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경춘선 열차는 콩나물시루가 된다.강촌역쯤에는 MT를 떠나는 대학생들의 배낭행렬이 끝이 없다.꿈과 낭만을 싣고 떠날 수 있는 젊음이 부럽다.집단 공동의식을 익히고 ‘나’ 아닌 ‘너’가 있음을 새삼 인정하게 되는 그룹여행은 사회인으로서의 적응력을 키우는 친교의 장일 수 있다.입시지옥에서 해방된 자유를 누리며 다소 소란을 피우며 길 떠나는 햇내기들을 철없는 행렬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
젊음은 한 세대를 휘젓고 가는 태양이다.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신 그들은 끼니를 잇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미래의 역군들에게 평소 노파심을 보낸다면 “꿈을 가져라,꿈을 이룬 사람은 편하게 산 사람이 아니다”는 말이다.고생을 감수하면서라도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라고,강요하듯 젊음을 헛되게 보내지 말라는 충고다.
꽃이 지는 시기를 맞고 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는 해도 보란 듯이 내세울 흔적이 마땅찮다.숲 속에 있으면 숲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젊음이 쾌속으로 간다는 걸 느낄 때면 어느새 인생의 정상에서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음을 탄식하게 된다.그럴 때 왜 인생의 설계도 하나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살았는가 후회해 본들 열차는 이미 떠난 상태다.
사람들은 현재에 안주하면서 안일한 삶을 사느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비전을 갖고 뛰는 사람들이 있어 한층 사회는 밝다.언젠가 대기업에서 회사의 앞날을 내다보며 인적자원을 양성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했었다.중견간부들을 대거 차출하여 해외 연수 및 국내교육을 시키면서 장차 회사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기업의 관리체계를 완벽하게 담당할 리더들에게 생명을 걸었다해도 다름없다.내일 죽는 한이 있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의지를 보며 훗날을 내다보는 시각이 낙관적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전공분야의 체계부터 배우게 된다.개요를 알면 전체를 알게 되어서 시대적 흐름의 큰 획이 부분을 이해하는 포괄적인 능력을 갖게 되므로 앞날의 방향까지 내다보게 한다.그것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뼈대를 세우는 시기가 바로 청춘기이지 않은가.젊은이들에게 자기의 인생 설계도를 그려보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미리 삶의 전?후반기를 그리며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설계도를 품고 있다면 그 방향을 따라 햇빛을 받을 수 있는 해바라기가 될 수 있다.이정표를 지침 삼아 길을 떠날 때는 계획 없이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현명한 젊은이들은 노는 것 같아도 미래에 대한 예정표쯤 가슴 속에 내장하고 산다.공연히 잘못된 기성세대를 답습할까 걱정하는 것은 속절없는 애정 탓이려니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