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대학로 뮤지컬 조로 액터 뮤지션
스트레스 완화가 필요했다. 얼마 전에 청와대 단풍 구경을 다녀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즐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뮤지컬을 뽑았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좀 착한(?) 대학로 공연으로 말이다.
그런데 현장 가서 알았다. 장애인 1인만 반값 할인되고, 동반자까지는 할인이 안 되더라고.
👩🦯 보통은 장애인 1인이 온라인으로 티켓 2장 예매하면, 반깞 반값 할인해 1장 가격으로 2인이 관람할 수 있는데 말이다.
🔎 인터파크 유니플렉스는 그런 거 없으니, 공연 예매하는 분들은 참고하자.
이 사항이 워낙 깨알같이 명시되어 있어서 자칫 못 보고 지나가기 쉽다.
뮤지컬 조로 액터 뮤지션
장소: 서울 대학로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
주소: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64
공연 기간: 2024년 9월 11일~2024년 11월 17일
시간: 인터미션 15분 포함 150분
*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아르코 예술극장과 마로니에 공원 사이로 걸어가 정면에 CU 편의점 나오면 좌측 길로 들어가 몇 걸음만 걸으면 목적지
예매한 표가 어쩌다 보니 일정상 공연 마지막 날 티켓이었다. 물론 2시 공연이라 당일 저녁 공연이 하나 더 있긴 했다.
하지만 날이 점점 쌀쌀해지고 있어서 낮에 보고 귀가하기로 했다.
일찍 가서 여유롭게 스타벅스 쿠폰으로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 케이크 세트를 즐겼다.
👩🦯 자고로, 공연 전 카페인과 당 섭취는 집중 관람을 위해 필수!
매표소는 지하 1층에 있고,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티켓 수령 가능하다.
🔎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그거 타고 내려가면 된다. 장애인 화장실은 지하 1층 로비에 있다.
참고로 우리의 표는 1층 99000원 VIP석이었다.
비교적 사람이 한산한 틈을 타 뮤지컬 캐스팅 보드를 사수했다. 이번 뮤지컬 <조로>는 액터 뮤지션 버전이란다.
‘액터 뮤지션’이란 뮤지컬 배우가 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직접 악기까지 연주하는 공연 방식을 의미한다.
오케스트라 등의 인력을 동원하기 여의치 않은 소극장에서 이용하는 공연 방식이라고 하지만, 또 노래하며 연기하고 때때로 춤도 춰야 하는 배우가 악기 연주까지 담당하기에 배우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해도.
실제 공연을 보니, 활기 넘치고 즉흥적인 현장감이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집시들의 공연 느낌도 물씬 나고 말이다.
집시 공연 분위기가 왜 중요한고 하면, 뮤지컬 조로의 이야기는 집시들이 캘리포니아의 영웅 ‘조로’에 대한 이야기를 공연한다는 ‘극중극’의 형태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집시들은 19세기 초,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때의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한 이야기를 극으로 풀어준다.
덕망 높은 귀족이자 총독 돈 알레한드로에게는 두 명의 아들 라몬과 디에고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형제에게는 어릴 적 같이 모험 놀이를 하던 루이자가 있었다.
총독은 어린 형제 가운데 둘째 디에고를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첫재 라몬을 장군으로 내정한다. 그리하여 디에고를 후계자 수업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아카데미로 보낸다.
이 부분까지는 어린 시절 이야기라 목각 인형을 이용한 연극으로 처리하더라.
본격적인 이야기는 루이자가 돈 알레한드로의 사망 소식을 가지고 바로셀로나에 있는 디에고를 찾아오며 시작된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 이 밤을 즐겨 봐요 / 신나는 리듬에 / 별빛 아래 춤을 / 너만을 위한 내 노래”
하지만 디에고는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집시들과 어울리며 자유로운 방랑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책임을 진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자유로운 집시의 삶에 매료된 게 아닐까?
루이자는 형 라몬이 총독이 되었고, 폭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알린다. 그리고 디에고를 설득해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이때 디에고와 함께 어울리던 이네즈 및 집시 무리들도 그를 돕기 위해 함께한다.
“내게 자유를, 이 땅에 평화를 / 짓밟힌 정의를, 잃어버린 내 삶을”
한편 총독에 취임한 라몬은 세금을 대폭 올리는 등 폭정을 저지른다. 과한 세금에 돈 대신 돌을 넣어 속이려 한 시민에게 정상 참작 같은 거 없이 사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그는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후계자가 되지 못한 데에 반발해 더욱 권위를 내세우려 했던 것 같은데.
디에고는 그런 형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라몬은 동생인 디에고가 귀환하자 그를 견제하면서 친구 루이자 및 도시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더욱 권위에 매달린다.
“이제 되찾아야 해, 강해져야 해 / 이제 용기를 내야 해 / 강한 믿음으로”
루이자는 디에고가 형에게 맞설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온 디에고는 라몬에게 굽실거리기만 하고, 그녀는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결국 루이자는 자신이 직접 라몬에게 맞서기로 하지만, 중과부적일 뿐이다.
그런데 믿었던 디에고 대신 가면을 쓴 수수께끼의 인물이 나타나 정의를 구현한다. 사람들은 그를 영리한 여우 ‘조로’라 부르며 영웅으로 여기게 되는데.
루이자는 그 정체 모를 인물 조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녀가 부르네 너를 부르네 ... / 자유로운 그녀의 영혼이”
이네즈는 라몬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조로와 함께 고해성사를 핑계로 라몬을 유인한다. 그리고 총독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랬다. 사실 조로는 디에고였다. 그는 형과 직접적으로 다투는 걸 피하고 싶어서 가면을 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면을 쓴 조로를 사람들이 애정하자, 진정한 자신을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한편 라몬 밑에서 활동하던 대위 가르시아는 집시 리더 이네즈의 사상에 감화되며 그녀에게 연모의 마음을 품게 된다. 그리고 이네즈를 위해 위기에 빠진 조로를 도우려 용기를 내기로 한다.
“저항의 춤을, 진짜 노래를 / 자유를 위해 / 오늘 밤 누구나 선택권을 가진다”
극의 끝에서 라몬과 조로, 아니 디에고는 박빙으로 맞붙는다. 그리고 결말은 뭐... 해피엔딩인 거 아시죠?
뮤지컬 조로 액터 뮤지션 버전은 흥겹고 열정적인 라틴 음악이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스페인 집시들의 공연을 본 듯한 느낌도 들었다.
특히 노래 중간중간 스페인어 가사가 있어서 더욱 그랬다. 🇪🇸
액터 뮤지션 버전답게 배우들이 연기하며 악기도 연주하는데, 나는 캐스터네츠가 그렇게 매력적일 줄 몰랐다. 또 섹소폰과 바이올린이 그렇게 정렬적인 악기인 줄 오늘 처음 알았다. 🎻🪇
🪗 심지어 잔잔한 악기라 생각했던 하모니카까지도 열정적이었다.
아빠 왈, 공연 보니까 갑자기 기타가 엄청 배우고 싶다고 하네. 기타에 꽂히신 듯. 🎸
팬싱을 연상시키는 결투 장면도 박진감 있었다. 진짜 찔리면 피 보는 칼이, 와~! 막, 스르륵, 챙! 챙챙, 와~!
중간중간 유머 코드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특히 카리스마의 집시 여왕님 이네즈가 멋졌다. 언니, 사랑해요! 😍💖💝
아쉬운 점은, 공연 분위기가 약간 산만하다는 부분이랄까? 어딘가 모르게 좀, 다소 유치하다는 감도 있고.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액터 뮤지션들의 박자 딱딱 맞춘 탭댄스, 집시에 빙의한 것 같은 열연이 모든 단점을 다 덮고 커버한다.
공연에서는 기본적으로 촬영 제한이 있다. 하지만 오프닝 영상 등은 촬영이 가능했다. 그래서 담아 왔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나도 저분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단, 자유란 의무를 다했을 때 따라오는 것이다. 의무나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일 뿐.
다음 자유를 위해 의무, 즉 활동 자금 벌기 위해 열심히 본업에 충실해야지.
결론.
뮤지컬 조로 액터 뮤지션, 만족도 높은 공연이었다는 거!
첫댓글 역쉬,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정신이 베어있는 작품.
버킷리스트에 추가 되는 국가 스페인. 초겨울의 긴장감을 살포시 눌러 주는 행복한 주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