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 수입달걀 수억 들여 폐기처분…혈세 낭비 ‘일파만파’
입력 : 2022-02-09 00:00
경기 이천시 대월면에 있는 aT 비축창고에 저장된 미국산 달걀. 난좌 등 포장재 분리작업을 거쳐 재고 달걀 2125만개가 폐기될 예정이다.
미국산 2125만개 재고 남아
aT 처리업체 모집 나서 논란 예산도 4억8000여만원 달해
산란계농가·유통업계도 성토 신선도 떨어져 수입달걀 외면
무관세조치 연장 반대 목소리
정부가 혈세를 들여 달걀을 무관세로 수입해왔지만 수천만개가 재고로 남아 폐기 처분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달걀 수입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달 19일 ‘비축계란 재고 폐기물 위탁처리 용역’ 사전공고를 통해 aT가 비축한 수입 달걀 2125만개를 폐기 처분할 업체를 모집했고, 이르면 이번주 안에 본공고를 게시할 예정이다.
해당 달걀은 지난해 1월부터 정부 주도로 들여온 미국산 수입란으로 전체 수입물량(3억8000만여개)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지난해 11월 비슷한 이유로 폐기된 물량(206만개)까지 합치면 폐기율은 6.1%에 달한다.
채란업계는 “정부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달걀을 수입해왔지만 정작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달걀이 수천만개에 달해 해당 달걀을 폐기 처분하는 데도 또다시 혈세를 투입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충남 홍성·예산)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관세 달걀이 국내에 유통되기까지 항공물류비·작업비 등 제반비용을 포함해 한판(30개)당 1만2000원대 비용이 소요됐다. 하지만 aT가 공매한 가격은 한판당 3000∼4450원에 불과했다. 미국산 달걀 한판을 판매할 때마다 정부엔 7000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정부 손실액은 지난해 1∼9월에만 1023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aT가 이번 사전공고를 통해 제시한 달걀 폐기 처분용 예산은 4억8450만원이다.
강원 원주 산란계농가 안기선씨(71)는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긴급공수’라면서 달걀을 수입해왔지만 달걀값이 안정화한 건 농가 생산기반이 회복되기 시작한 10월에 이르러서였다”면서 “달걀 수입에 들인 비용을 농가 사료구매자금이나 중추값 지원에 사용했다면 지금쯤 달걀 수급이 훨씬 안정적이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미국산 달걀이 수급 안정 목적으로 활용되기 부적합함에도 정부가 수입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걀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 사이에선 백색란에 대한 기호도가 낮은 데다, 식당이나 가공공장에서도 유통 과정이 복잡하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수입란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수입 달걀 수요는 미미한데 정부에선 ‘일단 들여와서 팔면 전체 달걀값이 안정화할 것’이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상황에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입 달걀에 대한 무관세조치를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달걀을 수입하지 않고 있지만 무관세 수입 기조는 올 상반기까지 유지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안두영 대한양계협회 채란분과위원장은 “정부에서 시행한 무관세 달걀 수입조치는 달걀값 안정화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뿐더러 예방적 살처분으로 고통받는 산란계농가 박탈감만 가중하는 정책”이라면서 “올해 또다시 정부가 달걀 수입조치를 강행한다면 산란계농가들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희 기자 kyuhee@nongmin.com
첫댓글 대선 앞두고 소비자물가 떨어지니까
누가죽던 물가당국은 똥집이 흐뭇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