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득한전설이 되어버린 개구리헤엄전용 너추리방죽을
그때의 키작은 소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달보드레한 오도개로 백여시짓하던 복사꽃소녀의 여린입술에
방시레 미소짓던 뽕나무는 어딜갔는지
달빛에놀라 우짓던 충견(忠犬) 메리는 멀리서 섬돌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숲정이 송아지는 살짝큰 처녀총각 보리밭속 다솜을 아무런생각도없이
바라만보았을까 발쇠잘하는 수다쟁이 황산떡(댁) 동네앞 모정에 도착하기도전에
음~메소리벌써 울려 퍼졌다네
두레박의 아린가슴 어루만져주던 낡은새암가의 버드나무는
선량한 가지로 지금도 처량함을 노래하는구나
누룩뜨는내음 가득하고 섣달그믐밤에도 까만홑이불로 뒤엉킨
띠앗머리깊은 토담방을 지금은 어디서찿을수 있을까
반쯤걷어올린 무명바지 새벽이슬과 짝을이루어
아침꼴을 실어나르는 아버지의 지게
곧은허리사정없이 휘어논홀테 호박고지말리고 돈부까는
어머니의 누런손마디에 서린 정한(情恨)을
구슬픈 사랑노래불러주던 이름없는 풀벌레도 알았으리
아~하 정감어린 애절함이배어있는 내고향월촌
시간의발자취를 따라서 중년의느긋한 걸음걸이로
평생꺼내들 향수어린길을 품에안으니
남은발걸음 그리움의늪에 빠질수밖에
남산과제남은 산의남쪽마을이라는이름그대로 낮은구릉지대가 남북으로뻗어있고
월촌초등학교가 초입(初入)에있어닭우는소리와 책읽는소리가어우러지는 아늑한동네라네
학교정문에서 지금은없어진 산골오두막집(똥강구네집)앞길을따라 올라가면
벽골제 단야아씨 음력정월보름이면 낡은동아줄 새것으로바꾸고
사물놀이패 거느려 줄다리기시합을하는 민속자료7호로 지정된 선돌(立石)이반기는구나
선돌앞길을 따라 해발210미터인 토낏재(兎山)에오르면 동남쪽으로 방앗날,농원(新村),골머리(洞頭)
멀리정읍감곡까지 보이니 옥토끼가 둥근보름달을본다는 옥토망월형(玉兎望月形)에서
유래한 이름이 허명(虛名)이아니로세
가작(加作)은토낏재 아랫동네로 김제조씨의 시조가되는 조연벽장군의묘소가있는
마을앞산이 마치 가재처럼 생겼다하여 가잿골로도불리고
북쪽으로 화치산(합토산)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앞에는탁트인 벌판이있는 전장(前長)은
마을의터가 오래도록 영화를누릴수있는터 라는 의미의장화(長華)로도 불리는데
실제 김제관내에서 제일좋은 명당터라네
민속자료11호로지정된 커다란 쌀뒤주가있는 후장(後長)은 인심좋은동네고
화치산을끼고 아래로내려가면(새로난포장도로) 부량면과 경계를이루는
수월(水月),갯다리(浦橋),덕산(德山)이 사이좋게 무논배미의 한가로운 정담을 나누는소리가
가을들녘의 귀뚜라미 소리보다 겸손하구나
남쪽으로 장화와샛골의 경계에있는 월촌의오지 월봉(月奉) 기와골이라불리던계곡이
지금은 흔적조차찾을길 없으니 산천(山川)은의구하단 옛말이허구로다
쇠도리를지나니 조선중엽에나씨(羅氏)들이 맨처음 터를잡고살았다는 밤다리(栗橋)가반기네
어느해 큰홍수가닥쳐 밤으로끼니를때우며 제방을쌓으니 해마다풍년이 들어 그후
최씨,이씨들이 이사를왔고 외부와의 왕래를위해 밤나무를 잘라
다리를 놓았다 하여밤다리라하는구나
신평(新坪),개머리(蟻頭),죽절(竹節)에이르니 개미산과 일곱칸의 전통가옥이 옛모습그대로이고
조필달장군의 유물이보존된곳이라 이문안(里門)과 우독(牛犢)은 고색창연함이 더해진다
방죽안(堤內)은 동쪽에는복죽제(진태못) 북쪽에는 바금산이 자리잡고
1450년경 조의(趙義)의 부인 강릉김씨가 양주에서 아들셋을거느리고 대메(竹山)에 와살았던것이
효시라하니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큰인물도많았겠구나
솔너머(松村)를 지나남으로내려오면 한자의바소(所)자처럼 북에서남으로 뻗어내린구릉사이로
조성된 마을이소산(所山)이라 넉넉함이묻어나는 제법큰 동네라네
냉정(冷井)에서 시린물로 목을축인후 마을근처에 절이있었고 그절안에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蓮池洞)이 있어붙여진 연지동에 이르니 부처는누워있고 예수만서있구나
너추리를 지나 새원(新院)에 이르니 세월의무게가 그옛날 주막거리,솟대배기의 흔적마저
앗아가버렸으나 기억의편린들은 지금도 새롭구나
대제(大提)방죽이 있던 진가(眞佳)옆에는 방죽목(後新)이대제복구비를 뒤로하고
뺄못을 포장도로로 바꾸어 심포항으로안내하니 망해사의은둔의고독이 발길을 유혹하네
타버린추억이 녹아있는 여정후에 성산팔각정에서 그시절예쁜 동창애를 그리며
깨끔발로 먼발치의 아련함을 바라보는 나그네의뒤에는
반백(半百)의 무상(無常)한 그림자만 석양을 홀로 훔치고 있구나
첫댓글 어디서 나온 글인지 정말 좋다.. 우리네 동네 월촌이라는 곳이 너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