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에 고인 그리움 / 권 혁 웅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산 302번지 우리 집은 십이지장쯤 되는 곳에 있었지 저녁이면 어머니는 소화되지 않은 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귀가하곤 했네 당신 몸만한 화장품 가방을 끌고, 새까맣게 탄 게 쓸개즙을 뒤집어 쓴 거 같았네 야채나 생선을 실은 트럭은 창신동 지나 명신초등학교 쪽으로만 넘어왔지 식도가 너무 좁고 가팔랐기 때문이네 동네에서 제일 위엄 있고 무서운 집은 관 짜는 집, 시커먼 벽돌 덩어리가 위암 같았네 거기 들어가면 끝장이라네 소장과 대장은 얘기할 수도 없지 딱딱해진 덩어리는 쓰레기차가 치워갔지만 물큰한 것들은 넓은 마당에 흘러들었네 넓은 마당은 방광과 같아서 터질 듯 못 견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짐을 이고지고 한꺼번에 그곳을 떠나곤 했던 것이네 |
첫댓글 좋은 글이라 가슴에 새겨 두려고 가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