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이소로쿠 원수 국장일
김소운
감사의 눈!
연민의 눈!
불붙어 끓어오르는 비분의 눈!
히비야장장(日比谷葬場)에 겹겹이 둘러선 몇만 명의
북받쳐 오르는 상념을 담은 그 눈이여 눈이여
다마묘지(多磨墓地)에 신(神) 잠 드오시는 성장(聖將) 국장의 날
조총(弔銃)은 하늘에 메아리치고
1억 머리 숙이고 소리 죽이다
원수(元帥)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거대한 역사가 밝아오는 진두(陳頭)에
몸소 가르치신 귀하신 수범(垂範),
아 이토록 숭고한 죽음이 어디 있으리,
이토록 아름다운 죽음이 어디 있으리,
일개 병사의 영령조차 신으로 모시거늘
하물며 당신은 제독
연합함대 사령장관
수염 없으신 다사로운 얼굴에 싸인 강철의 의지
만 리의 파도를 차며 의연하셨던 영자(英恣)
지하 3척에 몸은 쉬일지라도
오늘부터는 해 떠오르는 나라의 수호신이옵신
원수 야마모토 이소로쿠
아아 이 이름!
1억 함께 복(服)을 입으며
지금 이 시간 새로운 결의를 가슴에 새기오리다
(<매일신보 1943.6.8.>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의 반격에 거세지던 1943년 4월에 전사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해군대장의 국장을 노래한 이 시는 일본어로 발표되었다. 개전 1년 반에 미영 해군 병력의 과반을 태평양에 수장했다는 야마모토는 호국의 군신으로 일본이 숭앙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영결하는 각오를 노래한 이 시가 어떤 연유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김소운이 자발적으로 쓴 글인지, 일제의 압박에 밀려서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인지는 본인만이 아는 일이다.
그는 2002년 발표된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과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정리한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되었다. 친일 작품 4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