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SBS 1차 카테 이틀 중 첫날.
남학생들은 오전에 오후부터 내일까지는 여학생들이 시험을 본다.
아침부터 바쁘다.
긴장할 것 같은 아이들에게 카톡으로나마 다독거리기.
몇통 보내기가 무섭게 벌써 시험을 마친 W의 전화.
내가 걱정할까봐 시험 마치자 마자 전화해 주는 W. 고맙다.
속속 시험을 마친 아이들의 전화와 후일담이 이어진다.
학원은 그 사이 내일 시험 볼 아이들로 다시 북적댄다.
내일 시험을 보기 위해 저 멀리 울산에서 S도 왔다.
마치 언제 울산에 있었냐는 듯 배시시 웃으며 인포 PC에 앉아 있다.
D는 학원 추천으로 취업해 받은 첫월급으로 자수정 경추 베개를 사왔다.
심지어는 아들낳는다는 자수정 텀블러까지.
D야~ 나 아들 있어... 또 낳으라구? ㅎㅎㅎ
효능까지 설명하며 꼭 사용할 것을 나에게 다짐을 받는다.
카드도 있다.
내용은 뭐 늘 듣던 얘기.
선생님 덕분에 아성 고치고 뉴스 잘 배워 목표였던 지역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다는 얘기.
자수정 빛깔 처럼 고운 보랏빛 편지지와 봉투. 선물 사올 때마다 같은 레퍼터리인데
난 매번 눈물이 뚝뚝, 코가 시큰.
맙소사.
잠수탔던 S도 나타났다.
시험이 좋긴 좋구나. 오랜만에 수면 위로 올라와 얼굴도 보여주고.
지난 번에 잠깐 스치듯 들렀다 사라져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잠시 회사 생활을 털어 놓는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
그래도 짐짓 모른 척 말한다.
"자퇴하고 싶지 않은 학생이 어디있고, 사표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고,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을 것이며, 자살을 생각하지 않아본 현대인이 있겠느냐."
위로해 주고 싶었는데 그만 위로는 커녕 호통만 친 꼴이 되고 말았다.
N이 끼어 든다. "거 봐, 혼 날거랬잖아."
저녁 9시.
전화가 울린다. M이다.
"선생님, 뭐하세요? 어디세요?
저 술마시고 있어요. 2차 준비해야 되는데..."
2차 시험을 준비한다는 건지, 2차를 드시겠다는 건지 잘 구분 안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목소리는 말짱하군.
"저... 술마시고 선셍님게 전화드리는 거 처음이죠?
고맙습니다......."
M은 그 뒤로도 몇마디 더 하고 끊었다.
결론은 오늘 시험 잘 봤다는 일종의 자화자찬 겸 잘해보겠다는 다짐.
아... 시험 날. 너희들 왜 그래. 나 자꾸 울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