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내음 향긋한 바다의 우유 ‘굴’

김정숙교수의 '별미천국 맛난세상'1 < 갯내음 향긋한 바다의 우유 ‘굴’ > 바다의 정기와 바위의 정기를 듬뿍 흡수한 스테미너 식품 굴. 비릿하면서 짭짜름한 바다 향이 살아있는 ‘바다의 우유’ 굴은 바위에 붙어살아 석화(石花)라고도 한다. 굴만큼 세계 여러나라에서 애용되는 식품도 드물 것이다. 굴은 동양보다 서양에서 일찍부터 먹어왔다. 고대 로마인들이 먹기 시작했으며 기원전 95년경 첫 양식이 이뤄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반면 동양에서는 5세기 초 중국 송나라에서 대나무에 굴을 끼워 양식한 것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15세기 중반부터 양식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굴은 늦가을부터 겨울 동안에 맛과 향, 영양가가 최고조에 이른다. 예로부터 ‘ 보리가패면 굴을 먹지말라’ 했다. 일본에서도 ‘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말라’ 는 속담이 있고 , 서양에서는 ‘ 알파벳의 R자가 없는 달은 먹지 말라’ 햇다. 즉 5～8월은 산란기이며 식중독의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해산물은 날것으로 먹지 않으면서 유독 굴만은 날 것을 즐겨 먹었다. 예로부터 최고의 ‘천연 정력제’로 각광을 받았다. 굴을 정력제로 여겨 'Eat Oysters, Love Longer(굴을 먹어라. 그러면 오래 사랑하리라).‘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의학적 데이터도 없이 몇 백년 동안 굴이 최음제와 다산(多産)의 열쇠로 알려져 온 것은 굴이 인간의 고환과 닮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굴은 남성호르몬과 정자를 만드는 아연(Zn)이 자연계에서 가장 많은 식품이다. 풍부한 글리코겐은 에너지원이 되고 정액의 주성분이 많으니 남성호르몬의 활성화로 사랑을 오래할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고대 유대인 등 금욕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굴은 금기 식품이기도 했다. 굴의 매력에 빠져 이를 즐겼던 위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고대 로마 황제들은 굴을 즐겨 먹었고, 나폴레옹은 치열한 전투현장에서도 식탁에 굴이 올라야 비로소 식사를 했다고 한다. 재상 비스마르크, 대문호 발자크 역시 ‘굴 마니아’였고 카사노바의 열정적인 사랑의 힘에도 굴은 일조했다. 영조대왕도 굴을 좋아했는데 여자들이 굴을 먹는 것은 금했다 한다. ‘음심(淫心)이 동한다’는 이유였다. 정절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유교국가에서 정숙해야될 여자가 남자를 탐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동의보감에서는 ‘굴은 바다에서 나는 음식 중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기롭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굴은 어패류 중에서 여러 가지 영양소를 듬뿍 함유한 이상적인 식품이다. 단백질 함량은 우유(3%)보다 많은 10%에 이르고, 콜레스테롤치를 감소시키며 철분과 구리가 풍부해 빈혈치료에도 좋다. 체내의 대사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비타민 B군 많아 피로회복, 허약체질 개선, 미용식품으로도 좋다. 그뿐 아니라 DHA나 EPA 등은 혈전생성을 억제해 고혈압과 뇌중풍,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노인이나 환자 어린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영양식이다. 굴을 씻을 때 맹물에 마구 흔들어 씻으면 수용성 영양분과 단맛이 다 빠져나가 맹숭맹숭한 맛이 된다. 소쿠리 등에 담아 굴 깍지나 잡티를 골라내고 소금물에 넣어 살살 휘저어 씻어야한다. 날로 먹기 위해 씻을 때는 무즙에 넣고 섞듯이 휘저으면 회로 먹기에 좋도록 깨끗해진다. 민족마다 굴을 먹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디서나 신선한 것은 날로 먹는다. 굴은 날것으로 먹어야 독특한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굴은 수분이 70%를 차지하므로 어떤 요리에나 마지막에 넣어 살짝 익히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가열하면 수분이 빠져나가 단단해져 맛이 없어진다. 싱싱한 굴에다 레몬즙을 짜 넣어 먹으면 레몬의 신맛 첨가되면서 굴이 상큼해진다.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레몬의 산성 식품인 굴을 알카리성 식품인 레몬이 어울려 균형잡힌 식품이 된다. 레몬즙과 초고추장에 먹는 것은 산뜻한 맛을 주는 효과뿐 아니라 부패세균의 번식 억제와 살균 효과가 있다. ◉생굴야채무침 ■ 재 료 굴 60g, 오이 5g, 무 5g, 고춧가루 1큰술, 마늘 2쪽, 실파 2뿌리, 배추 속 약간, 참깨 1t, 참기름, 청 홍고추 약간 ■ 만드는 법 1. 굴은 소금물에 씻는다. 2. 오이, 무는 2X 2X 두께 0.2㎝로 썬다. 3. 실파는 곱게 다지고 배추 속은 부드러운 것으로 골라 씻는다. 4. 굴에 ②의 재료와 실파를 넣고 무친다. 5. 접시에 배추를 놓고 ④의 재료를 올린 다음 청 홍고추로 장식한다. ◉굴베이컨말이 ■ 재 료 굴 50g, 베이컨 8장, 식용유 3큰술 ■ 만드는 법 1. 굴은 소금물에 깨끗이 씻는다. 2. 베이컨은 12㎝ 크기로 잘라 팬에 살짝 구워낸다. 3. 베이컨에 굴을 넣어 말아 접시에 담는다. 4. 달콤한 칠리소스를 곁들여낸다. ◉굴소스 팔보채 ■ 재 료 굴 30g, 오징어 1/2쪽, 소라 3개, 새우 5마리, 돼지고기 20g, 청 홍피망 1/2쪽씩, 양파 1/4쪽, 마늘 3쪽, 대파 1뿌리, 굴소스 1큰술, 소금 3g, 식용유 1큰술, 전분 2큰술 ■ 만드는 법 1. 굴은 소금물에 깨끗이 씻는다. 2. 오징어는 칼집을 내고 소라, 새우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3. 청 홍피망은 3X3㎝로 썰고 양파는 큼직하게 썬다. 4. 마늘은 편 썰기하고 대파는 흰부분만 3㎝ 길이로 썬다. 5. 달구어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대파, 양파, 마늘을 먼저 볶다가 해물, 야채, 굴 순으로 넣는다. 6. ⑤의 재료를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끓으면 굴소스를 넣고 전분을 풀어 걸죽하게 만든다. ◉굴전 샌드위치 ■ 재 료 굴 16개, 식빵 8장, 베이컨 4장, 양상치, 치커리 약간. 밀가루 약간, 계란 2개 ■ 만드는 법 1. 굴은 소금물에 깨끗이 씻는다. 2. 굴에 밀가루와 계란을 묻혀 지져낸다. 3. 식빵과 베이컨을 구워낸다. 4. ③에 마요네이즈를 바르고 양상치, 치커리를 얹는다. 5. ④에 지져낸 굴전을 넣어 먹는다. ◉굴 튀김 ■재 료 굴 50g, 계란 노른자 1개, 밀가루 20g, 빵가루 30g, 식용유 500㎖, 소금 약간 초간장 :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 ■만드는 법 1. 굴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는다. 2. 굴에 계란, 밀가루, 빵가루 순으로 묻힌다. 3. 기름 온도 160℃에서 ②의 굴을 노릇노릇하게 튀겨낸다. 4. 초간장을 곁들려 낸다. 2004.12월 17일 대한일보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