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봉
동서울에서 6시 5분에 출발한 와수리 행 첫 버스를 노원역 앞에서 6시 13분에 타니 한 시간 남짓만에 목적지인 만세교 검문소 앞에 도착한다.
의정부 쪽으로 다리를 건너 부루힐파크모텔 옆으로 들어가 고추밭 사이로 산으로 올라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거미줄들이 연신 얼굴에 들러 붙는다.
지저분한 잡목들을 헤치며 넓은 묘지와 송전탑을 지나고 능선으로 올라가면 금주리로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이가 나와 삼각 김밥 두개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딱으며 뚜렷한 능선길을 따라가다 조금만 등로를 벗어나도 잡목들이 걸기적거리고 거미줄이 기승을 부려 눈치를 챌 수 있다.
이윽고 산불지대가 나오는데 빽빽한 가시 덤불과 억새와 싸리나무들을 헤치고 쓰러진 나무들을 타고 넘으며 지옥 같은 밀림을 뚫고 273봉에 오르니 바위들이 놓여있고 사방으로 불탄 나무들이 앙상하게 서있다.
▲ 만세교 삼거리
▲ 273봉 정상
- 천주산
다시 울창한 가시 덤불들을 간신히 뚫고 내려가니 앞이 트이며 채석장을 지나서 멀리 머리만 드러낸 천주산으로 이어지는 산봉들이 눈에 들어오고 신북면의 민가들이 보인다.
지천에 널려있는 영지버섯들을 따며 숲길로 들어서 억새와 잡목들을 뚫으며 올라가면 공원 묘지가 나오고, 묘지 따라 지저분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가다 도로를 따라가니 '안길선목사순교비'가 나오지만 능선이 앞에 보여 되돌아온다.
잡목숲을 따라가다 다시 공원 묘지를 건너서 가시 덤불들이 꽉 들어찬 능선을 오르고, 오른쪽으로 좋은 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방향이 틀려 되돌아온다.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길을 찾아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트레버스해서 능선에 붙어 잠깐 내려가면 344 지방도로가 나오는데 임도 수준의 좁은 비포장 길이고 타이어 벙커들이 놓여있다.
급하게 깍여있는 마사토 절개지를 조심스럽게 올라가니 바지는 물론이고 온 몸이 땀으로 적셔져 산행도 하기 힘들고 기운마저 떨어져 바위에 앉아 20 여분 휴식을 취해본다.
왼쪽의 채석장을 바라보며 뚜렷하고 완만한 길을 따라가면 바위 전망대가 나오는데 47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산줄기는 박무때문인지 흐릿하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벼르고 별러 챙겨온 살충제로 달려드는 날파리들을 쫓으며 시종 완만한 길 따라 헬기장을 지나서 천주산(424.6m) 정상에 오르니 방송 중계 시설이 있고, 풀섭에는 사각 시멘트 석이 놓여있지만 삼각점 표시도 없고 아무런 글씨도 안 보여 삼각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 273봉 내려가며 바라본 채석장과 맨 뒤의 천주산
▲ 344지방도로 고개
▲ 천주산 정상
▲ 천주산 삼각점(?)
- 432봉
정상을 내려가다 오른쪽 틀무시로 내려가는 뚜렷한 길을 버리고 군 이정표에 헬기장으로 표기된 봉우리를 넘어서면 암릉들이 나오는데 채석장이 발 밑에 보이고 가야 할 마루금 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아기자기한 암릉 지대를 내려가 멋진 기암들을 지나고 채석장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봉우리로 올라서니 반월성지가 있는 청성산과 포천시내가 잘 보이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지만 자칫 떨어질 수도 있어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니 길은 흐릿해지고, 나무에 붉은 넥타이 하나가 매어져있는 산길 따라 갈림 길에서 432봉으로 바로 올라갔다 잠시 헤메이고 되돌아와 오른쪽 능선으로 꺽어진다.
다시 나타나는 능선 갈림길에는 반갑게도 한북천주단맥이라 이름 짓고 이 산줄기를 답사하신 신경수님의 표지기 한 장이 걸려있어 마치 직접 만난 것 처럼 반가워진다.
오른쪽 옆으로 송전탑을 보며 임도 처럼 넓은 길을 따라가다 안부를 지나고 축대가 쌓여있는 83번 송전탑으로 올라서면 수원산으로 이어져 올라가는 산줄기와 줄지어 따라가는 송전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천주산 내려가며 바라본, 수원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천주산 암릉지대
▲ 채석장에서 바라본 청성산과 포천시내
▲ 송전탑에서 바라본, 수원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77번송전탑
서늘한 숲에서 땀을 딱으며 간식을 먹고 간간이 나뭇가지 사이로 포천의 청성산을 바라보며 잡목 숲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홈통 길이 이어지는 안부가 나와 지형도 상의 솔재로 생각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있는 숲길 따라 지적 도근점이 있는 벌목 봉을 지나고 능선이 남에서 거의 동쪽으로 꺾어지는 봉우리로 올라서니 역시 지적 도근점이 있으며 청성산 쪽으로 흐릿한 능선이 갈라져나간다.
왼쪽 사면길을 내려가 채석장의 '위험' 헝겊판이 걸려있는 숲을 지나고 좌우로 길이 뚜렷한 사거리 안부를 넘어 다시 안부로 떨어진다.
진땀을 흘리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사면 길을 올라 펑퍼짐한 봉우리를 넘고 송전탑들을 연신 지나면 예외없이 가시 덤불들과 키를 넘는 무성한 잡초들이 걸기적거린다.
왼쪽 명덕리로 내려가는 표지기 달린 길과 만나고 송전탑들을 지나니 글씨 없는 작은 나무판 하나가 숲에서 뒹구는데 아마도 명덕리의 웨스턴밸리 하산로를 적어 놓았던 것일 것이다.
다시 잡초들이 우거진 송전탑을 넘고 뚜렷한 길을 내려가다 방향이 조금씩 남서쪽으로꺾휘어져 고개를 갸우뚱해 보지만 워낙 길이 뚜렷해 의심하지 않는다.
무덤을 만나 잣나무 지대로 내려가니 비로서 시야기 트이며 도로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 수원산과 이어지는 마루금이 높게 올려다보여서 허탈해진다.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가파른 봉우리를 4개나 넘어 77번 송전탑으로 돌아오니 정남 쪽으로 등로가 이어지는데 잡초와 덤불들이 무성한 송전탑을 빠져나오며 발길 닿는데로 무심코 좋은 길을 따라 내려온 것이다.
▲ 솔재
- 수원산
40여분 아까운 발품을 팔고 뚜렷한 능선길 따라 사거리 안부를 넘어 산악회의 표지기들을 만나 급사면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힘들게 올라가니 넓은 헬기장이 나온다.
갑자기 퍼붓는 소낙비를 맞으며 호젓한 임도와 만나고 산불 초소와 군 진지들을 지나 56번 지방도로 상의 굴고개로 내려가니 화현면 이정판이 서있고 차량통행이 아주 빈번하다.
길을 건너 비 뿌리는 시멘트 도로를 한동안 올라가다 차량 차단기를 넘고 꾸불거리는 도로를 피해 급한 산길을 올라가니 간이 초소가 나오고 초병들이 깜짝 놀란다.
한북정맥 길로 우회하겠다는 허가를 받고 수원산(700m) 정상의 군 부대로 올라가 철조망을 왼쪽으로 돌아 차량 대피고가 있는 뒷 문으로 올라서니 정맥 표지기들이 반겨준다.
조금씩 잣아드는 빗줄기를 맞으며 호젓하고도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 길을 한동안 따라 내려가다 참호들을 지나고 굴고개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명덕온천 삼거리에서 땀에 찌들고 비에 흠뻑 젖은 상의만 갈아입고 가을의 전령인 양 비 그친 도로가에서 하늘거리는 쑥부쟁이들을 바라보며 서파 사거리로 내려간다.
첫댓글 야산을 다니시니 그리 고생이시지유ㅠㅠ 드뎌 F-킬라 챙기셨군요... 겨울에나 가봐야 겠습니다. 온천도 하고 ㅎㅎㅎ
에프킬러 아무런 소용 없습니다. 날파리들, 끄떡하지도 않습니다. ^^ 괜히 시간 뺏기고, 신경 쓰고...^^ 그런데 영지가 왜 그리 많은지요?
영지버섯은 대개 서향쪽 지온이 비교적 높은 야산지대 참나무류 뿌리 근처에 많이 있더군요.
작년에 만세교에서 수원산-국사봉거쳐 큰넉고개까지 간적이 있는데 아마도 형님 알바한데서 우리일행도 알바를 했지요(약10분정도). 근데 어디에 영지버섯이 그렇게 많았는지요. 거기서 참취뜯어서 그날 뒤풀이 할테 싸먹었던 기억은 있네요. 어제 잘들어 가셨죠?
만세교에서 첫봉인 산불 났던 봉에 좌악 깔렸습니다. 아마 까시덤불로 사람들이 못 들어가나 봅니다.작은 것들은 모두 놔두고왔는데...^^
솔재~굴고개구간 군사시설이 들어서있는걸로 아는데...통제 않던가요? 영지따러 함 가야겠는데요.~~~
그곳(수원 갈림길) 지형이 5만지도로는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5만 지도에는 지형과 지도가 다르게 보여서 저도 한참이나 지도를 ,,, 나중에 2만5천 지도를 보니, 거기에는 정확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저도 영지는 보지못했고, 산달기만,,,
동그라미님! 잘 지내지요? 언제 한번 봅시다! 솔재-굴고개는 군사시설이 없습니다. 그냥 송전탑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