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의 일환으로 2023년 12월초까지 청주미술관 2층 수장고에서 일반에게 공개되었던
변관식 작가(1899~1976)의 "무창춘색"..
수장고 보관 공개형식을 택함으로 일반인은 복도에서 유리창을 통하여 감상하다보니 작품은 생동감을 느끼기에는 유리만큼의 괴리가 느껴진다~~
이건희 컬렉션답게 모니터를 활용 디테일을 확대하여 볼수 있는 편의 제공으로 아쉬움은 어느정도 상쇄되기도 합니다..
변관식(卞寬植)이 1955년에 자신만의 개성적 화법으로 그린 관념산수화..
제목에서 언급한 ‘무창(武昌)’을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무창리로 해석하면서 화단에서는 사경산수화(寫景山水畵)로 분류되기도 하였으나 하지만 화면의 왼쪽 상단에 “1995년 가을 전주를 여행하며 그리다(乙未秋 寫於完山旅次).”라고 적혀 있는 제기(題記)는 화면에 보이는 계절과 상반되어 현장의 경험이 반영된 관념산수화임을 알려준다.
화면 오른쪽의 키가 큰 나무에서 시작되어 마을을 가로지르는 튼튼한 돌다리를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기와집과 초가집, 그 사이로 만개한 복숭아꽃은 6폭 병풍의 커다란 화면에서 도화원의 거대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지만 무창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평론가의 작품 해설 조금 옮겨봅니다..
사실 미술 평론 학창시절 국어시간처럼 "감정의 이입"없이 말의 성찬으로 작품을 왜곡하여 해부하는 느낌이 들어 그다지 즐겨보거나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단순하게 가슴으로 느끼면서 호불호나 감정의 이입등으로 작품과 교감하는 것이 더 있어 보이지 않나요? ㅎ
"오른쪽 근경의 경물을 강조하여 현장감을 높인 것이나, 전통적인 적묵법(積墨法)과 파선법(破線法)을 근간으로 한 강렬한 붓 터치는 1950년대 초반 완성된 ‘소정(小亭)양식’의 특징적 표현으로 주목된다.
만개한 복숭아꽃은 봄을 나타냄과 동시에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에서 유래된 동양의 영원한 유토피아인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일상적 현실경(現實景)에 복숭아꽃으로 선계(仙界)의 이상경(理想景)을 결합한 것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현실의 어려움이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유토피아에의 희망적 메시지를 담아낸 변관식 특유의 창작방식으로, 동일한 양상이 다수의 작품에서 확인된다.
일례로 1958년 1월 5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신춘시필(新春試筆)로 실린 변관식의 「무창춘색」을 보면, 배를 탄 어부가 동굴을 지나 계곡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안중식의 「도원문진도(桃源問津圖)」(1913년, 삼성미술관 리움)와 상당히 유사하다.
‘무창춘색’은 어부가 찾았던 호남성(湖南省)의 ‘무릉’을 전라남도 ‘무창’이라는 실제 지명으로 대체하였지만, 유토피아에의 동경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관념산수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작가는 무릉(지금의 장가계)를 가보기나 했는지?
이밖에 1975년에 그린 ‘무창춘색’이라는 또 다른 작품이 현전하고 있어 이러한 해석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1975년 작품은 TV 진품명풍에도 등장하였다고 하던데 변관식 작가는 "무창춘색"이라는 제명에서 본인의 이상향을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작품은 변관식의 오랜 산천 유람과 스케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독특한 현장감과 전통적인 표현기법을 절충하여 한국적 산수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되는 작품이라는 설명으로 마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술 조각이나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학창시절 서구 예술에 경도된 교육으로 세뇌되어 문화 사대주의가 살짝 심각한 편입니다..
한국의 화단이나 예술계 전반이 이런 경향이 심하여 우리 작품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나 소개도 한참 부족한 편..
안목이 제법 있다고 하는 분도 한국의 작가들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정도에 김기창, 이응노와 전뢰진 정도 겨우 알고 있는 정도가 대부분~~
아니 저만 그런 것을 호도하고 있는지도~~
이런 사고에 대한 반성도 하고 인식의 폭도 넓히고자 적어봅니다..
소정 변관식은 조선 마지막 화원 "조석진"의 외손자로 일제 강점기부터 활발하게 활약했으나 1957년 강직한 성격으로 혼탁한 미술계에 적응하지 못하여 제도권을 떠나 작품 활동에만 전념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변관식의 작품을 직접 접한것은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감정선이 이입되는 즐거운 감상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접할때면 저도 그림을 그려보았으면 하는 충동을 느껴 몇해전 국보 답사시 아래그림같은 습작도 그려 보았습니다만 끈기가 없어 중단~~
청주 미술관에서 접한 무창춘색..
동일 제명의 작품이 다수 있습니다!
국보 답사시 습작으로 남겨본 경주 황복사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