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탐방] “여기가 교회?”…전원마을 카페의 특별한 이야기
부천의 전원마을에서 주민들과 삶을 나누는 카페가 있다. 정확히는 교회다. 문화의 옷을 입고 마을의 명소로 자리잡기까지, 믿지 않는 이들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하기까지 디바인 카페교회를 만들어나간 임병진 목사의 목회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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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까치울 마을이 전원마을로 주목을 받고 있다.ⓒ뉴스미션 | 도심과 가까운 전원마을 ‘까치울 마을’ 이야기 부천의 한 작은 마을. 분주한 서울을 벗어나 이 곳을 찾으니 저절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서울에서 차로 30분, 지하철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이곳은 바로 까치울 마을이다. 푸른 풀과 꽃, 나무로 둘러싸인 마을 골목을 걷다 보니 예쁘고 아기자기한 전원마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까치가 많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곳 까치울 마을은 600년의 역사 속에 옛 모습을 지켜온 곳이다. 그런데 이 마을이 요즘 새로운 변화로 들떠 있다. 최근 부천시의 ‘입체적 시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대상지로 까치울 마을이 선정돼 현재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녹지가 울창한 마을의 장점을 활용해 향토유적이 있는 마을, 문화가 있는 마을, 산책하기 좋은 마을, 음식테마마을 등 4가지 테마로 조성될 예정인 까치울 마을은 도심의 각박함에 지친 사람은 누구나 찾아와 힐링할 수 있는 명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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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인교회는 교회 간판도, 십자가도 걸지 않았다. 카페 형식의 건물에서 토요일 문화공연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이뤄가고 있다.ⓒ뉴스미션 | 간판도, 십자가도 없는 교회, 지역문화의 중심이 되다 이러한 까치울 마을의 변화에는 디바인 카페교회 임병진 목사가 그 중심에 있다. 임 목사는 3년 전 이 곳 까치울 마을 한 켠에 카페 교회를 만들고 마을 가꾸기를 앞서 추진해 왔다. 3년 전 개척된 교회는 교회 간판도, 십자가도 없었다. 주일에만 카페문을 닫고 주일예배를 드리는 이 교회는 누가 봐도 전원마을에 어울리는 조용한 카페 모습이다. 카페에 들어서니 1층엔 커피 테이블과 젊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카페 속 작은 가게’(카작)가 마련돼 있고 2층은 음악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와 테이블이 준비돼 있다. 카페가 만들어지면서 디바인교회는 이 마을 ‘문화’의 중심이 됐다. 토요일이면 재능있는 아티스트를 모아 클래식 공연을 하는가 하면, 무대가 필요한 연극인을 초청해 ‘아마데우스’ 같은 모노드라마를 공연했다. 그러자 토요일 오후 특별한 문화를 만나기 위해 주민들이 카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모은 토요일 공연은 마을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잡아 자치단체와 아티스트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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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폐자전거를 수거해 색색으로 도색하고 있다. 길거리마다 세워진 알록달록 폐자전거는 까치울 마을의 자전거 테마거리를 만들었다.(사진 제공 디바인교회) | 이를 시작으로 임 목사는 주민들과 마을 가꾸기에 나섰다. 부천시가 지원하는 ‘입체적 시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마을 주민 전체가 하나로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 주민협의체 회장 정예근 씨는 “원래 마을은 20여 가구 주민과 상인들이 소통 없이 살았다. 임병진 목사님이 들어오셔서 마을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함께 마을 가꾸기 운동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마을 청소부터 꽃길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폐자전거 500대를 수거해 알록달록 페인트로 도색을 하고 길마다 세워 자전거 테마거리를 만들었다. 골목마다 볼 수 있었던 화분과 색색의 바람개비는 임 목사와 주민들의 손때 묻은 작품이었다. 임 목사는 앞으로 까치울 마을을 ‘음악 빌리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울창한 녹지를 가진 지역의 특성과 교회가 해왔던 음악문화를 접목해 누구나 와서 힐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조성한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역을 끌어안을 수 있었던 해답은 바로 ‘문화’ 사실 임 목사는 7~8년 전 다른 교회들처럼 상가건물에 교회를 개척했었다. 나름의 전도 프로그램 등 할 수 있는 걸 다하며 뛰니 1년 만에 성도 50명이 모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교회들이 느끼는 성장의 한계를 즉시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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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진 목사ⓒ뉴스미션 |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세상과 구별되는 특별한 게 뭘까’ 끊임없이 고민하던 그는 믿지 않는 이들,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목회에 대한 해답을 ‘문화’에서 찾았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문화의 옷을 입은 카페교회였다. 카페를 통해 임 목사를 만난 이들이 교회에 발을 딛기 시작했다. 대부분 초신자였다. 연령대도 다양해 세대별로 고루 성장했다. 문화적 접근으로 건강한 대안교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목회방식이 늘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처음 카페교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교인 중 절반은 반대하고 교회를 떠났다.지금도 성도들은 임 목사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친다. 지역과 주민을 챙기느라 교회와 교인을 살뜰히 돌보지 못하는 그의 목회방법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임 목사는 교인들과 벌이는 이런 갈등이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는 카페를 통해 이와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열매를 얻었다고 말한다. 바로 교회라는 문턱 없이 이뤄지는 주민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이다. 임 목사는 나름의 분명한 가치를 고수하며 카페교회를 지켜내고 있었다. 그는 “한국교회들이 대부분 믿는 사람을 대상으로 목회를 한다. 많은 교회들이 이동 신자들로 부흥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헌금과 건축에 의존해서 교회는 살아남기 어렵다. 우리만의 리그를 하지 말고 빛과 소금이 되려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지역을 끌어안지 않으면 힘들다. 지역을 겸손히 섬기면서 교회에 대한 세상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 배의 선장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침몰하는 배의 키를 끝까지 붙잡는 마음, 그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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