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삼아 다녀왔지만, 평소 별로 관심없던 이웃나라 일본 사람들을
마주 대하면서 몇일간 생각한 바가 있었습니다. 과연 일본은 장기불황
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제 의견은 '어렵다'입니다.
어떻게 해서 일본이 불황에 빠지게 되었는가?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일본 경제는 80%가 내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수출
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본 경제가 어렵다
고 하는 것은 일본 내수가 부진하다는 것이죠. 왜 내수가 부진할까요?
그 해답은 부동산 버블에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IMF
이전까지는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오름세였지요. 일본은
80년대에 잘나가던 무렵, 국부를 부동산에 투자했습니다. 기업들도, 개인
들도 앞다투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였지요. 90년대 초 들어서면서
이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업들이
쓰러지고, 은행들이 부실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지요.
버블은 덩치는 크지만, 터지고 나면 한방울의 물에 지나지 않듯이 엄청
난 규모의 국부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의 7% 이상)를 넘어서 고령사회(14%)로,
조만간 초고령사회(21%)로 진입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일본에도 국민연금
제도가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이 연금제도를 믿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축율이 높다고 합니다. 돈이 있어도 되도록이면 노후를 위해서
아껴둔다는 의미입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더욱 움츠러든 내수는
기업 실적악화 - 실업율 상승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10년이 넘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죠. 실제 일본의 백화점이나 거리에 가
보면 활기차야할 저녁 시간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물가도 상당히
비싼 편이라, 흥청망청 쓰기도 어렵고 또 일본사람들은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지출을 많이 한다고 하는군요.(알뜰하다는 뜻)
앞으로 젊은 층 인구가 다시 증가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본의 내수가 다시 살아난다? 구조적으
로 어렵지 않나 생각되네요.
* 스타벅스 재팬 이야기
여담이지만 후쿠오카 Canal City 안에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 커피를
마셔보았습니다. 가족끼리 각각 카페라떼, 카페모카, 카라멜 마키아토,
화이트 초컬릿 모카를 시켰는데, 대체로 맛이 씁쓸하고 달지 않았습니다.
아마 일본 사람들 입맛이 그런가 봅니다. 가격은 short컵이 3천원 정도로
일본에서는 상당히 싼 가격에 속합니다. 일본은 화장실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어서인지 스타벅스 매장은 1층에 화장실이 따로 없는 심플한
구조로 되어 있더군요. 높은 지가와 인건비 부담 때문에 매장 규모가
작은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하나, 일본 사람들은 흡연에 굉장히 관대
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장소에 거의 구애받지 않고 담배를
즐기는데,스타벅스는 자체 규정상 매장 내에서 담배를 못피우게 하지요.
아마 이것 때문에 상당한 기회손실을 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흡연가
들은 대개 커피 애호가들인데, 흡연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스타벅스
가 그리 큰 매력을 주지 못하는 듯 합니다. 카페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
에서도 담배는 커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흡연하기 때문에 스타벅스는 잘 가지 않습니다만. 일본에서 스타벅스가
잘나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매장내의 손님수, 분위기, 커피의 맛,
흡연문화가 자연스레 발달한 점을 고려해볼 때, 한국 스타벅스보다 못하
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