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갔다온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보이지 않는 가족'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입니다.
먼저 '보이지 않는 가족' 전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정평이 난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와 아키텐지역 현대예술기금의 방대한 컬렉션 가운데 1950년대 이후의 현대 사진 200여점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와 사진이나 현대미술 뿐 아니라 문화담론과 인식론에 큰 영향을 끼쳤던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그의 대표적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 담긴 사진론에 기반한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1955년 뉴욕근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인간가족>전에서 보여준 인류라는 상상적 공동체를 비판하면서 오히려 비가시적이면서 주변화된 존재들, '보이지 않는 자들'에 주목한 바르트의 사상을 따르고 있습니다. 전시는 현대 사회 전반에 내재한 근대 이성의 한계와 모순들을 '신화'로 비판하면서 이를 해체했던 바르트의 개념을 보여줍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모여 앉은 10명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있는 것이 작품제목처럼 일시정지 돼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전체주의 안에서 개인에게 가해지는 억압으로 인해 개인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진 또한 묶여 있는 원숭이와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비판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날 가족은 어떤 의미가 될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영상 몇 개도 같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 이 아르나우트 믹의 '핥다' 작품 같은 경우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한 작품이었습니다. 두 여자가 벽에 기대어 앉아 가슴에서 파란 잉크가 뿜어 나오고 다리에 걸쳐진 파이프에서 같은 파란 잉크가 넘쳐나오고 있고 그 옆에선 한 남자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장치 위에서 또같이 가슴에서 파란 잉크를 뿜어내는게 무언가를 비판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면을 씌워 놓은게 마치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표현한 것 같은 사진이었습니다.
여러 자유로운 모습들을 표현한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전시는 지난 30년간 한국 현대미술사에 있어, 사진매체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언어와 조우하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왔는지를 조망하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당대의 사진가들과 현대미술 작가들이 글로벌 미술계에서, 미술의 언어로서 사진이라는 미디움을 어떻게 차용하고, 사용하며, 새로운 그들의 시각언어로 만들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중 몇가지 작품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민병헌 사진가의 작품인데요. 이 사진가는 아날로그 흑백 프린트를 고수하며 회화처럼 아름답고 추상적인 사진을 찍는 사진가로 알려져있습니다. 실제로 사진들을 보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연필로 그린 회화 같았습니다.
강용석 사진가의 작품입니다. 사진 속 여인은 미군을 상대로 삶을 꾸려 나가는 접대부입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서로 다른 나라의 민족이 어울려져 있는 모습이 기형적이면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플라잉 시티(Flying City)' 라는 그룹의 작품입니다. 이들은 현대 도시문화와 도시지리적 현실에 대한 연구 및 비평을 목표로 하는 미술가 그룹입니다. 그들은 서울의 도시조직 형성 과정이 도시 공동체의 변화에 미친 영향, 과밀과 직접의 조건에서 성장하는 도시에 대한 대안적 사유방식에 대해 작업합니다. 이들은 도시의 생성과 변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시 공동체에 관한 연구와 자본주의 사회가 직조하는 도시의 면면에서 관한 대안적 사유와 실천을 지향합니다.
이 작품은 원성원 사진가의 작품인데 이 사진가는 일상의 풍경과 주변 인물들,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주제로 촬영한 500~600여 장의 사진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사진을 찍습니다. 위의 사진인 <일곱살>시리즈는 작가가 일곱살 때의 이야기를 담아낸 자전적 작품으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불안했던 기억들과 트라우마를 풍경으로 옮겨낸 작품입니다.
위의 두 전시회를 봤을 때 둘이 대조가 되면서 공통적으로 국내와 국외의 여러 사진가들의 특징들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고 맘에 들었던건 그 사진가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찍어낸 특이하면서 독창적인 사진들을 볼 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본 전시회와 다르게 스케일이 컸고 그만큼 저의 미적 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는 전시회를 갔다오고 관람한 사진들 중 하나를 모작한 것입니다.
먼저 원본은 김옥선 사진가의 <해피 투게더>시리즈 중 하나 입니다.
사진 속에서 여성이 관객을 응시하는 반면 백인 남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부의 일상은 낯설고 불안정한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가장 친밀한 사이인 부부간의 소통적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원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흔히 보여지는 일상을 주제로 담고 있는 사진들을 좋아하는 저에게 매우 인상적인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대학생활 중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표현하고자 아래와 같이 모작하였습니다.
룸메이트가 어질러 놓은 쓰레기로 가득한 바닥과 그 위에 힘없이 서있는 저 자신과 반면 그러든 말든 상관도 안하고 잠에 푹 빠져 있는 룸메이트의 모습에서 같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서로 소통함으로써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공동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을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