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라는 역사적인 해가 시작되던 날, 나는 감격하며 이런 기도를 드렸다.
“ 하느님,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지 200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 역사적인 해를
제가 맞이하는 감격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끊음으로서 저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내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육식”이라는 단어였다.
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이제부터 고기를 먹지 말아야지, 그런 결심을 한지 벌써 14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다. 나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나의 결심을 믿지 않았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좋아하던 육식을 끊을 수 있겠느냐고 아마도 그 결심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는 큰 유혹도 없이 14년이란 긴 세월을 고기를 먹지 않고도 잘 지내왔다.
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더 건강하게 지낸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성악을 하는 사람들은 몸이 악기인지라 먹는 것에 많은 관심과 물질을 쏟고 있다.
노래하는 사람치고 먹는 것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노래하는 것은
감각적이면서도 큰 육체노동이다. 그래서 특히 육식을 많이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허긴 나도 연주 활동이 왕성했던 30대에는 70kg가 넘는 몸무게를 유지한 적이 있었다.
특히 오페라 공연이 밤늦게 끝나는 날이 많았던 시절에는 밤 10시 이후부터 많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그대로 몸이 불어나기 마련이다. 체격이 큰 유럽 사람들과 무대에서 경쟁을 하려면
나는 더 부지런히 먹어서 체력을 키워야만 한다고 생각해왔었다.
공연이 없어 쉬는 날에도 나는 집에서 친구들을 위해 요리하면서 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많은 요리책들을 구입해서 읽곤 했다. 그렇게 나의 식탐은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몇 시간을 자동차로 달려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무질서하게 입맛대로 먹고 운동하지 않으면 반드시 몸에서 적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고혈압 가족력을 갖고 있는 나에게도 고혈압이 와서 30대부터 고혈압 약을 먹어야만했다.
나의 아버지 가족들, 큰아버지나 고모님들이 중풍으로 고생하시는 것을 어린 시절에 보아왔기 때문에
내 무의식속에서는 “나는 저렇게 늙지 않을거야” 라는 보호막이 그 때 쳐진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육식을 끊겠다는 결심을 그렇게도 쉽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먹는 것에 집착하던 나에게 놀라운 일이 생겼다. 다니엘 아빠인 미하엘과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진 후부터 나는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늘 충만해 있었다.
사랑으로 충만해지니 그 무엇인가를 내 안에 집어넣지 않고도 행복한 상태에 머물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사랑의 결핍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덜 먹으니 나는 어려움 없이 다이어트를 해서 6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애시절에는 가능했던 그 몸매는 결혼생활 동안에는 유지하지 못했다.
이제는 가족들을 위해서 맛있는 요리를 해주면서 나는 다시 먹는 일이 큰 관심거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1997년 메쥬고리에 성지에서 깊은 회개의 은총을 받고 돌아온 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성모님께서 주시는 5가지 메시지 중 (매일 성서 읽기, 묵주 기도 15단, 매일 미사, 한 달에 한번 고백성사) 일주일에 두 번 단식을 하라는 부분이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아무런 반찬 없이 밥이나 빵을 먹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바로 세상의 단맛을 끊는 연습의 시작이 된 것이다. 이 세상에 널려 있는 그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맨 밥에 맨 빵을 먹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배고픈 느낌으로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할 때는 어지럽기 까지 했지만, 나는 잘 참아내어 3년 정도 이 단식을 실행 할 수 있었다. 이 단식을 통해서 먹는 것에 대한
절제가 생겼으며 체중도 유지할 수 있어서 나는 나 자신에게 퍽이나 만족했던 것 같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와보니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카롱가는 너무도 뜨거운 날씨 때문에 야채와 과일들이 귀했다.
종류도 적었지만 냉장고가 없어 보관이 안되니 시장에서 파는 야채들이 모두 시든 것을 사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육식을 안 하는 나는 먹을거리가 부족해서 무엇을 먹을까 항상 고민을 해야만 한다.
호수가 있어 생선이 나오지만 한, 두 가지 정도의 생선과 계란에서 단백질을 섭취하고 양배추와 감자, 고구마,양파, 토마토, 당근,콩등을 통해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케일이나 고구마 순을 구할 수도 있다.과일은 열대 과일인 바나나와 망고 파파야, 파인애플 정도가 있을 뿐이다.
놀라운 것은 이곳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 날마다 육식을 하면서 몸들이 불어나 살찐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른 먹을거리가 없으니 소고기, 염소고기, 닭등을 번갈아 가며 식탁에 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도
3가지 밖에 메뉴가 없다. 소고기 스튜와 닭튀김과 생선 튀김이 전부다. 그 어느 식당을 가도 메뉴는 꼭 같으니 나에게는 밖에서 먹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아프리카 말라위 카롱가에서 본의 아니게 나의 영원한
다이어트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 년에 두 번씩 한국에 나가면 나의 식탐은 다시 생기를 띄고 살아난다. 그동안 못 먹었으니까 스스로
위로 하면서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데, 절제가 안 되어 늘 과식을 하게 되는 나의 모습이 너무도 마음에
안 들었다. 나를 초대해주시는 분들께서도 까질해진 나의 모습이 안쓰러워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격려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그 결과 나는 한달 후에는 3kg의 체중이 불어나 옷이 안 맞고 무릅이 더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을 반복하곤 했다. 의사들은 나에게 체중 5kg만 줄이면 고혈압이나 무릅 통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5kg를 줄이는 노력은 하지않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신부님의 소개로 효소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분을 만나면서 나는 효소 단식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단식에 대해서 늘 관심이 있었던 나는 직관적으로 나에게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효소단식을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에게는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짧은 단식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곡기를 끊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완전히 굶는 것이 아니고 액체 효소를 물에 타서 5번씩 먹으니 에너지가 공급되어 견딜만했다. 3일 단식에 3일 보식하면서 나는 6일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는데, 3kg가 줄으니 정말 몸이 가볍고 머리까지 맑아지면서 또 다른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됨을 느낄 수 있었다.
보식이 끝나고 정상적인 식사가 허용 되었는데도 나는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의지와 배부르기 전에 수저를
내려놓는 습관을 갖게 되어 몹시 기뻤다.
단식을 하고나면 확실히 변하는 것은 식습관인데,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게 되는 것과 위를 100% 다 채우고
싶지 않는 의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변화가 왔다. 효소는 생야채와 과일에서 가장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식사 전에 우선 많은 야채나 과일을 먹어 위를 채우고 나서 소량의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효소는 마치 자동차의 밧데리 같은 역할을 우리 몸에서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 들어가도 효소가 부족
하면 영양분이 몸 안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서 캔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야할 때가
많이 있다. 이것이 아프리카의 현실이라 나는 이 현실을 받아 드려야 한다.
대신 나의 노력으로 두부를 만들어 먹고 콩나물을 키우기도 하고 요거트도 직접 만들어서 먹는다.
앞으로는 더운 날씨에도 야채를 키워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봐야겠다.
우리는 결핍을 느껴야만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병이 들어야 건강의 귀중함을 알듯이
배가 고파봐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음식물을 끊임없이 우리 안으로 집어넣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 인간의 7가지 죄 중에 식탐이 포함된다. 무질서한 식욕에 휘둘려 살아가면 그것이 바로 죄가 된다,
자기 자신의 몸에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그 음식을 배고픈 이들과 나누지 않은 인색함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께 꾸중을 받게 될 것이다.
식탐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두려울 것이 없다.
더 늦기 전에 누구든지 한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첫댓글 오랫만에글을 읽었네요소식이 없으면 내가 먼저 쓰면 될텐데~ 왜 들어와보곤 그냥 나가는지 ㅋㅋ
잘 있었어요? 너무 더워서 힘들지요? 이곳은 눈ㄴ이 많이 오고 추워서 다니기가 겁나는데~ㅋㅋ
우리 만나서 함께 하던날 리디아 형님 안갈려고 하는것 기어이 같이 갔더니 자기 얘기 듣고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 감탄 하더니....어제 크리스 마스에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주고 싶은것 하라고돈 100 만원 보냈어요!!!
만나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했어요 모든이가 함께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 선교사 아녜스와 함께!!! 또 연락 할께요 안녕
식탐이 젤로 무섭습니다. 저도 절제가 잘 안되는 사람 중에 한사람인데요.....
쌤 글 읽고 저도 노력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어 봅니다.
나무님, 그래요. 우리나라에는 먹을 것이 너무도 넘쳐나요 그래서 유혹도 많이 받지요. 아프리카에서 살다보니 우리가 그렇게 필요한 것이 많지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약간 배고픈 듯한 느낌이 아주 기분 좋아요. 노력해 보세요.
저도 한국에서 다시 2kg가 늘었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영원한 다이어트를 할 수있는 곳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