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화요일 10시 평일 미사 중 김태정 비오 2보좌 신부님 강론 내용입니다.
부활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비오 신부님의 강론 말씀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평일미사 오신 분들만 듣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신부님께 부탁드려서 올립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는 부활주간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 이 미사 후에 3박 4일간 사제 연수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본당에 없는 사이에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날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연수를 들어가기 전에,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떠나는 것은 직무유기인 것 같아, 조심스레 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합니다. 만일 제가 하려는 이 이야기가 지겨우시다면, 어느 방송국 앵커가 이야기했던 대로 잠시 귀를 닫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작년 우리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던 때를 기억할 것입니다. 바로 작년 4월 16일에 일어났던 세월호 침몰 사건입니다. 그 희생자 중에는 사제의 길을 걷고자 예비신학교까지 다니고 있던 박성호 임마누엘 군이 있었습니다. 제 동기 신부 중 하나가 그의 어머니 정혜숙 체칠리아 자매님과 연락이 닿아 성주간 월요일에 저는 몇몇 동기 신부들과 함께 그 자매님을 따라 단원고등학교와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체육관 안에 마련된 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온갖 선물과 꽃으로 쌓여 있는 책상과 돌아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메시지들, 그리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저는 더 이상 할 말 없이 눈시울만 붉어질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말 없이 슬퍼만 하고 있던 저희들과는 달리, 성호 군의 어머님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세월호 사건에 대한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작년 몇 달까지만 해도, 온 국민이 울고 슬퍼했지만 이제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단원고 안에서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도 사실 의도적이진 않지만, 그 일을 잠시 잊고 살았던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된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어제 추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많은 신부님과 수녀님, 신자 분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내리는 비는 마치 아직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지 못해 울고 있는 희생자들의 차디찬 눈물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곳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마치 초대 교회 시절 예수님의 제자들이 세상을 향해 그분의 부활을 전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곳에는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희생자들의 영혼과 하느님께서도 함께 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미사를 끝마치기 전 공지사항 때 제가 만났던 성호의 어머님과 실종자가족 대표인 희생자 다윤이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부활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직후, 그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과 국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자녀들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들과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나라에 진실과 정의가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꿋꿋이 싸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자녀들을 팔아 보상금이나 챙기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도대체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랄 뿐이며, 이와 관련하여 아직도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선채가 어서 빨리 온전히 인양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선채를 인양하는 것은 단지 배 한 척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 희생자들의 넋과 진실을 들어 올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부활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부활’은 분명 새로운 삶을 지향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이들을 통해 드러났다면, 이제는 그분의 부활이 우리에게서 드러날 차례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씀하셨듯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러기에 한 지체가 아파하면 다른 지체도 함께 아파하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몸의 한 지체가 아파하고 있는 이상, 그 아픔에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단지 그들과 함께 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뜻을 같이 하고 있음을 세상에 드러내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제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그리고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에서는 입을 모아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으로 가득 차 있는 해양수산부의 시행령과, 9명의 실종자들을 위해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할 것을 성명서로 공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계속 각 교구별로 추모 미사가 봉헌되면서, 한국 교회는 유족들과 뜻을 같이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께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디 이 뜻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반드시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음을,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를 통해 드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비오 신부님 강론 말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아녜스 자매님 고맙습니다)
희생자 와 실종자 부모님 들의 뜻에 주님 부활의 삶이 함께하시길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