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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발표회 하기 며칠 전에 투싼ix를 먼저 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관계자들 눈치 보느라 제대로 시승할 여건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마다할 입장도 아니었지요. 요즘 현기차는 매체용 시승차를 아예 안 만들거나 아주 느긋하게 – 동네 사람들 벌써 끌고 다닐 때쯤 - 만들어 돌리기 때문에, 누가 태워준다고 그럴 때 얼른 넙죽 절하고 타봐야지 안 그러면 기약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얻어 타본 것이 2륜구동 수동 차량과 4륜구동 자동 차량입니다. 원래는 수동과 자동, 둘 중에 한대를 골라잡아서 목적지까지 교대 없이 운전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어느 차를 고를지 슬쩍 고민이 되더군요. 신차발표회에 맞춰서 시승기를 올릴라치면 아무래도 판매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자동변속기를 타보는 것이 정석일 테지요. 하지만 바꿔 생각하니 자동변속기는 나중에 영업소에 가서라도 타볼 수가 있겠지만 수동변속기는 이번을 놓치면 평생(?) 재회가 힘들지도 모를 노릇이었습니다. (제네시스 쿠페 시승차가 수동변속기를 달고 나왔을 때는 어찌나 감동했던지요.)
그래서 단호히! 수동 차량의 키를 집어 들었습니다. 키 자체는 둘 다 똑같이 생긴 현대차 공용의스마트키라, 차량번호로 구분해야 했습니다. 다만 생각했던 것 보다 사양이 고급이라 조금 놀랬네요. 투싼ix 자체가 이전 투싼보다 고급스러워진 것은 예정된 수순이겠습니다만, 얻어 탄 차가 위장막을 뒤집어쓴 연구용 임판차라 아무래도 깡통 사양이 어울릴 것 같았다, 이 말씀이지요.
아무튼, ‘나도 스마트키는 써봤어요’라는 듯이 도어 손잡이의 깜장버튼을 눌러 도어록을 해제하고 시트에 올랐습니다. 투싼ix는 이전모델보다 지붕이(전고가) 25mm 낮아졌습니다. 운전석 기본위치도 28mm가 낮아졌고 문턱은 39mm 낮아졌다고 합니다. 겉보기에 덜 껑충하고, 타고 내리기도 수월해졌다는 얘기네요. 시승차는 실내에도 사진촬영을 막기 위한 덮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어두운 지하주차장 구석에 숨어있었던 터라 실내의 요모조모는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살펴볼 수가 있었습니다.
(첨부사진들은 시승날 찍은 것과 신차발표회 사진이 섞여있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센터페시아에 자리잡은 내비게이션과 좌우독립온도조절장치 같은 고급사양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트도 갈색가죽으로 마감된, 이른바 풀 옵션 사양이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신차발표회때 자료를 받아보고서야 알았지만- 시판차의 수동변속기 모델에는 이런 사양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동변속기 자체가 디젤 2륜구동 모델의 기본형 급에만 적용되거든요. 올-가죽시트(직물+가죽이 아닌), 가죽 스티어링휠, 듀얼에어컨, 오디오리모컨, 파노라마썬루프, 오토헤드램프 등등을 수동변속기에서는 누릴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뭐, 가죽 스티어링휠 빼고는 딱히 아쉬울 것이 없다고 어느 분이 그러시던데, 그것은 출고 후 쉽게 바꿀 수 있으니 다행이군요.
시동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니 고요한 주차장에 털털거리는 디젤 엔진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나중에 밖에 나가서 들어보아도 엔진소리는 조용하지가 않았습니다. 진동은 거의 없는 반면 공회전 소리 자체가 불규칙하게 이상음을 동반한 것이, 좋은 컨디션은 아닌 듯 했습니다. 적산거리계를 확인해보니 벌써 2만km를 넘겼더군요. 양산차가 아닌 시제품이고 연구용으로 혹사 당했을 테니 이를 감안하고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기판에는 타이어공기압 경고등도 켜져 있었는데,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차 상태가 그런가 보다 하고 시승에 임했습니다. (설마 펑크난 차로 160km/h를? 후덜덜)
디젤 수동차이니, 1단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클러치만 떼도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엔진의 후달림 없이 자동변속기차량의 클리핑처럼 자연스럽게 전진합니다. 클러치가 가볍고 기어 변속감도 좋습니다. 그러다가 먼저 출발한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가속페달을 푹 밟았더니 삐리리릭 하는 휠스핀이 일어나면서 급가속이 이루어집니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시내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어이쿠 민망해라.
휠스핀이야 타이어나 노면상태에 따라 힘없는 차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니 차치하고, 가속 자체가 속시원합니다. 차 상태가 좋지 못해 거친 소리가 나지만, 그것을 스포티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기분 좋게 쭉쭉 뻗어줍니다. 실내에 유입되는 엔진음이 약간 멀리서 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을 보아 기본적인 소음은 잘 차단되어 있는 듯 합니다.
사실 투싼ix에 R엔진이 얹힌다고 했을 때는 약간이라도 디튠이 있지 않을까 나름의 각오(?)를 했었는데, 싼타페와 동일한 184마력으로 나와주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덕분에 예전 투싼VGT와 배기량은 2.0으로 동일하면서도 최고출력은 33마력, 토크는 8kgm가 높아졌습니다. (수동에서는 자동보다 최대토크가 1kgm 낮아지는 것이 특이사항입니다.) 게다가 차고를 제외한 차체가 전반적으로 커졌는데도 무게는 오히려 150kg이나 줄었습니다. ‘효율적인 구조 및 신소재 적용 덕분’이라고 현대차는 말하고 있군요. 아무튼 대단합니다!
예전의 투싼VGT도 힘 모자란 차가 아니었음을 아시는 분들은 투싼ix의 성능이 짐작가실 것입니다. 이를 아주 쉽게 보여주는 것이 0-100km/h 가속성능입니다. 투싼VGT는 2륜 수동이 11.1초였는데, 투싼ix는 2륜 자동이 9.8초라니 말 다한거죠. QM5나 윈스톰도 2륜 자동의 0-100km/h 가속시간은 12초대 입니다. 단순히 수치에서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 자체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높아진 성능을 실생활에서 팍팍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 R엔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죠.
그렇다고 투싼ix가 기름을 더 많이 먹냐 하면 그것도 아니랍니다. 2륜 자동 공인연비가 15.4km/L입니다. 투싼VGT 2륜 6단 수동이 15.2km/l였는데 말이죠. 이거 뭔가 반칙을 쓰고 있는 것 아닙니까? … 사실입니다. 발전기제어, 실리카 타이어, 저마찰오일 같은 온갖 꽁수가 동원되어 있습니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물론이구요.
2~3단을 오가며 시내의 짧은 구간을 달린 뒤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아, 그 전에 시동을 한번 꺼뜨렸군요. 교차로에서 타이트한 우회전을 하느라 속도를 많이 줄였는데, 3단에 넣어둔 채로 클러치 밟을 생각을 못한 겁니다. 굳이 저단으로 바꾸지 않아도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부드럽게 뻗어주니 자칫하면 이처럼 멍 때리다가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고속도로 진입 램프를 돌면서 –역시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높이니 차체가 쏠리면서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나는데, 불안한 감이 없습니다. 조향력은 저속에서도 그리 가볍지 않고, 대체로 탄탄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시승차는 조향 중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조향감의 변화와 함께 언더스티어가 두드러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2륜 모델들에는 VDC가 기본사양으로 되어있고 여기에 언덕길 밀림방지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수동변속기 차도 한결 편하게 몰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기판은 두 개의 실린더 형상으로 왼쪽이 엔진회전계, 오른쪽이 속도계인데, 각각 안쪽에 디지털 방식의 보조계기를 갖고 있습니다. 회전계 안쪽에는 수온계, 속도계 안쪽에는 연료계가 자리잡고 있고, 다시 그 안쪽으로 도어열림 경고등과 기어위치 관련 정보가 뜹니다. 아, 이 차는 슈퍼비전클러스터 사양입니다. 시판차의 수동변속기 사양에는 일반 계기판이 달리는군요. 아무튼, 자동변속기 차에서는 연료계 안쪽 화면에 현재의 레인지가 표시되도록 되어있습니다만, 수동변속기 차에서는 현재 속도와 부하에 맞는 적정 기어단수가 표시됩니다. 시프트 인디케이터 기능이지요. 가령 100km/h를 4단으로 달리고 있으면 상향 화살표와 함께 ‘6’이라는 숫자가 표시되는 식입니다.
수동변속기는 6단짜리이고 후진은 1단 왼쪽으로 레버를 당기면서 넣도록 되어있습니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수는 6단에서 2,200rpm, 5단에서는 2,600rpm정도인데, 나중에 일행의 얘기를 들어보니 자동 6단에서는 회전수가 이보다 더 낮게 나온다는 군요. 제가 4륜 자동모델로 갈아탄 것은 고속도로를 빠져 나온 다음이라 직접 확인해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2륜 차는 스티어링 컬럼 왼쪽에 계기판 밝기 조절 버튼만 있었는데, 4륜 차는 4WD LOCK 버튼도거기 있더군요. VDC OFF 버튼이 센터페시아의 비상등 옆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것도 특이했습니다. 내리막속도유지장치(HDC) 버튼도 그렇구요. 이 차는 내비게이션 옵션이 빠진 상태라 그 자리에 MP3 오디오가 달렸는데, 오디오까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가속페달이 오르간식으로 되어있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네요. 주차브레이크는 M/T차에 핸드브레이크, A/T차에 풋브레이크(족동식~) 타입으로 되어있습니다.
4륜 A/T 시승차는 사양이 조금 낮은 대신 상태가 훨씬 좋은 편이었습니다. 총 주행거리도 200km밖에 안되더군요. 먼저 탔던 차와 단박에 비교될 정도로 조용하고 안락하게 느껴졌습니다. 동승하신 분과 담소를 나눠가며 일부러 천천히 운전해봤습니다. 경기도 모처의 시외와 시내 일부 구간을 달렸는데 노면이 아주 개판이더군요. 즉, 승차감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포장도로이긴 했지만 요철이 심한 곳을 많이 만났는데, 실내 뒤쪽에서 퉁퉁 거리는 작은 소리가 날 뿐 , 충격을 아주 잘 흡수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고급모델에는 베라크루즈에 달리는 진폭감응형 댐퍼가 적용된다는데,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비교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만, 아무튼 출렁임이나 실내의 잡소리 없이 매끈하게 달려서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솔루스KL21이고 사이즈는 225/55R18이었습니다.
실내는 대체로 고급스럽게 보이고, 개성도 있고, 딱히 나무랄 것이 없는 듯 합니다. 특히 메탈 질감을 준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듯 하고, 효과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시보드나 도어트림 등은 하나같이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마감했더군요. 보기에는 부드러운 질감으로 고급스럽게 처리한 듯 싶지만, 만져보고 두들겨보면 딱딱해서 속은 기분이 듭니다. 처음에는 시판차가 아니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신차발표회 때 확인해보니 그대로더군요. 운전석 시트는 전동조절식이고, 앞뒤 높이가 따로 조절되지는 않지만 요추받침까지 전동으로 조절되었습니다. 실내 거울에는 후방카메라 모니터가 내장되어 있었구요.
뒷좌석 공간은 중형승용차가 부럽지 않습니다. 다만 창턱이 뒤쪽에서 가파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개방감은 적은 편입니다. 필요하다면 파노라마 루프를 달면 되겠지요. 파노라마 루프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버팀대에 실내 조명이 달린 것이 눈에 띄더군요. 공간은 넓은데 뒷좌석용 송풍구는 없어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신(?) 고급모델에는 뒷좌석에도 열선이 달립니다. 도어트림의 형상이 앞좌석에서 ‘복사&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도어포켓은 PET병 따위를 세워서 보관하기 좋도록 칸이 살짝 나뉘어 있네요.
뒷좌석은 등받이만 접을 수 있고(즉, 더블폴딩은 아니고) 등판이 적재함 바닥과 평편하게 이어집니다. 투싼이 처음 나왔을 때 깔끔한 폴딩 장치의 완성도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앉았을 때는 등받이의 각도조절을 할 수 없지만 기본 각도가 적당한 듯 합니다. 트렁크 공간은 이중바닥 덕분에 휠하우스의 침범이 적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바닥 아래 공간도 꽤 넓지만 스페어 타이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추가 수납공간으로 쓰기에는 불편할 듯 합니다.
이번 투싼은 귀엽고 순진했던 처자가 요부가 되어 돌아온듯한 인상을 줍니다. (홍보문구도 ‘SUV: 섹시 유틸리티 비클’이더군요.) 갑자기 나이를 퍼먹은 듯 되어버린 스포티지야 곧 상응하는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겠지만, 그 동안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해왔던 QM5의 앞날이 자연스레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네요. 곤충스러운 앞모습에만 적응하고 나면 별다른 단점은 없는 차 같습니다.
그런데 구형 및 경쟁모델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능 및 사양 못지않게 가격이 넘사벽이로군요. 딱 4년 전,구형 싼타페(투싼 말고)가 단종되기 몇 달 전에 4륜구동 풀옵션 차를 2,500이 채 안되게 주고 사셨었다는 선배님의 씁쓸한 표정과 투싼ix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차 값은 잘도 오르는데 왜 월급은 거기서 거기인지 모르겠네요.
[출처] 너무 잘 나가도 반칙! 투싼ix 시승기 by 차행동|작성자 오토씨
첫댓글 엑박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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