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꼴찌
#1
몇 해 전의 일이었다.
후배인 정재우 철인이 “김부장, 이제 마라톤도 완주했으니...
철인3종에 입문하는게 어떨실지...“
“난 수영을 못해...”
요새말로 “그 까이꺼 대충 열심히 3개월만 하면...”충분하단다.
사실 마라톤을 하게 된 동기도
정재우철인과의 기자협회주최 ‘제 1회 산악 마라톤 대회’인
계룡산에서의 조우 때문이었으리라.
정철인 팀이 1위를 하고, 우리 팀이 3위를 했는데,
나는 그 이후로 술독에 빠져 살았고,
그 성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재우는 아이언맨에 도전하여 아주 좋은 성적을 일궈낸다,
뭐가 뛰니 뭐도 뛴다고나 할까.
내심 “일등은 못했어도, 우리팀이 3위를 했는데...”
우선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나름대로 실내체육관에서 열심히 두 달 동안 달린 후.
“정 재우씨 호수공원으로 나와, 한번 같이 뛰어보자...”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속으론 뛰어봐야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는 교만함(?)....
그 당시에 내달리기 실력이란 호수공원 한 바퀴 뛰는데
35분정도, 나는 운동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아주 잘 달리는 줄로만 착각을 하고 재우를 불러낸 것이 화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20분 기록을 유지한단다.
한 바퀴를 도니 1km이상 차이가 난다.
둘이 달렸는데 꼴찌를 했다.
아마 여기서 달리기를 마쳤다면, 아마 나는 영원히 뛰거나
마라톤 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 것.
잠시 휴식을 마치고 이제 집에 가려니.
“ 김부장 가볍게 한바퀴 더 하시죠...”능글맞게 웃어댄다.
"으 더 이상 뛸 수없는데...., "
“ 그러지 뭐 ”
저 친구가 아무래도 날 죽이려나보다.
20분 만에 실력이 늘면 달리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오기가 발동한다.
죽어라 달리니 이번에는 400m정도로 차이를 줄일 수 있었다.
또 다시 꼴찌였지만 그 격차의 좁혀짐이 날 달리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정재우철인은 내 후배이지만, 내 마음 속에는 스승으로 자리하고 있다.
참 고마운 친구이다.
#2
이 주일 전만해도 3.9km 장거리 수영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수영강습을 받는 50분동안의 총 수영거리를 1.5km이상 해 본적이 없던
나는 황룡산 산악구보를 마친 후
예전에 첫 달리기하듯이 무모하게 김병주철인에게 물어본다.
“혹시 저 같은 사람도 장거리 수영대회에 참가 할 수 있나요”
그이는 아주 선한 미소를 지으며
“그럼요 아주 편하게 하면 완영하실 거예요”
옆에 있던 이성희 철인도 거든다.
“조진명씨에게 빨리 연락을해 명단을 추가해주세요”
얼떨결에 해본 말인데....
이제는 진퇴양란이다. 그리고 걱정이 태산이다.
다음날
그 걱정에 독하게 마음먹고 ‘꽃우물 수영장’에서 슈트를 입고,
10바퀴를 도니 23분이 나온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수영을 마치고 병아리 셈을 하니
'23x4=92. 92-60=32. 32+1h=1h 32'란 등식이 너무 쉬워 보인다.
“그 까이꺼 대충하면 된다는 말이 맞구나”
그러나
“Do not count your chickens!" (병아리셈을 하지말라라는 영어 속담)
#3
일요일 새벽은 늘상 신선하다.
번잡함에서의 해방이기에 그렇겠지만,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 그 어떤 도모를 할 수 있다는 데에서
그 신선함이 우러나오는 것이리라.
일산역에서 드디어
주석완회장님과 이훈복님,황덕연님,김병주님,조진명님,조병준님과의
조우는 이루어졌고, 소사로 향한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일을 낼 태세다.
병아리셈을 몇 번이나 되뇌어 보지만 괜스레 초조한 것은
첫날밤을 맞는 시악시의 볼 빨간 마음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편하다고 했는데, A조 수영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 초조함에 촐싹거리며 칙살맞게 수영장을 드나들며 몸을 풀어본다.
A조 이훈복님이 1시간 20분에, 조병준님이 1시간24분에 완영을 해내었다.
참 대한한 실력이다.
드디어 출발이다.
6명이 B7레인에 배정되었는데, 여성철인이 3명을 포함해 모두 나보다
키가 작다.
“흐흐흐, 이 정도면 1시간 20분대야...”
아!!!! 이 황당한 착각은 첫 바퀴부터 산산이 무녀지고야 만다.
두 번째로 출발한 난 20m도 못가서
선두가 깊은 해연 속으로 잠수해가는 듯한 모습을 목격해야했고,
40m는 작고 가녀린 여인들의 추월을 감수해야만 했다.
“쟤네들 미쳤나, 처음부터 저렇게 빨리 가다니...”
“아마 중도에 포기할 걸”
아무리 돌아도 뿅망치소리(10바퀴마다 한 번씩 때려 주기로 함)가 들리질 않는다.
20바퀴를 돌았을까?
앞서간 이들이 포기하기는커녕 나를 따라 잡기를 5번,
완주고 완영이고 뭐고 때려 치고 싶다.
그런데 또다시 선두가 나를 잡아챈다.
이제는 기록은 차치하고라도 제발 저 꼴 보기 싫은 선두들의 모습만 물속에서
살아져주기를 기도해 본다. 한바퀴가 천리길이다.
2.5km지점에서 포기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주석완회장님을 비롯한
일산철인들이 내 레인을 따라 돌면서 “화이팅”을 외쳐준다.
매 바퀴마다 졸졸 따라붙으며 힘내라고하니 이 참으로 난감한일이다.
드디어 수영장 물밑의 인기척이 하나씩 사라지는데
심판원이 뿅망치를 치며 9바퀴 남았다고 외친다.
아이고, 아이고,....
팔을 휘져으니 5바퀴를 남기고 그 아이고가 문득 영어로 읽힌다.
"I go", “I go".....
다섯바퀴가 남아서였을까?
똑같은 발음인데 영어 발음을 생각하니 묘한 힘이 생긴다.
드디어 수영이 끝났다.
풀에는 나 혼자만 남아있다.
일산 클럽회원님들이 박수를 보낸다.
그야말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받았는데 너무나 행복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한 꼴찌가 된 것이다.
풀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나에게
주 회장님 왈,
“자, 이제 싸이클 타러 가셔야죠...”
“으악, 철인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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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완회장님.김병준철인님,조진명철인님, 조병준철인님,이훈복님,
일산의 아름다운 필사 검프 황덕연님,그리고 불원천리 달려와 격려를
해주신 원용조철인님,
그대들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성원해 주신회원님들 장말 감사합니다.
우물 밖에서 본 철인 세상은
너무나 장대하고, 아름답고, 위대하였습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띠었지만,
그 다음 발자욱은 겸손하지만 힘찬 내디딤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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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선배님~ 철인의 길에 반은 먹으신겁니다... 왕추카추카~ 드립니다
완영을 또 추카드립니다.. ㅉㅉㅉ 유쾌하고 즐거운 추억을 공유케 되어 기쁩니다. 이제 두발다 들여 놓으셨으니 롤러방도 열심히 나오세요~~~
예, 감사합니다. 다음 관문은 롤라방이군요,빠른시일내 노크하겠습니다.
재미있었나 보군요...수고했습니다.
완영을 추카 합니다. 롤러방만 노크만 하믄 되네요....
병주씨의 "살인미소" 조심하셔야 함니다.ㅎㅎ. 완영 축하드림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근데 김병주 선배님 3 이 가 누구에예요??
수영 잘 하실줄 알았습니다.. 원래 얼떨결에 떠밀리면서 입문하는 겁니다.. 3 이--이수윤/이성희/이병희 아닌가?? 어디서 얘기했는데...?
수고많이하셨구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자주뵙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