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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24
기축통화
▲ 리디아 왕국이 만든 금화. 금은 황금빛 아름다움으로 모든 사람이 탐내던 광물이었기 때문에 화폐 역할을 하기 적합했어요. /영국박물관
최근 치솟는 환율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환율은 우리나라 돈과 다른 나라 돈의 교환 비율을 말하는데요. 현대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 달러와 비교해 자국 화폐의 가치를 판단한답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미국 1달러를 사는 데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미국 달러에 대한 환율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에요. 기축통화는 국가 간 금융 거래 등에서 기준이 되는 화폐를 말해요. 과거에는 어떤 것들이 기축통화 역할을 했을까요?
먼 옛날 사람들은 물건을 거래할 때 조가비(조개 껍데기), 고래 이빨, 동물 뼈 등을 사용했어요. 이것들을 일종의 화폐로 사용한 것이죠. 그러나 가장 안정적이고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 지녔던 기축통화는 금화였어요. 금은 황금빛 아름다움으로 모든 사람이 탐내던 광물이었기 때문에 화폐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했다고 해요.
최초의 금화는 기원전 6~7세기쯤 리디아 왕국(현재 튀르키예 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후 페르시아, 로마 등 다른 국가들도 리디아의 금화처럼 자신들만의 고유한 화폐를 발행했어요. 중세 유럽 각국에서도 금화를 주조했는데요.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발행한 플로린 금화는 유럽 각지에서 사용됐답니다.
19세기 초쯤 '금본위제도'가 시작됩니다. 이는 국가의 통화(通貨) 단위를 일정한 무게의 금으로 정하거나, 일정량의 금 가치에 연계하는 화폐 제도를 말해요. 금본위제를 도입했던 대표적인 나라는 영국입니다. 영국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하고, 금과 가치가 연계된 파운드화를 발행했어요.
금본위제에서 화폐는 국가가 보유한 금의 양에 따라 발행돼요.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전쟁 비용을 마련해야 했던 각국은 돈을 많이 찍어냈고, 이는 영국도 다르지 않았어요. 결국 영국은 금본위제를 포기했습니다. 이후 어느 나라 화폐가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맡을지 혼란이 생겼어요. 그러던 중 1944년 44국 연합 회의에서, 미국 달러를 금과 연동시키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성립됐습니다. 이를 통해 금 1온스의 가격은 35달러로 고정되고, 다른 나라 통화는 미국 달러로 교환하는 체제가 시작됐습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게 된 거예요.
하지만 미국도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대규모 재정 지출을 하게 되자 발행된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결국 1971년 미국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포기해요. 하지만 미국이 세계 경제 패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최근엔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암호 화폐가 거론되기도 한답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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