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농사는 김장에 맞추어 시작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배추와 무, 파와 쪽파 등 잘 키워 절이고 오래 저장해서 한 겨울 먹을 수 있게 김장준비를 하는 것이다.
곡식들은 이삭을 내어 열심히 여물어가고 여름채소들은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시기이다.
웃거름을 주기도 하고 모종을 다시 심어 서리내리기까지 이어가기도 한다.
제일 일찍 심는 당근은 7월이면 파종을 시작한다.
더울 때는 발아율도 낮고 비도 와야하는데 자라는 기간이 길어 서리내리기까지 키우기가 쉽지 않다.
배추는 모종을 내기 위해서 입추를 전후로 씨앗을 넣고 무는 조금 늦어도 좋다.
하지만 크게 키우려면 일찍 심는 것도 좋다.
7월 중순, 조금 늦었다 싶게 뿌린 당근씨는 그 이후에 비가 없어 발아가 되지 않다가
얼마 전 가을장마에 싹이 올라왔다. 20일이 지난 후다.
줄뿌림은 씨가 많이 들어가 점뿌림으로 뿌렸는데
가을채소 심으려 살펴보다가 싹이 난 것을 우연히 보고 계속 키우려 하고 있다.
5월에 뿌린 부추씨앗, 짧은 장마지나고 가을장마에 이만큼 자랐다.
봄 가뭄에 바늘같이 자랐던 녀석이 여러번 김을 매주고 포기하려는 마음과 기다림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만큼 자랐다. 유별나게 가물었던 봄을 이겨내고 가을까지 잘 왔다.
한 여름 폭염에 만들었던 배추밭.
땀이 비오듯하며 힘을 내어 일구었던 밭은 쑥뿌리를 거둬내고 배추모종으로 탄생했다.
돌멩이가 많아 괭이가 부러지고 가뭄과 폭염에 흙먼지 먹으며 이랑만들기를 이어갔다.
쑥뿌리가 질겨 무경운이면 모종도 심지 못할 것 같고 쟁기로 하자니 기계는 들어오지도 못한다.
뿌리를 거둬낸 밭은 민둥산이 되었고, 거름넣어 조금 거무스르하지만 처음엔 생땅이었다.
새로 갈았더니 풀들이 돋아나고 있다. 이후에 무엇이라도 피복을 하면 좋겠다.
올해 무는 점뿌림이다.
줄뿌림은 솎아주면서 김치담아먹는 재미도 있지만 점뿌림은 덜 솎아주어서 편하다.
자주 내린 비에 50%는 나왔고 나머지는 기다리다가 다시 뿌려야겠다.
배추는 청도열모와 의성배추(각 50개), 제주구억배추와 불암3호(각 300개)를 심었다.
결구가 안 되는 것들은 좁게 심고 적게 심었는데 잎은 무 잎깥이 자란다.
결구배추는 좀 많이 심었고 잎도 크고 여러 장으로 펴지면서 자란다.
배추는 벌써 벼룩잎벌레가 극성이다.
잎이 구멍이 송송난 것이 좀 약한 모종은 죽어버리는데 먹는 속도보다 자라는 속도가 더 크면 된다.
퇴치방법이 딱히 없다. 모종을 튼실하게 키우거나 허브종류의 약재를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봄이라면 고민하겠지만 가을이라 일교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도 한다.
올해도 김장농사, 아직 쪽파도 갓도 알타리도 심어야하지만
잘 될 것은 느낌이다.
가을농사의 작은 바램은 잘 저장하고 후년에 씨앗받는 것이다.
심고 가꾸고 거두고 저장하고 씨를 퍼뜨려 다시 심는 것을
농사의 기본으로 삼고 공부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