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특권과 사명
『그런즉 유대인의 나음이 무엇이며 할례의 유익이 무엇이뇨 범사에 많으니 첫째는 저희가 하나님의 말씀을 맡았음이니라 어떤 자들이 믿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하리요 그 믿지 아니함이 하나님의 미쁘심을 폐하겠느뇨 그럴 수 없느니라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 할지어다 기록된바 주께서 주의 말씀에 의롭다 함을 얻으시고 판단 받으실 때에 이기려 하심이라 함과 같으니라 그러나 우리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나게 하면 무슨 말하리요 내가 사람의 말하는 대로 말하노니 진노를 내리시는 하나님이 불의하시냐 결코 그렇지 아니 하니라 만일 그러하면 하나님께서 어찌 세상을 심판하리요 그러나 나의 거짓말로 하나님의 참되심이 더 풍성하여 그의 영광이 되었으면 어찌 나도 죄인처럼 심판을 받으리요 또는 그러면 선을 이루기 위하여 악을 행하자 하지 않겠느냐 (어떤 이들은 이렇게 비방하여 우리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하니) 저희가 정죄 받는 것이 옳으니라』(3:1-8).
사도는 2장에서 유대인의 죄를 철저하게 공격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시조 아담, 하와가 그들의 범죄를 변명하고 전가시키기에 급급했던 것처럼 그 후손들도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고 회개하기는커녕, 변명하고 논쟁하려 드는 법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유대인들로부터 제기될 법한 몇 가지 질문(質問)들을 놓고, 가상적(假想的)인 반대자와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 본문의 내용입니다.
① 반대자의 첫 질문(質問)은, “당신 말대로 하면 유대인이나 이방인이 아무런 구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방인만도 못한 듯이 몰아세우고 있는데, 그렇다면 유대인의 나은 점이 아무것도 없단 말이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언약을 세워주시고 그 표로 할례를 주셨는데, 이것도 아무 소용이 없단 말이요?”(1) 하는 것입니다.
㉠ 바울은 이 가상적인 질문에 대하여, “범사에 많으니 첫째는 저희가 하나님의 말씀을 맡았음이니라”(2) 하고 대답(對答)합니다. 9:4절에 기록된 대로 유대인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범사에 많았습니다. “저희에게는 양자됨과 영광과 언약들과 율법을 세우신 것과 예배와 약속들이 있고 조상들도 저희 것이요 육신으로 하면 그리스도가 저희에게서 나셨으니” 합니다.
㉡ 그 많은 특권 중에 첫째로 꼽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말씀”을 받아 기록(記錄)하고 보존(保存)하여 후대에 전해 준 것, 이것이 유대인들의 특권 중에 첫째가 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② 여기서 말씀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란 구약성경을 의미하는데,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요 5:39) 하신 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전(傳)해주지 아니하였다면,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입증(立證)할 근거가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 사도는 1:2절에서, “이 복음은 하나님이 선지자들로 말미암아 그의 아들에 관하여 성경(聖經)에 미리 약속하신 것이라” 하고 말씀했습니다.
㉯ 3:21절에서는,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證據)를 받은 것이라” 합니다. “율법과 선지자”란 구약성경의 대명사입니다.
㉡ 부활하신 주님은 부활을 믿지 못해하는 제자들에게, “미련하고 선지자들의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 하시고 이에 모세와 및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聖經)에 쓴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눅 24:25-27) 하고, 구약성경을 들어서 입증을 하셨습니다.
㉢ 그런데 “율법과 선지자”, 즉 구약성경을 기록하여 보존하였다가 전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므로 이처럼 성경을 기록하고 보존하여 전해준 것이 유대인의 특권 중에 첫째가 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설교자의 특권도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것임을 명심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천국 문을 열고 닫는 열쇠(눅 11:52)가 있기 때문입니다.
③ 반대자의 두 번째 가상적인 질문(質問)은, “어떤 자들이 믿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하리요 그 믿지 아니함이 하나님의 미쁘심을 폐하겠느뇨?”(3) 하는 것입니다. 이런 뜻입니다.
㉠ “당신은 말하기를 유대인의 특권이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것이라고 했소, 그리고 당신은 주장하기를 그 말씀의 성취자로 오신 분이 예수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그 분을 믿지 않고 있으니 그렇다면 하나님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니오?” 하는 것입니다.
㉡ 이 문제는 당시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믿지 않는 유대인들보다는, 믿는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큰 의문점이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다 회심한 바울 자신의 고민(苦悶)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바울이 9장-11장까지에서 유대인의 구원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점이 큰 난제였음이 분명합니다.
④ 사도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그럴 수 없느니라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 할지어다” 하고 답변(答辯)합니다.
㉠ 거짓된 인간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않고 있지만, 인간의 불신앙이 하나님의 신실성을 폐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세워주신 은혜언약은, 인간의 신실성에 의존함이 없이 일방적인 언약이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밤하늘의 별이 더욱 빛을 발하듯이, 인간의 불순종과 완악함은 하나님의 긍휼하심의 풍성함을 더욱 드러내는 결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⑤ 구약성경을 연구하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결론(結論)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는 말씀입니다.
㉠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人物)들을 보십시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성군으로 추대를 받고 있는 다윗, 지혜와 영화를 함께 누린 솔로몬은 어떠합니까? 이런 거짓됨은 옛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다 거짓되되” 하고 말할 것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인간의 거짓됨과, 하나님의 참되심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마태복음 1장에 제시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입니다.
㉡ 사람들이라도 족보(族譜)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고, 공개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유다와 다말의 관계(마 1:3)는 어떤 관계입니까?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입니다. 5절의 라합은 기생이었습니다. 6절에서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합니다. 다윗은 자기 아내가 아닌 남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얼룩져있는 족보입니까?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입니다. 어찌하여 어두운 면을 삭제하거나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 하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 주님의 족보는 인간의 거짓됨과 반역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그 언약을 성취해 나오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증거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불신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폐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님의 의를 더욱 드러내는 결과가 된다는 것입니다.
⑥ 그래서 세 번째 가상적인 질문(質問)은 억지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게 한 것이니 어찌 진노를 내리실 수가 있단 말이냐?”(5) 하는 것입니다.
㉠ 저는 어떤 젊은이가 굉장한 것이나 발견한 듯이, “가룟 유다는 공로자다 그에게 형벌은커녕 상을 주어야한다” 하고 떠벌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울은 “저희가 정죄 받는 것이 옳으니라”(8) 하고 논쟁을 끝맺고 있습니다.
㉡ 전도 현장에서 경험하는 일입니다만, 본문과 같은 질문으로 전도자를 골탕 먹이려고 하는 자들은 어느 시대나 있어 왔습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속해 있는 예정교리에 대항합니다. 삼위일체 교리를 조롱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땅에 복음이 들어오기 전에 죽은 사람들의 구원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하구요.
㉢ 여보시오, 당신이 고민해야할 시급한 문제는 그들의 구원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회개하고 구원받는 일이오. 그렇습니다.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 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