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나무는 두 그루만 있으면 대학등록금을 마련 할 수 있다고 하여 ‘대학나무’로 불렸다. 1960년대 감귤가격이 10kg에 2,400원 내외였고 어른 나무 한 그루에서 60∼70kg이 생산되어 15,000∼17,000원 정도를 마련 할 수 있었다. 1970년 서울에 있는 국립대학교 등록금이 14,050∼30,350원 이었으니 대학나무로 불릴 만 하였다.
감귤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량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과일이다.
국민 1인당 연간 12kg 정도를 먹고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겨울철 과일의 왕자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귤은 우리나라 삼국시대부터 재배가 되었고 《고려사》에 ‘제주도에서 방물(임금에게 바치던 지역 생산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1893년 진상제도가 없어지기 전까지 진상할 물량의 계속적인 증가와 지방 관리들의 횡포로 인해 제주도 귤 재배 농업인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던 과일이다.
중국 한나라 무제는 베트남에 귤관을 두고 진상품으로 받았고 특별히 귤 세금을 내는 농민을 관리하는 ‘등귤호’라고 하는 호적을 만들어 관리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과일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중국 황제도 껍질까지 다 먹었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왕이 좋아하는 궁녀 가문에 성으로 ‘귤’씨를 하사 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 바치는 대표적인 진상품이었고 종묘에 바치는 제물이며 신하들에게 하사하는 선물이기도 하였고 때로는 뇌물로도 사용한 과일이었다. 「황감제」는 1641년 인조 때 처음 시작된 것으로 매년 제주도의 특산물인 감귤이 진상되어올 때 성균관의 유생들을 모아놓고 감귤을 나누어준 뒤 시제를 내려 유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거제도로 벼슬길로 직행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또한 《영조실록》에는 ‘탐라의 과일을 바친 사람 19명에게 지나가는 고을에서 양식을 주게 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귤뿐만 아니라 이를 운반한 사람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다.
《세종실록》에는 제주도 찰방 김위민의 상소문이 전하는데 귤을 가꾸는 백성의 절절함이 묻어나고 있다.
‘민간에서 과일 나무를 가꾸는 것은 앞으로 그 이익을 얻어서 자손을 위한 계획으로 하는 것이며(중략), 지방관이 민가의 감귤로써 진상한다고 칭탁하고 나무를 세어 장부에 기록하고 열매가 겨우 맺을 만하면 열매 수를 세어 감독해서 봉하여 두고 혹시 그 집 주인이 따는 일이 있으면 절도죄로 몰아대고 전부 관에서 가져가므로 백성은 이익을 보지 못하여 서로가 원망하고 한탄하오니 만일 부득이 민가의 감귤을 가지고 진상할 경우에는 그 값을 넉넉하게 주어 사람들이 모두 심고 가꾸기를 권장하고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 해달라.’고 아뢰었다.
귤은 나무(木)와 가시(矞)가 합쳐진 한자로 품종개량 이전에는 탱자나무처럼 가시가 있었고 황금색의 귤이 달린 것이 상서로운 기운이 있다고 여겼다. 귤은 전 세계적으로 2,000여종의 품종이 있고 명칭도 여러 가지인데 옛날 중국에서는 감과 귤을 구분하였다고 한다. 감은 귤에 비해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고 맛이 달고 감귤은 감과 귤을 교배하여 만든 것이라 하고 밀감은 7∼8세기 당나라 때 발견된 신품종으로 온주에서 품종이 개량되어 껍질이 얇고 단맛도 강하며 씨앗도 없고 황제에게 공물로 바쳤다고 한다. 미국의 시장에서 팔리는 귤도 몇 가지로 구분하는데 만다린(mandarin)은 아시아에서 전해진 감귤로 보통 중국 오렌지를 뜻하며 탄제린(tangerine)은 모로코 항구도시 탄제르(tanger)가 어원으로 19C 초 이 항구를 통해 영국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사츠마오렌지가 있는데 온주밀감과 비슷한 귤로 1876년 미국 플로리다에 전해진 씨가 없는 귤이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귤은 조선시대 말에 선교사에 의해 개량된 품종을 도입한 것이 시초이고 1960년대 소득사업으로 정부가 지원하면서 급속히 재배면적이 증가하게 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학생들의 소풍가방에 한 두알 챙겨갈 정도의 일반적인 과일로 정착되었다.
최근에는 다른 감귤류와 서로 교잡하여 새로운 품종들이 탄생하고 소비자들로부터 호평 받고 있다. 밀감류와 오렌지류가 결혼하여 탄생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과 같은 품종 이름은 우리 귀에 익숙하다.
감귤의 매력은 역시 비타민과 무기질이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의 함량이 높고 신맛을 내는 구연산은 피로를 없애준다. 껍질 안쪽의 흰 부분과 알맹이를 싸고 있는 속껍질에는 식이섬유인 펙틴 성분이 많아 장 건강에 좋다. 특히 항산화, 항염효과가 있는 플라보노이드가 60여 가지나 들어 있다.
‘맛있어서 먹었을 뿐인데 건강해 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랗게 잘 익은 귤만 먹던 시대에서 요즈음은 기능성 성분을 이용하는 풋귤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지만 수입과일에 밀려 소비량이 매년 줄고 있다. 2007년 국민 1인당 16kg까지 소비하였으나 최근에는 12∼13kg 정도로 감소하고 있다.
감귤과 소비대체 관계에 있는 오렌지는 매년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는 최고의 맛을 요구하고 있다. 당산비와 같은 품질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이유이다.
감귤이 우리에게 ‘남쪽나라’에 온 대표과일이라는 이미지가 계속 남아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