을 쳤다. 노래를 부른 다음에 세 분은 자리를 뜨셨다. 봉사 반원들은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을—어린이들을 데리고 자택으로 돌아 가 쉬시라고—배웅했다.

이제는 봉사활동 팀의 ‘초등학생 지도 대원들과 4-H클럽활동 담당 봉사 대원들’, 그리고 ‘개수리 4-H클럽활동 반원들’ 이렇게 두 팀이 남았다. (봉사활동 대원들, 남성 8, 여성 5),(개수리 4-H클럽활동 반원들, 남성11, 여성 4)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데 이번에는 봉사 팀의 전병영 회장님의 차례가 되었다. 사회자 이은숙 씨가 말했다.

“회장님께서는 무슨 노래를 하실래요?

“저는 흘러간 노래를 좋아하는데 오늘 이 시간에는 개수리 임회장님과 또 저희 손춘례 서기님과 함께 부를래요.”

“좋습니다.”

세 분은 토의하고 나서 사회자 김정식 씨를 불렀다.

“울고 넘는 박달재’를 노래할게요.”

전병영 회장님은 ‘흘러간 노래’는 모르는 곡이 없을 정도로 즐겨 불렀다. 세 분은 박재홍 씨가 불러서 인기를 모았던 ‘울고 넘는 박달재’을 구성진 목소리로 재구성했다.

울고 넘는 박달재

(작사 반야월/ 작곡 김교성/ 노래 박재홍)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넘는 우리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집을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오 소리쳤오 이가슴이 터지도록/ 부엉이 우는산골 나를두고 가는님아/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가소/ 도토리 묵을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박달재 하늘고개 울고넘는 눈물고개/ 돌뿌리 걷어차며 돌아서는 이별길아/ 도라지 꽃이피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금봉아 불러보나 산울림만 외롭구나

사회자 이은숙씨가 말했다.

“잘 불러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신영식 총무님께서 한곡조 뽑아주시겠습니다.”

신영식씨가 앞으로 나왔다.

사회자 김정식 씨가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신영식 씨에게 말했다.

신영식 씨는 노래를 잘 하신다고 소문이 나 있어요. 오늘은 어떤 노래를 하실려는지요?”

“저는 김기현 회원님과 함께 부를거예요. 가수 ‘신중현’이 부른 ‘미인’을 부르겠습니다.·”

둘은 이미 사전에 합의가 되어 있었으므로 지체없이 바로 노래를 불렀다.

미인

신 중 현 노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싶네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싶네그 누구나 한 번 보면 자꾸만 보고있네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모두 사랑하네나도 사랑하네모두 사랑하네나도 사랑하네나도 몰래 그 여인을 자꾸만 보고있네그 누구도 넋을 잃고 자꾸만 보고있네그 누구나 한번 보면 자꾸만 보고있네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모두 사랑하네나도 사랑하네모두 사랑하네나도 사랑하네 모두 사랑하네나도 사랑하네모두 사랑하네나도 사랑하네 한번보고 두번보고 세번보고 네번보고 자꾸만 보고싶네한번보고 두번보고 세번보고 네번보고 자꾸만 보고싶네

윤희선 씨와 최선숙 씨의 차례가 되었다. 사회자 김정식 씨가 두 분을 호명했다.

윤희선 씨와 최 선숙씨가 손을 맞잡고 나왔다, 사회자 이은숙 씨가 물었다.

“윤희선 부반장님과 최선숙 씨는 무슨 노래를 할 거예요?”

“딕 훼밀리(Dick Family)가 부른 '나는 못난이‘를 할래요.”

“예, 좋습니다. 잘 해보세요.”

나는 못난이

딕 훼밀리(Dick Family)

해도 잠든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소근대는 너와 나를 흉보는가봐설레이며 말못하는 나의 마음을용기없는 못난이라 놀리는가봐랄랄랄라 라라랄랄라 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미소짓는 그 입술이 하도 예뻐서입맞추고 싶지마는 자신이 없어누군가가 요놈하며 나설 것 같애할까말까 망설이는 나는 못난이랄랄랄라 라라랄랄라 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미소짓는 그 입술이 하도 예뻐서입맞추고 싶지마는 자신이 없어누군가가 요놈하며 나설 것 같애할까말까 망설이는 나는 못난이나는 못난이 나는 못난이

그 당시의 인기곡은 대부분 카세트 테이프(cassette tape)에 저장이 되어 있었으므로 곧 바로 음악이 나왔다. 윤희선 씨와 최선숙 씨 이렇게 둘은 노래를 시작했다.

“윤희선 잘 해봐.”

“최선숙 이쁜이”

둘은 ‘나는 못난이’를 율동도 하면서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에 사회자 김 정식 씨가 와서.

“두 분께서는 노래를 잘 하셨어요. ‘못난이들’ 같이 노래를 잘 부르시네요.”

라고 말하자 최선숙씨는 말했다.

“부끄러워요”

이어서 개수리 클럽할동반에서 몇팀이 노래를 부른 다음, 양진모 씨의 차례가 되었다.

한국민이라면 누구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보리밭’이다.

보리밭

작사: 박화목

작곡: 윤용하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며

고운노래 귓전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하늘만 눈에 차누나

보리밭을 거닐며, 구수한 사랑을 만들어 보자꾸나,. 돌이와 순이가 순박한 꿈을 꾸던 곳이 양진모 씨가 좌석으로 돌아간 뒤에 관중석에서 ‘사회자’하는 소리가 나왔다. 개수리 4-H클럽활동반 쪽이었다. 그런 뒤로 점점 소리가 더 커지더니 급기야 청중의 절반 이상이 ‘사회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공동 사회자인 이은숙 씨와 김정식 씨는 두 분이 부를 곡을 상의했다. 드디어 결정이 나자 이 은숙 씨가 마이크(mike, microphone)에 입을 갖다 대고 말했다.

“예, 저희 둘도 노래를 하겠습니다. ‘라나에로스포(개구리와 두꺼비라는 뜻의 이태리어)’의 ‘사랑해’를 하겠습니다.”

청중석에서는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사랑해 

라나에로스포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당신이 내곁을 떠나간 뒤에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예예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미워해 당신을 정말로 미워해당신이 내곁을 떠나간 뒤에밤마다 꿈마다보고싶은 내사랑아예예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예예예

예예예—

미워해 당신을 정말로 미워해

계속해서 순서대로 돌아간 다음 ’E. L. S. 인(人)의 밤‘의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

사회자 이 은숙 씨가 말했다.

“즐거웠던 ’E. L. S. 인(人)의 밤‘이 모두 끝났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내일 12월 27일(금)은 일과표대로 초등반 수업은 10시 30분에 마치게 되고 또 내일은 송별식이 있습니다. 4-H 클럽활동반의 송별식은 10시 정각~10시 30분, 초등반의 송별식은 10시 50분~11시 20분에 거행할 예정압니다. 이상입니다.”

사회자 김 정식 씨가 마무리로 인사말을 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금년 한 해도 저물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을 잘 보내시고 대망의 내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라고 말한 뒤에 두 사람은 청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청중들은 큰 박수로 받아주었다.

12월 26일(목), 세 번째 섭외활동을 하는 날이다. 이날 교내에서는 ’E. L. S. 인(人)의 밤‘이 열리는 날이지만 섭외활동도 동시에 추진했다. 섭외 업무는 주무 부장인 이형준 섭외부장 겸 봉사조장이 주관을 해서 처리했다. 보통 총무님이 일조(一助)를 했지만 이번에는 총무님이 못 가고 대신 반원들 중에서 한 분을 택해서 보좌하게 했다. 이형준 섭외부장을 보좌할 회원은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상의해서 결정했다. 새로 섭외부장을 보좌할 반원은 주용민(朱容民)이라고 하는 남자 반원으로서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늘 웃는 얼굴이었다. 더욱이 합기도가 공인 2단으로서 체격이 건장했다. 봉사반원들은 섭외활동을 나가는 두 사람에게—면사무소 소재지에 가면 구할 수 있으므로 구입해 달라며—구입할 품목을 적은 쪽지와 비용을 전달했다.

“봉사조장님, 군밤 좀 사다가 주세요.”

“봉사조장님, 여기 쪽지에 적은대로 약을 사오세요.”

‥‥‥‥‥‥

당초의 방문 예정지는 평창군 군청, 평창군 교육청, 대화면 면사무소이었으나 —대화면 면사무소는 면장님이 수일 내로 개수리를 방문할 예정이니 이번에는 안 와도 좋다고 봉사활동 첫날에 회장님이 대화면 면사무소에 들렀을 때 통보를 받았음—실제로 이번에 가야할 곳은 평창군 군청, 평창군 교육청 두 곳이었다.

이형준 씨는 주용민 씨와 함께 아침 일찍부터 섭외활동을 떠날 채비를 하고 지도교수님, 회장님 이하 반원들에게 잘 다녀오겠노라고 인사를 한 다음 평창군청으로 떠났다.

이형준 씨는 지난 번 ‘봉사활동 사전 답사’ 때부터 두 번째이지만 처음 온 것과 같은 태도로 군수님께 예의바르게 인사를 했다.

“군수님 그간 편안하셨는지요?”

“예, 저야 잘 있었지만 추운 날씨에 봉사반원들의 고생이 심해요. 봉사 반원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기 위하여 우리 군에서는 성의표시를 할려고 하고 있어요. 아마 내일쯤이면 봉사활동 현지로 우리 군청 직원이 갈 거예요. 이 자리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저에게 말씀해 보세요.”

이형준 부장님은 대답했다.

“없습니다.”

“고생스럽지만 좀 더 수고해 주세요.”

라며 군수님은 두 반원에게 각종 홍보 자료를 챙겨주셨다. 이형준 부장님은 각오를 피력했다.

“군수님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여 보람있게 마무리하겠습니다.” ”

이어서 평창군 교육청으로 갔다.

이형준 씨가 인사를 했다.

“교육장님 안녕하세요.”

교육장님은 기억력이 비상했다. 두 달 전에 한 번 보았는데 직책을 기억하셨다.

“섭외부장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총무님이 안 보이네요.”

기억할만도 한 것이 이번 동계방학 중 평창군에 봉사활동을 등록한 단체가 우리팀 밖에 없단다. 이형준 씨는 공손히 답변했다.

“교육장님께서 저를 알아봐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총무님은 못 오셨어요. 지난번에 교육장님께서 해 주신 말씀들이 가슴에 와 닿아서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평창군은 반공의식이 투철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산악지역이 많아서 다소 낙후된 면이 있지만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내재된 군입니다. 우선 이곳 평창군의 토양과 기후에 적절한 곡식을 개발한다면 그동안 헐벗었던 군민들이 가난을 면하게 될 터입니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평창군이 지니고 있는 천혜의 자연 환경입니다. 평창군을 동계 스포츠(Sports)의 메카(Mecca. 이슬람교의 발상지로서 동경의 땅을 의미함)로 키운다면, 겨울철 스포츠(Sports)인 피겨 스케이트(Figure skate), 스피드 스케이트(Speed skate), 쇼트 트랙 스피드 스케이트(Short track Speed skate), 스노우 보드(Snow board), 스키(Ski), 아이스 하키(Ice hockey), 봅슬레이(Bobsleigh),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 루지(Luge), 바이애슬론(Biathlon), 컬링(Curling) 등과 같은 동계 스포츠(Sports)의 낙원(樂園)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점차적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저의 그 소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평창에서 태어나서 30여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평창을 국내에서 우뚝 서게 해보자’라는 목표를 한시라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교육장님께서 주용민 반원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새로 오신 봉사반원은 고향이 어딘신가요?”

주용민 반원은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예, 경남 사천입니다.”

교육장님이 말씀하셨다.

“저하고 교육장 연수를 같이 받은 동료가 지금 사천에서 교육장을 하고 있어요. 인간성이 무난한 친구라서 지금도 사흘에 한 번씩 통화를 하고 있어요. 봉사반원님 우리 개수초등학교의 어린이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을 잘 부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교육장님은 이형준 씨에게도 말씀하셨다.

“섭외부장님은 고향이 강원도 태백시라고 했지요. 모쪼록 우리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 주세요.”

“예, 교육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제 평창군과 저하고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평창군을 위하여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교육장님 말씀이다.

“예, 감사합니다. 홍보물을 가져가세요.”

교육장님께 하직인사를 드린 뒤에 둘은—대화면사무소를 통과해서—봉사활동 본부가 있는 개수초등학교를 향하여 귀로에 올랐다. 목적지까지는 두 시간 동안의 산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의 시각은 오후 여섯시였다. 날이 금세 어두워졌으므로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형준 씨는 주용민 씨에게 물어 보았다.

“캄캄해서 등산로를 못 찾겠어요. 우리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지름길을 알아낸 연후에 개수리로 향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주용민 씨가 대답했다.

“그러실 필요가 없어요. 통행로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니면 생기는 것인데 별 걱정을 다 하세요. 길이 안 보여도 가다 보면 연결이 될 거예요.”

실로 주욤민씨다운 말이었다.

이형준 부장님은 ‘산길은 겸손하게 다녀야 한다. 길이 나 있는 곳으로 다녀야지 길이 안 난 곳으로 다니면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다.’라는 교훈을 이미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그가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그와 그의 친구는 둘이서 강원도 태백산에 등반을 갔었다. 산에 대한 정보가 없는 초행 길이라 그냥 남들이 가는 대로 따라서 올라갔다. 지도상의 목적지를 파악해서 이동하기에는 퍽 까다로웠으나 —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젊은 혈기에 그냥 발 가는 대로 통과했다. 그래도 워낙 등산에 자신이 있는 데에다가 방학 중이라 시간이 여유가 있고 부식도 넉넉했으므로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 날은 날이 어두워서 그냥 텐트(tent)를 치고 잤다. 다음날 아침에 두 사람의 위치를 점검해 본 바에 따르면 하산하고자 하는 예정지에서 무려 12km나 벗어나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겼는가 확인해본 결과, 길이라는 게 산의 정상에서는 ‘좌향좌, 우향우’ 정도의 방향 전환에 불과했으나 산 밑에서는 큰 원을 그리면서 12km라는 오차가 생긴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산에서는 아무렇게 안다니고 반드시 지형을 파악한 후에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이형준 부장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지 않지요. 어떤 경우라도 길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제가 하자는 대로 하세요”

“저도 등산을 좋아합니다.”

이형준 부장님은 마음에 안 내켰지만 주용민 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럼, 주용민 씨의 뜻을 따르기로 하지요.”

“예, 감사합니다.”

이형준 씨와 주용민씨는 분명히 봉사활동 본부 쪽을 목표로 약 한 시간 동안 등산을 했는데―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가는가 하면 갑자기 길이 끊어지고 낭떠러지가 나타나는 지라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인지라 물어볼 곳도 없어서 그 상태에서 다시 길을 찾았지만 20분 정도 가면 길이 또 끊어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이형준 씨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시계바늘은 오후 7시 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문득 반원들 생각이 났다. ‘반원들이 섭외활동 나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봉사활동 본부에 도착 예정 시간을 밤 8시로 알려줬는데 아마 학수고대하고 있을 거야.’ 또한 ‘산길은 겸손하게 다녀야 한다. 길이 나 있는 곳으로 다녀야지 길이 안 난 곳으로 다니면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다.’라는 교훈을 절감했다. 이형준 씨는 말했다.

“이제부터 저의 말을 들으세요.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왔던 길을 길을 되돌아서 마을로 가십시다. 마을 주민에게 길을 물어서 가는 거예요.”

“예”

주용민 씨는 길이 어긋남에 질려서 그 기세가 꺽여 있었다. 이형준 씨와 주용민 씨는 동네 주민에게 길을 물어서 지형읕 안내받은 다음 밤 7시30분에 새로이 출발했다. 이제부터 두 시간 여의 밤길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형준 씨는 작가 이효석, 1907~1942)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평창의 봉평장날, 노점에서 드팀전(피륙을 파던 가게)을 열었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 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 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렸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 선달이 그날 번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 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여 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 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의 전들 거두고 있었다. 약바르게 떠나는 패도 있었다. 어물장수도 땜장이도. 엿장수도 생강장수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진부와 대화에 장이 선다. 축들은 그 어느 쪽으로든지 밤을 새며 육, 칠십리 밤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 된다.

중략(中略)

허생원은 호탕스럽게 놀았다고는 하여도 계집 하나 후려보지는 못하였다. 계집이란 쌀쌀하고 매정한 것이었다.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신세가 서글퍼졌다. 일신에 가까운 것이라고는 언제나 변함없는 한 필이 당나귀였다. 그렇다고는 하여도 꼭 한 번의 첫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단 한번의 괴이한 인연, 봉평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 시절의 일이었으나 그것을 생각할 적만은 그도 산 보람을 느꼈다.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허 생원은 오늘 밤도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 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 생원은 시치미를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 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 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불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 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주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 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 가는 일색이었지.——팔자에 있었나 부지.”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를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비록 소설 속의 내용이기는 하지만 대화면의 산길을 한밤중에 걷는 것은 매일반이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완연히 깊은 산이라서 두 사람 모두 강심장이라고 자부해 왔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형준 씨나 주용민 씨는 산이 주는 위압감에 위축되고 말았다. 하물며 간혹 짐승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네발 짐승들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산중에서랴? 이러할 때 만약 맹수가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할까? 이형준 씨는 중국 4대 기서(奇書)의 하나인 수호지(水滸志)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소설의 시대 배경은 북송(北宋)(960~1127)의 제 8대 황제 휘종(徽宗)의 치세(治世)기(1101~1125)였다. 양산박(梁山泊)이라는 물가의 거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108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들이었다.

그 중 소설의 제22회분에서는 108호걸 중 하나인 무송(武松)이 고향으로 가는 중에 벌어진 사건을 묘사했다. 무송은 주막에 들러서 술을 여러 사발 마시고 만취 상태에서 경양강이라는 고개를 넘고 있었다. 그는 고개마루에서 길 가는 행인을 괴롭히던 호랑이를 만났다. 그는 격투 끝에 호랑이를 맨 손으로 때려잡았다.

‘무송은 일당백(一當百)이라는 용력(勇力)이나 있지, 이형준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주용민 씨를 믿자니 합기도 공인 2단 치고는—기술은 어떨지 몰라도—맹수와의 대결에서 뒷걸음질 안 치는 기백(氣魄)이 부족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형준 씨는 등골이 오싹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다. 주용민 씨가 즐겨 부르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조용필 노래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가고파 목이 메어 부르던 이 거리는 그리워서 해매이던 긴긴날의 꿈이었지 언제나 말이 없는 저 물결들도 부딪쳐 슬퍼하며 가는 길을 막았었지 돌아왔다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12월 말이라서 그런지 매우 추웠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노래를 중단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것도 몇 번을 하니까 싫증이 났다. 노래를 하다가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라도 나면

노래 소리가 끊어졌다. 노래에 파묻혀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한 소절이 끝나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서 불렀다. 그러던 중 어느덧 목적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형준 씨는 주용민 씨의 손을 꼭 잡으며 외쳤다.

“주용민 씨 우리는 해냈어요. 이 깊은 산 속을 한밤중에 통과했어요.”

“예, 저는 교훈을 하나 얻었어요.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거예요.”

이 형준 씨와 주 용민 씨는 밤 아홉시 반 경에 봉사활동 본부에 도착했다.

봉사활동 본부의 반원들은 ‘E.L.S인의 밤’ 행사가 끝난 뒤에—이형준 씨와 주용민 씨가 밤 8시에 오기로 했는데 안 왔으므로—밤 8시부터 밤 9시까지 ‘일일결산회’를 마치고 나서 일손을 거둔채 30분동안을 좌불안석(坐不安席)하였다. 두 사람이 오자 반원들은 환성을 터뜨렸다.

“와, 두 분이 오셨다.”

“부탁한 물품을 사오셨는 게 틀림없어.”

“인적이 없는 야밤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는 개수리로 넘어오는 산길이 워낙 깊은 산중이라서 대낮에도 무섭더군. 하물며 해가 진 다음이니 모르긴 몰라도 두 분이 십년감수(十年減壽)를 하셨을 거야.”

‥‥‥‥‥‥‥‥‥‥

이형준 씨와 주용민 씨는 도착한 즉시 지도교수님과 회장님께 보고를 했다. 이형준 씨가 다녀온 결과를 말씀 드렸다.

“교수님, 회장님, 저와 주용민 씨는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약속시간은 못 지켰지만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군수님과 교육장님께서 ‘노고가 많다’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애썼다고 말씀하셨다.

“두 사람은 험한 밤길에 수고가 많았네. 대역사(大役事)를 잘 감당(堪當)해 내었어.”

“고생했어요. 두 분이 헌신적으로 땀을 흘려줌으로써 저희들은 더욱더 용기 백배하여 마무리를 할 수가 있어요. 이제 푹 쉬세요.”

라고 회장님이 말했다.

12월 27일(금), 봉사활동이 끝나는 날이다.

10시 정각에서 10시 30분꺄지 개수리 4-H클럽활동반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들과의 송별식 행사를 진행했다. 식순은 다음과 같다.

•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장님(임재철)의 송사(送辭).

•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조장님(이형준)의 답사(答辭).

• 헤어짐의 시간.

임재철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장님께서 송사를 했다.

“존경하는 봉사반원 여러분!

낯선 땅에 오셔서 고초가 많으셨습니다. 저희 개수리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은 마을입니다. 먼저 이형준 봉사 조장님께서 강조하신 세 가지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는, 개수리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특용 작물을 찾는 것인데요. 이것은 이미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조만간 기대할 만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낙관(樂觀)하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대화면 소재지에서 개수리까지 하루 5회 이상 운행하는 직행 버스를 유치하는 것인데요. 이것 역시 추진 중입니다. 걸림돌이라면 버스 회사에서—수지 타산이 안 맞아서—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 역시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셋째로는, 개수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어린이들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대화면 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도록 조치하는 것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된 바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꼭 실현시키겠습니다.

우선 이 세 가지라도 실천한 다음에 다른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모든 것이 봉사반원 여러분들의 은공입니다. 더군다나 봉사 조장님께서 ‘생활이론경제학’을 강의해 주셔서 무지(無知)한 저희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아무쪼록 봉사반원 여러분들의 앞날에 하느님의 자비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봉사조장 이형준씨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에게 답사를 했다.

“친애하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 여러분, 부족한 저희들과 같이 생활하시느라 대단히 수고가 많았습니다. 개수리의 4-H클럽활동반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모든 반원들이 일치단결하여 노력해 옴으로써 밝은 미래가 보이고 있습니다. 임재철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우선 세 가지부터 실천한 다음에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잘 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상견례 때, ‘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였습니다. 저희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 반원들‘ 도 청년(靑年)이고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 여러분‘들도 청년(靑年)입니다. ‘청년(靑年)은 미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幸福)하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알찬 4-H 클럽활동이 되고자 일층(一層)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 반원들’ 모두는 ‘빛나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발전’을 위하여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형준씨는 임재철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장님과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이형준씨가 임재철 반장님께 제안을 했다.

“반장님, 우리 둘은 앞으로 계속 전화를 하고 편지도 주고 받는게 좋겠어요.”

“예, 봉사조장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 이후, 지속적으로 교신(交信)을 하는게 좋겠어요.

라고 임재철 반장님도 답변했다.

상호 간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에, 김기현 회원님께서 마이크를 잡고 석별의 인사말을 전하였다.

“친애하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 여러분, 저도 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리어카(rear car)에 물품을 싣고 다니면서 판매하는—노점상을 해보았습니다. 저가 느낀점이라면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벌어봅시다.”

김기현 회원님의 말이 끝나자 모두들 우레와 같이 박수를 쳤다.

와∼와∼

이형준 씨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윤희선 씨가 이형준 씨와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봉사조장님,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조장을 맡으셔서 대단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끝마치니까 보람이 있죠?”

“윤희선씨는 저를 못 도와준 점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윤희선씨가 이렇게 참여해주신 것이 바로 저를 도와준 것입니다. 아무튼 보람이 있었슴니다..”

이형준 씨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에게 헤어짐의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봉사조장님, 저희들 때문에 애를 많이 쓰셨어요. 고맙습니다.”

“원, 별말씀을 다 하세요. 여러분들이 노력하셨어요. 앞으로 ‘개수리 4-H클럽활동반’에 경사가 있을 거예요. ”

김기현 씨, 김정식 씨, 주용민씨, 양진모 씨 외 두 분은 고락을 함께한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의 구성원(member)으로서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오늘 떠난다고 해서 아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편지를 주고 받는게 어떨까요? 여름방학, 겨울방학 기간에는 저희들이 봉사활동을 못올 경우에도 아랑곳없이 우리 ‘개수리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원’들은 오겠습니다.”

이상 양진모 회원의 말이다.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휴대폰(Handphone)의 보급이 안 되었는지라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의 교신(交信)은 편지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시, 봉사왈동이 끝나는 날(12월 27일, 금)이다. 초등반 수업이 10시 30분에 모두 끝났다. 예정대로 10시 정각에서 10시 30분까지 강당에서 개수리 4-H클럽활동반 송별식을 마친 후에 10시 50분부터 11시 20분까지 초등반 송별식이 열렸다. 초등반 담당 봉사반원들은 그동안 정들었던 초등반 어린이들과 석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회장님 즉, 개수초등학교 겨울방학 캠프의 교장선생님은 줄곧 아끼고 돌보아 주었던 초등반 제자들에게 이별의 인사를 했다.

“어린이 여러분, 선생님은 어린이 여러분들과 헤어지게 되어서 매우 서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린이 여러분 모두는 주위에 분들로부터 ‘칭송을 듣게 되는, 존경을 받는 위대한 사람들’이 될 거예요. 이 선생님이 믿습니다. 이제부터 상견례(相見禮) 때 소개했던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 선생님의 ‘어린이 예찬(禮讚)’을 추가로 음미(吟味)해 보겠습니다.

‘마른 잔디에 새 풀이 나고 , 나뭇가지에서 새 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봄이 왔다고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는 이도 어린이고, 꽃이 피었다고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이도 어린이다. 별을 보고 좋아하고, 달을 보고 노래하는 것도 어린이요, 눈이 온다고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산을 좋아하고, 바다를 사랑하고, 큰 자연의 모든 것을 골고루 좋아하고, 진정으로 친애하는 이가 어린이요, 자연과 함께 춤추며 사는 이가 어린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요, 모든 것이 사랑이요. 또 모든 것이 친한 동무다. 자비(慈悲)와 평등(平等)과 박애(博愛)의 환희와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 사는 이가 어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그대로가 하늘의 뜰이다. 우리에게 주는 하늘의 계시(啓示)다.’

어린이 여러분! 저희 선생님들께서 어린이 여러분들에게 들려준 금언(金言)들을 명심(銘心)하면 반드시 희망찬 내일이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명심하고 잘 따르겠다는 뜻으로 박수를 쳐볼까요?”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어린이들은 전원이 유쾌하게 박수를 쳤다.

회장님은 돌아 다니면서 초등학교의 어린들에게 하나 하나 악수를 청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예, 선생님”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자신들을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과의 작별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개수초등학교 겨울방학 캠프(camp) 교장선생님이신 회장님과 교감선생님이신 이은숙 부회장님 외에 신영식 촘무님, 손춘례 서기님, 그 외에 남자 반원 한 분과 여자 반원 세 분도 초등학생들과 같이 아쉬운 시간을 가졌다.

이은숙 부회장님은 일일이 손을 꼭 쥐어주며 격려를 해 주었다.

“멋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예”

이은숙 부회장님은 전체 어린이들에게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이 멋있는 사람이 될려면 어떻게 하라고 말했던가요? 누가 말해 볼까요?”

어린이들은 서로 시켜달라며 손을 들었다. 이은숙 부회장님은 멀리 떨어져 있는 한 남자 어린이를 지적했다.

“뒤에 명식이가 말해 보렴.”

“첫째로, 적어도 10년 이상 자기 자신의 앞날을 내다 보면서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 다시 말해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자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줄 아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잘 말해주었어요. 우리 모두 멋쟁이가 됩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할 수 있다.(I can do.)’라고 말해 보세요.

어린이들은 크게 말했다.

“나는 할 수 있다.”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봉사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봉사반원 여러분, 그동안 집을 떠나서 고충(苦衷)이 많았으리라고 믿습니다. 지난번에 제 자신의 행동에서 다소나마 봉사반원 여러분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던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쪼록 넓은 마음으로 감안(勘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한 가지 사건에 얽매이게 되면 주변 상황을 못 보는 단점이 있어요.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심해지네요. 지나고 나면 후회로 남아요.“

그리고는 봉사 반원들에게 악수를 청해주셨다. 봉사 반원들도 교장선생님께 정중히 인사를 드린 다음, 교장선생님께서 청해주신 악수에 응했다. 봉사반원들은 교장선생님과 악수를 한 다음에 교감선생님께로 갔다.

김기현 회원이 말했다.

“교감선생님, 저희들이 이곳에 온 후로 흰머리가 더욱 많아지신 것 같습니다. 부디 안녕히 계세요.”

“예, 수고들 많았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교감선생님께서는 봉사 반원들에게 하나하나 악수를 해 주셨다.

행사가 끝나고 헤어질 즈음, 신영식 씨와 손춘례 씨는 예비 중학생들을 불러내어 운동장의 한 쪽 귀퉁이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나서 신영식 씨는 일장 연설을 했다.

“예비중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이번 방학 동안에 저하고 손춘례 선생님 수업인 ‘한문 입문’과 ‘예비 중학생의 수학 특강’을 수강하면서 열심히 공부했으므로 중학교에 가서 공부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혹시 진학을 못할 시에는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할 수가 있으므로 포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손춘례 선생님도 말했다.

“사랑하는 예비중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전원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마칠 수 있다고 선생님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예비중학생 여러분 파이팅(fighting)!”

말이 끝나자 한 어린이가 나서서 큰 소리로

“우리 선생님 두 분을 헹가래쳐 드리자.”

어린이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두 선생님을 둘러싸고 난 뒤에 신영식 선생님과 손춘례 선생님을 차례대로 혱가래쳤다.

“선생님, 존경해요.”

“선생님, 사랑해요.”

“그래, 포기하지 말고 우뚝 서야 된다.”

“얘들아, 너희들의 앞날에 늘 손춘례 선생님의 영혼이 함께 있어 주마.”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개수초등학교 선생님들, 개수리 이장님, 개수리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봉사반원들은 개수리를 떠났다.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예, 잘가요. 다음에 또 봐요,”

“김 선생님 연락할게요.”

“예, 저도 자주 안부를 전할게요”

봉사반원들은 개수리 주민들과도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개수리 이장님, 그동안 저희들을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여러분들이 낯선 땅에 오셔서 고생이 많았지요. 이제 가시면 남은 방학 기간에 휴식 시간을 가지세요.”

“정수철 학부모님, 감사합니다. 부디 안녕히 계세요.”

“예, 선생님께서도 안녕히 가세요. 우리 수철이를 잘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봉사반원들은 개수리에서 장평까지 두 시간 동안 커다란 산등성이 두 곳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만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형준 씨는 구봉(龜峰) 송익필(宋翼弼, 1534~1599, 조선 중종 29~선조 32)의 시를 애송(愛誦, 글이나 노래를 즐겨 욈.)했다. 그는 늘 송익필이 쓴 시 몇 편을 적어서 휴대(携帶)하고 있었다. 이형준 씨는 산봉우리를 내려오면서 송익필의 ‘산을 내려오며(하산(下山))‘를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산을 내려오며(하산(下山))

송익필(宋翼弼)

끄트머리 밤 맑은 종 울려

지팡이 짚고 푸른 산 내려

바위에 꽃은 아깝기도 해

물을 따라서 세상에 나가

下山

宋翼弼

殘夜鳴淸磬(잔야명청경)

攜笻下碧山(휴공하벽산)

巖花猶惜別(암화유석별)

隨水出人間(수수출인간)

이형준 씨는 배낭을 둘러메고 산길을 걸어가면서 읊조렸다. 걸어가던 중 회장님으로부터 ‘전체 휴식(休息)’이라는 말이 떨어졌다. 봉사 반원들은 현 위치에서 각자 짝을 지어서 쉬었다.

이윽고 꿀맛같은 휴식시간이 끝나고 봉사반원들은 장평터미널을 향해서 걷고 또 걸었다. 한 번 더 휴식시간을 가진 뒤에 봉사반원들은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봉사 반원들은 이와같이 개수리의 초등학교 어린이들, 또 개수리의 4-H클럽활동반 반원들과의 예정된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봉사활동을 다녀온지 3일 후(12월 30일)에 ‘봉사활동 평가회’를 가졌다.

지도 교수님을 모시고 임원 다섯 분(회장 전병영, 부회장 이은숙, 총무 신영식, 섭외 부장 겸 봉사조장 이형준, 서기인 손춘례 회원과—간부가 아닌 평회원으로서는 멋진 발언을 주도했고 ‘E. L. S 인의 밤’에서 공동 사회자로 활동했던 김정식(金政植) 회원과 늘 확고한 신념으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는 김기현(金基賢) 회원, 평창군 군청과 평창군 교육청에 섭외활동을 마치고―야간에 외딴 산길을 추위와 무서움에 떨면서 왔음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은 주용민 회원, 적극적인 자세로 열성적이었던 양진모 회원, 이번 봉사활동에는 불참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강순구 전임 총무 —도합 11명이 소속된 대학교의 회의실에서 이번 동계 방학 중에 실시한 봉사 활동에 대하여 반추(소나 양 따위가 먹은 것을 되내어 씹는 것)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는 총무 신영식 씨가 맡았고 서기인 손춘례 씨가 회의록을 작성했다.

사회자: 안녕하십니까? 봉사활동이 며칠 전에 끝났는데 아직도 봉사활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것 같네요. 오늘은 지도 교수님을 모시고 말씀을 나누게 되었어요. 아무 부담이 없이 편하게 의사를 발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전임 총무였던 강순구(姜淳求) 회원이 참석하셨어요.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강순구 회원을 향하여 힘차게 박수를 쳤다.

사회자: 저희 지도교수님께서 바쁘신데에도 불구하고 금번 동계 봉사활동에 참여하셔서 저희들을 정성을 다하여 지도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지도교수님 말씀을 듣겠습니다.

지도교수: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저와 회원들 모두가 함께 생활해야 마땅한데, 저는 그렇게 하지를 않아서 미안해요. 제가 없는 사이에—여러분들과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간에 일어난—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감내(堪耐)해 냈다니 회장님 이하 각 회원 여러분들께서 십년감수를 했어요. 그 외에는 회원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 해 주었고 저는 힘 닿는데 까지 지원을 해준 정도예요. 고맙습니다.

사회자: 회장님과 부회장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회장: 지도교수님 말씀대로 전원이 일치 단결하여 열심히 활동해 주셔서 무사히 마친 것 같습니다.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부회장: 저도 회장님 말씀대로 회원 여러분들께서 집을 떠나시면 힘드실텐데 불평 한 마디 없이 생활을 잘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자: 전임 총무로서 지난 여름 방학 때에는 강원도 춘성군 남면 방하리에서 봉사활동을 진두 지휘하였고, 이번 봉사활동에는 불참하였지만 매일 대학교에 나와서 우리 봉사활동 팀과 대학 당국 간에 가교(架橋)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강순구(姜淳求) 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강순구: 여러분 모두 전심전력(全心全力)을 다하여서 활동하셨어요. 저도 지난번에는 강원도 춘성군 남면 방하리에 다녀 왔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깊은 산중이랄 수 있는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에서 고생하신 학우 여러분께 ‘이제 좀 푹 쉬세요’라는 말씀을 거듭 드리고 싶어요.

이 때 좌중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강순구 회원은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이었는데—역사학에 심취’하여 대학 교수가 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대학교수’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었다. 지난 여름 방학이 끝난 이후부터 동아리의 모든 공식 행사를 뒤로 한채 자기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사회자: 섭외부장 겸 봉사조장 이형준 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이형준: 저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조장’을 맡아서 ‘개수리 4-H클럽활동반’에 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수리가 이제까지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모든 환경이 열악’한 나머지 의욕이 상실되었던 겁니다. 이제 충분히 자극이 되었으므로 점차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젊은이들부터 변화가 오기 시작하면 나이가 든 세대에서도 젊은 세대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밖에 없겠지요. 한마디로 말씀드린다면 고무적(鼓舞的)이라고나 할까요.

사회자: 서기이신 손춘례 씨와 임원이 아니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이번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김 정식 반원과 김기현 반원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손춘례: 저는 별로 한 것이 없는데 칭찬을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오로지 초등반 어린이들과 생활해 왔지만 초등반은 만족스럽습니다. 전반적으로 별 다른 부작용이 없이 잘 진행이 된 것 같아요. 반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김정식: 이렿게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합니다. 저도 지난번 임원 개편을 할때, 회장님께서 간부를 맡아달라고 간곡히 제의하셨는데 저의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수락하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립니다.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수용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봉사활동에 관한 발언은 잠시 후에 하겠습니다.

김기현: 저는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서 맡은 바 일을 수행한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 늘 패기있게 생활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해 주고있는 주용민 회원과 불철주야 자신의 길을 가고있는 양진모 회원께서 말씀해 주시젰습니다.

주용민: 저는 재수를 할때 다짐했어요. 대학에 입학하면 농활(농촌봉사활동의 준말)에 반드시 다녀오겠노라고. 이제 소원을 성취해서 다녀 온 소감을 말하려니 박찬 감격에 말이 안 나옵니다. 목표를 달성했으므로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진모: 저는 개수리로 오기 전에 봉사할동에 관한 책을 여러권 탐독하면서 저 스스로 봉사활동에 대하여 밑그림을 그려봤어요. 그렸다가는 지우고 또 그리고… 아마 수백번은 그려봤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매 사건마다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특히, 교장선생님께서 화를 내실때에는 마땅히 올 것이 왔다는 확신이 서더군요.

사회자: 이제부터 자유 토론을 하세요. 단, 자기와 뜻이 안 맞더라도 상대방의 발언을 존중해 주세요. 이상입니다.

사회자는 마이크(mike)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회장: 이번 봉사활동에서 느낀 점 중에서 특히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접대 건이었어요. 어떤 때에는 우리가 분명히 ‘개수리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개수리 4-H클럽 활동반’의 구성원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하여 대화면 개수리까지 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 발목이 잡혀서 쩔쩔 맬때가 여러 번 있었어요. 지난 일이지만 저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느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화를 안 냈으니 망정이지 화를 냈다면 봉사활동을 못 마치고 중도에 보따리를 쌌을 거예요.

부회장: 회장님 이하 모든 회원들께서 잘 참으셨어요. 어쨌거나 우리는 적지에 가 있는 만큼 약자가 아닙니까? 약자가 참아야지요.

지도교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얘기만 나오면 저가 죄인 같아져요. 사실 우리가 교장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요. 저는 어렸을 때 지금 교장선생님과 비슷한 분들께 교육을 받았으므로 전혀 거부 반응이 없어요. 우리가 조금만이라도 더 신경을 썼더라면 그런 정도는 예방했을 거예요. 저 자신도 외국에 드나들면서 끊임없이 수양을 했기에 이만큼이라도 변신을 한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저도 교장선생님과 똑같게 되었을 거예요.

사회자(신영식): 우리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꾹 참았어요. 옛날 분들의 특성이 외곬로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데 있습니다. 자기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 처리에 선후가 있거든요. 이번에 일어난 사태만 보더라도 일단 고성으로 하고 있는 노래를 중단시킨 다음에 조용히 훈시를 하면 만사형통이었을 텐데요.

이형준: 그래요. ‘조용히 주의 주기’로 끝날 수준이 되는 사람들을 ''좋게 말 해서는 안 될 사람들‘로 착각한 것이 크나 큰 실책이었군요. 어쩔 수 없네요. 교장 선생님께서도 젊었을 때에는 안 그랬을 거예요. 이제는 연세가 너무 드셔서 ’여생을 조용히 보내시는 날’이 임박한 것 같습니다.

강순구: 제가 역사 책을 읽다가 보면 옛날 분이라고 해서 모두 답답한 것는 아니예요. 융통성이 많은 분들은 지금 보아도 감탄할 정도에요. 아시다시피 삼국지(三國志)에서 제갈량(諸葛亮)은 중국 남쪽의 남만(南蠻)(지금의 라오스 부근)을 토벌하고 수괴인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 주기(칠종칠금(七縱七擒))’라는 ‘놀라운 인내심‘을 보여주었어요. 물론 사전에 봉사 반원들이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되지만 개수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제갈량이 지닌 도량의 10분지 1이라도 발휘했다면 ’우리 모두가 웃으며 생활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손춘례: 저도 교장 선생님께서 호통을 치실 때 저가 느낀 바로는 ‘교장 선생님께서 연세가 너무 드셔서 이제는 후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실 때가 되었나 보다’였습니다. 막무가내도 그런 막무가내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생각해 보아도 끔찍합니다.

김정식: 저도 그 상황에서 다소 과격한 발언을 했습니다만 지금도 저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병법에서 ‘궁색한 적을 포위하여 공격하더라도 적이 도망갈 틈을 주면서 포위망을 좁혀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상대방의 힘이 미약하더라도 막다른 골목에 갇혀서 악에 받치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것인 만큼 ‘조심 하라’는 경고장과도 같은 것입니다. 개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이 점을 간과하신 것 같아요. 젊은 후진들에게 자신의 의자를 넘겨줄 때가 된 것 같아요.

김기현: 저도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는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저 자신의 거울로 삼고자 합니다. ‘저는 나이가 들더라도 젊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자.’라고 말입니다.

회장: 저는 그날따라 사태를 무난하게 수습한 것 같아요.“어린이 교육으로 일평생을 살아오신 대 선배님의 말씀입니다. 다소 마음 속에 걸리는 점이 있을지라도 우리들은 수용을 해야 합니다. 각자 건설적인 고견이 있으시면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으니까요. 허허

부회장: 그날 따라 회장님은 관인대도(寬仁大度)의 길을 걷는 성인(聖人)과도 같았어요. 회장님 축하드려요.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mike, microphone)를 잡았다.

사회자: 개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에 관한 안건은 그 정도로 스킵(skip)(건너 뛰다)하고요. 다른 화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지도 교수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지도교수: 초등반의 수업 내용을 볼 것 같으면 실제 교사분들과 차이점을 못 느끼겠어요. 산만한 어린이들을 한 군데로 집중시켜서 흥미있게 ‘동기 유발’을 시킨 다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저 자신도 수업 분위기에 몰입되는 것을 느꼈어요. 4-H클럽활동반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을 할게요.

회장: 제가 초등반 반장을 맡아서 제 나름대로 세운 목표는 초등반 어린이들에게 ‘우리들을 봉사해 주시는 선생님들을 기억시키기’이었고 실천 사항으로는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기’이었습니다. 쓰다듬어 준다고 해서 실제로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라는 것’이 아니고 ‘어린이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기’로 정하고 실천한 결과, 그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어떤 어린이는 울면서 ‘앞으로 계속 같이 있어달라’고 까지 말했어요. 고맙습니다.

부회장: 저도 시종일관 초등부에서 ‘초등반 부반장’으로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아주 보람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노라면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을 느꼈어요. 초등반 어린이들의 전도(前途)가 양양(洋洋)하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어요.

강순구: 어린이들이 ‘배우는 내용에 몰입해서 수업에 열중’했다니 교육학에서 강조하는 래포(Rapport: ‘상호간에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함을 느

김정식: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4-H클럽활동반’에서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과 고락을 같이 했으므로 초등반은 다소 생소합니다만 초등반 어린이들의 의욕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솜 속 깊이 뿌듯한 기대감을 느꼈습니다. ‘초등반의 교육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구나’라고 말입니다.끼는 인간 관계’를 뜻하는 말로 교육학 용어임.)가 형성되었네요. 회원 여러분, 경사가 겹치네요,

이형준: 저는 초등반이 진행되는 시간에 ‘4-H클럽활동반’에 있었지만 ‘예비 중학생을 위한 특별 기획 상품’으로 총무 신영식 선생님의 ‘한문 입문‘ 수업도 참관했고, 손춘례 서기님의 ’예비 중학생의 수학 특강‘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았습니다. 한마디로 말씀을 드린다면 대성공이었습니다. 저가 가끔씩 초등반을 둘러보며 느낀 점을 말씀 드린다면— 초등반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외에는 이렇다하게 배울 수 있는 교재가 없는지라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고 있는—선진의 문화와 문명을 미처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봉사활동으로 어린이들이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어요. 초등반 봉사반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또 한 가지는 ’E,L.S 인의 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저와 주용민 반원님이 평창군 군청과 평창군 교육청에 섭외활동을 다녀온 일입니다. 아직 공개를 안 했습니다만 눈 앞에서 짐승들이 뛰어다니고 맹수들이 울어대는데 모골(毛骨)이 송연(宋然)하더군요. 실로 아찔했던 추억이었습니다.

손춘례: 초등반에 전념해 온 사람으로서 또 ‘예비 중학생을 위한 특별 기획 상품’인 ‘예비 중학생의 수학 특강‘ 을 수업해 온 사람으로서 말씀을 드린다면 ‘초등반에 경사났네’입니다. 보보람이 있었습니다. 예비 중학생들의 반응은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김기현: 초등반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의 즐거움이었다고나 할까요?

이 자리에서 저가 감명을 받았던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하여 소개하겠습니다.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사상>(J.H.Pestalozzi) (1746~1827)

국적 : 스위스, 출생지 : 스위스 취리히.

인류의 교사로서 한평생을 바쳤던 페스탈로치. 그는 174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인생의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페스탈로치가 살았던 18세기 중엽의 취리히는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서 보수적인 전통과 진취적인 낭만이 서로 교차되는 활기찬 고장이었다. 청년기에 그는 취리히 대학과 카로니아 대학에서, 처음에는 신학과 철학, 나중에는 법학을 공부했다. 당초 목사가 되려던 그는 사회개혁에 뜻을 두고 인생행로를 바꾸게 되는데, 반정부운동에 동참하던 페스탈로치는 1769년 안나 슐테스라는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들은 뮐링겐에 새 농장이라는 뜻의 노이호프를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시킬 빈민학교를 열어 노작교육을 통한 인간교육에 힘쓰게 된다. 페스탈로치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교육 원리를 발견하게 되지만, 11년 만인 1780년에 문을 닫게 되다. 그 이후 프랑스군의 침입으로 수많은 고아들이 생겨나자, 그는 슈탄츠로 달려가 고아들과 함께 기거하면서 교육에 힘쓰게 된다. 교과서도 없고 시간표도 없었으나 그의 독특한 노작교육은 곧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러나 고아원 건물이 프랑스군의 야전병원으로 몰수되는 바람에 겨우 6개월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슈탄츠를 떠난 페스탈로치. 하지만 그는 교육열정을 살려서 부르크도르프의 작은 마을학교의 교사 자리를 얻게 된다. 이곳은 하층계급의 자녀가 다니는 서민 학교였다. 그리고 1800년 10월. 브르크도르프의 오래된 성을 대여받아 학교를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그는 교육자로서의 명성을 떨치며 4년간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 동요로 인해 성을 비워주고 뮌헨브흐제 성으로 또다시 옮겨가게 되었다. 이곳에서도 두어 달밖에 있지 못하고 마지막 일터인 이페르텐성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페르텐에 세운 학교에서 그 후 21년간 계속 교육에 전념한 페스탈로치. 페스탈로치는 아이들을 가르칠때 자연스럽고 쉽게 가르쳤으며, 스위스 정부는 그것을 보아 학교를 세우도록 허가하였으며 그곳을 "사랑의 학교" 라고 했다. 페스탈로치는 교육에 있어서 글공부와 셈공부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페스탈로치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며 농부와 고아들에게도 공부를 가르쳤다. 그는 1827년 82세로 영면(永眠)했다.

주용민: 저도 4-H 클럽활동반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평소에 어린이를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틈틈이 어린이들과 같이 어울렸어요. 초등반 어린이들이 흡족해 하는 것을 보고 저도 흐뭇했어요.

양진모: 초등반 어린이들은 목표에 거의 도달한 것 같아요.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자: 이제 ‘4-H클럽활동반’이 남았는데요. 제가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반’은 봉사조장님 이하 반원들 모두가 완전무결하게 준비를 해 옴으로써 ‘4-H클럽활동반’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Up grade, 향상)가 된 걸로 파악이 됩니다. 저도 ‘4-H클럽활동반’을 맡아서 진행을 해 봤지만 자칫 ‘내실 없는 잔치’로 끝나기가 십상이었습니다. ‘막상 할려고 하면 마땅찮고 해도 한 것 같지 않고 ’ 이러한 ‘4-H클럽활동반’을 맡아서 용케 잘 해냈어요. 4-H클럽활동반 봉사조장님께서 고생이 많았어요. 또 반원들 모두 애를 많이 썼어요. ‘4-H클럽활동반’에 대하여 더욱 세부적인 내용은 지도 교수님께서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다.

지도교수: 제가 ‘4-H클럽활동반’을 죽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분명히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이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형준 봉사조장님께서 잘 이끌어주셨어요. 두고 보세요. 개수리의 ‘4-H클럽활동반’은 ‘획기적인 사고을 저지를(?)’ 것입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각자 부모님을 설득시켜서 ‘개수리의 성공 사례’가 매스컴(mass communications)에 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형준: 저가 冒頭(처음)에서 말씀을 드렸듯이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조장’으로서 봉사활동이 끝난 뒤에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이 알차다’는 인식이 되기를 바랐던 거예요. 저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이 ‘저희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 반원들’과 만나고 있는 모든 시간에 대하여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했습니다. 저는 큰 욕심보다도 우선 ‘4-H클럽활동’에 대하여 애착을 갖고 현재 처해있는 현실을—한 번에 바꿀 수는 없어도—점차 개선시켜가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앞으로 개수리가 몰라보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우선 젊은이들부터 변화가 오기 시작하면 나이가 든 세대에서도 젊은 세대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회장: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이 처음에는 흐리멍덩하다가 날이 갈수록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뭔가 해 보자’는 투지가 넘쳐나는 것을 보았어요. 더군다나 매일 3교시에 축구시합을 함으로써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 반원들’간에 더욱 단결심이 고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부회장: 저는 초등반의 지도에 신명(神明)을 바쳐 노력을 했습니다. ‘4-H클럽활동반’은 여자 반원들도 있고 해서 여자 반원들과 잠깐잠깐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왜 여성이라면 공통점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남에게 자기가 예쁘게 보일려고 한다든지 등, 갈수록 생기가 넘치는 것이—여자의 육감으로 남에게 사랑을 받을 때 느끼는 정같은 것—서로 아껴 주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요. ‘4-H클럽활동반’은 성공한 것으로 보겠습니다.

강순구; 보통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오늘 4-H클럽활동반에서는 뭘 했지?’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을 맡아서 봉사조장님께서 ‘새 역사를 창조’하셨어요. 물론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담당 봉사 반원들’의 노고도 지대하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이제까지보다 더 풍요로운 ‘개수리’를 기대해 봅니다.

손춘례: '4-H클럽활동반'에 대해서는 우선 기억에 남는 것이 저희 ‘봉사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반원들’사이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입니다. 축구 등을 통하여 친밀함을 지속적으로 지켜나온 것이 신통할 따름입니다. 관계가 좋으니까 잘 풀려나갈 수 밖에요.

김정식: 먼저 봉사조장님께서 ‘생활 이론경제학’ 강의를 하셔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개수리의 이장님과 주민 한 분’에게도 말씀을 드렸지만 ‘봉사 반원들과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이—상호간에 격의없이 생활하는 가운데 정이 들고—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진 것 같아요. 점진적으로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발전적인 모습이 기대됩니다.

김기현: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치고 싶어요. 그렇게 교통이 불편하고 정보가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내 고장을 지키는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앞으로 개수리의 앞날이 밝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용민: 봉사조장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저는 펑창군청과 평창군 교육청에 갔다가 오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제까지 저는 겁없이 살아왔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구나. 이제부터는 좀 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말입니다. 이번에 개수리 4-H클럽활동반 봉사활동은 전반적으로 보람이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양진모: 개수리 4-H 클럽활동반에서 나름대로 좋은 추억을 꽤 쌓은 것 같습니다. 먼저 이형준 봉사조장님께서 솔선수범하셨으므로 저희들은 행복했어요, 가만이 참석만 하고 있어도 모든 것을 이끌어주시니까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어요. 저가 앞으로 ‘4-H클럽활동반’의 책임을 맡을 경우에는 ‘어떻게 창의적으로 리드(lead)하는 방법을 택할까?’ 에 대하여 구상 중에 있습니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지도교수님과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봉사활동 평가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지도교수; 저가 봉사활동을 떠나오기 전에 여러분께 강조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혹시 기억나는 분 계세요? (이때 양진모 회원이 손을 들었다.) 양진모 회원은 말해 보세요.

양진모: 예, 백범 김구 선생님의 어록(語錄)으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입니다.

지도교수: 잘 말하셨어요. 그가 쓴 ‘나의 소원(所願)‘이라는 글 중에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되새김해 보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김구(金九)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국방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중략(中略)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진다면,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회장: 지도교수님, 바쁘신 중에도 성심, 성의껏 저희들을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애하는 봉사반원 여러분!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신 덕분에 금년도 동계방학 중에 실시한 봉사활동은 이상과 같이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모레가 1월 1일입니다. 1월 1일과 1월 2일에 쉬시고 1월 3일 ‘신년 하례(賀禮)회’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반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봉사 반원들이 느낀 점이라면—물론 각자 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먼저 미력한 힘이나마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4-H클럽활동반 반원들에게 ‘무엇인가 베풀어 줄 수 있었다’는 데 보람을 느꼈다.

‘자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살아간다’ 다시 말하면 ‘소외(疎外)된 이웃과 더불어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한다.’는 확고한 삶의 목표가 설정되었다. 봉사반원들은 지도교수님께서 들려주신 백범 김구선생님의 어록(語錄)인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떠올렸다..“(요약)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국방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德)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료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우리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진다면,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또 하나는 연세가 많으신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모시면서 과연 노인 어르신네를 어떻게 접대하는 것이 합당한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공통점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어린애와 같이 잘 토라지고 사소한 일로도 투정을 부린다’ 는 것이다. 물론 개인 차이야 있겠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는 결코 간과(看過)할 대목이 아니다. 누구든 나이는 드는 것이므로—이런 말을 하는 나도 언젠가는 늙게된다—노인양반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접어두는게 어떨까 싶다.

개수리의 초등학생들이 스쳐간다. 우리들의 의도대로 천진난만(天眞爛漫)하게 따라주었던 어린이들, 이들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빈다. 아울러 중학교 문턱도 제대로 못 가보고 땅만 바라보고 있는 ‘개수리 4-H클럽활동반’의 반원들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우선 세가지

첫째로는, 개수리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특용 작물을 찾는 것.

둘째로는, 대화면 소재지에서 개수리까지 하루 5회 이상 운행하는 직행 버스를 유치하는 것.

셋째로는, 개수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어린이들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대화면 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도록 조치하는 것.

이라도 먼저 실현(實現)시킨 다음에 제반 문제점을 서서히 개선시켜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미(大尾))

[왕건(y.k.Lee)]

참 수고했다...좋은글 입력하느라. 참 건강한 생각을 가졌다.모두들 늙어감을 슬퍼말고 잔신감있게 멋지게 건강하게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

[HJ_Kim]

젊음이란 참 고귀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읽으며 이처럼 보람있는 봉사활동은 아니었지만 옛날 써클활동하던 생각도 잠시 해 보게 되었다. 뭐니 뭐니해도 남녀가 어울리는 활동이니 오죽 좋았으랴. 개수리를 위한 확실한 발전계획까지 제시하고 돌아온 봉사활동이 참 빛난다.

[임학빈]

부족한 글을 익어줘서 고마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주는 것은 아름다운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