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알싸한 청양 고추를 한 입 베어 문 맛이다.
입춘 신고를 호되게 하는 모양이다. 마지막 남은 무거운 겨울의 잔재들을 거리의 골목골목에서 다 쓰러 가고 새로운 꽃잎의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한 막바지 준비작업이리라. 그래도 버들강아지가 탐스런 얼굴을 내밀 듯 언어의 향기를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화전을 하는 KBS 대구방송국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벌써 이재경 행사국장님이 먼저 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으며 주위에 문창대 선생님들도 몇 분 와 계셨다. 부지런하신 김금주 시인님은 어린이집 아이들을 데리고 와 설명을 해주시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가져간 음료를 오신 분들에게 한 병씩 건네고 차근차근 작품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먼저, 시화전을 소개하는 회장님의 인사말, 시의 향기가 오시는 분들의 마음에 아름답게 퍼지기를 바라는 말씀이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박수의 힘' (김원중) 누군가를 응원해 주고 칭찬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며 누군가를 훌륭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힘이라는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겨울 눈. (박해수) 내리는 눈은 흔들리는 마음과 흔들리는 삶을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사랑 나누기 (서정윤) 지난 추억 속의 정열적인 사랑이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이별이 된 노래로 들린다. '단풍 곱다.' (오정미) 단풍잎처럼 우리의 삶이 아름답고 알차기를 바라는 노래로 들린다. 사랑의 모습 (박춘자) 해가 저물어 가는 언덕에서 고이 간직한 사랑의 불씨를 지필까, 묻어둘까. 석류 (송락준) 유리알같이 깨끗하고 화끈한 속내를 노래한 시. '태양을 바라본다' (오인자) 바쁘게 살아온 삶, 여유를 가지고 뒤돌아 보며 희망의 꿈을 꾸는 노래. '별' (김숙희) 아스라이 떠오르는 별 같은 그리움이 사무치는 노래. '모의고사 보는 날' (김옥련) 우리의 삶도 모의고사 보는 것처럼 살아가고 요리 맛이 요리마다 다 다르듯 개개인이 다 다르다는 노래. '낙엽이 남기고 간 것은' (김재석) 마음과 몸을 다 주고 가는 낙엽처럼 우리는 낙엽처럼 살았는지 되돌아 보는 노래. '오, 사랑' (홍미영) 그대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을 노래함. '삐알 밭' (이영주) 손에 잡힐 듯한 힘들었던 추억과 노력의 대가를 지키는 삶을 노래한 시. '삶' (박정숙) 오로지 간절하게 빚은 열매가 순간적인 보석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노래. '내 안에' (이귀선) 상처투성이의 삶, 고뇌의 삶을 접고 꿈을 향해 날개를 펼치는 노래. '정동진' (변호정) 정동진의 해맞이에서 희망을 건져 오는 노래. '꿈" (고산지) 어떤 고난이 닥쳐도 꿋꿋이 살라는 노래. '춤사위 중에서' (김성한) 유년의 추억 속, 한없이 주기만 하신 어머니, 어머니가 그리운 노래. '날개를 가지고' (김영태) 꿈을 향해 비상하라. 울 수 있다는 것, 날개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보고 싶다' (김혜정) 애절하고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 '웃자 웃자' (권영주) 삶의 찬미, 자연과의 즐거운 교감을 노래한 동시. '꽃' (노선나) 가슴에서 간절히 터져나오는 사랑을 하고 픈 주고픈 노래. '나무는' (김금주) 나눠주고 더불어 사는 다정스런 가족을 노래한 동시. '비 오는 밤' (이창주) 사람을 향해 비처럼 하염없이 내리는 그리움을 노래한 시. '어머니였습니다.' (이재경) 주고 주고 다 주어도 또 주기만 하는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가 그리운 시. '오리지날' (홍미영) 삶의 목표를 향해 굳세고 억척같이 인내하며 사는 삶을 노래한 시. '압곡사와 인연 중에서' (김영자) 고뇌를 다 내려놓고 가볍고 정겨운 마음을 노래한 시. '오월' (김순희) 풋풋함이 숨 쉬는 계절의 왕 오월의 그윽한 향기에 취하는 노래. '시냇물' (사공숙) 자연과 벗하며 사는 따뜻한 동시. '기억' (김미화) 꽃이고 싶은 여심이 숨은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 '마음' (장기웅) 힘들고 고된 삶을 이긴 행복을 노래한 시. '젖꼭지' (박문자) 인간의 뿌리를 찾는, 본향을 찾으려 노래한 시. '상처' (하수정)삶이 어려고 힘들어도 힘차게 전진하자는 노래. '정상에 오르니' (엄혜경) 힘겨운 여정을 돌아보니, 오솔길을 걸는 것도 아름다운 것이라 노래한 시. '그리움' (정영란) 다 펼치지 못한 꿈을 아쉽게 돌아보는 그리움. '백두산' (김천수) 민족의 기상을 노래한 시.
나름대로 한 분 한 분의 작품에 의미를 붙여봤다. 모든 시인님들의 삶의 진한 향이 묻어났다. 대부분의 마음에 그리움이 하나쯤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았다.
멀리서 오신 하수정 시인님, 오인자 시인님과의 인사는 반가웠다. 4일째 머문 이창주 시인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대구에 계시는 교수님과 회장님 그리고 많은 선생님을 뵙게 됨을 감사히 여긴다.
알뜰한 마음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름다운 합창이 울려 퍼진다. 뜨거운 삶의 열정을 꽃피운 시와 그림이 알알이 천사의 날개를 달고 향기로운 공간에서 서로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다. 내 어리석은 마음도 어느 한 언저리에서 수줍게 서 있었다. 한 작품 한 작품 알알이 야문 진실을 내 잡초 우거진 밭에 하나하나를 심었다. 훈훈한 하나하나의 따뜻한 온정이 어우러진 시화의 오케스트라를 감명 깊게 듣고 있다. 계곡에서 별을 따고 들에서 꽃을 따고 마음에서 사랑을 따 심고 또 심어본다. 이 아름다운 향기가 널리 널리 퍼지길 빌어본다. 창틈을 스미는 향기로운 빛줄기가 사람들의 가슴마다 넘치길 바라며, 아름다운 4 째 날은 이렇게 저물고 있었다.
이창혁
첫댓글 이창혁 시인님 너무너무 상세한 설명 마치 전시장 한바퀴 둘러본것보다도 더 또렷이 기억에 남을수 있는 설명을 해 주셔서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고맙습니다 전시일 내내 수고 하신 분들과 애써 주셨던 모든 문우님들에게도 감사 ......봄날같은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한비의 무궁한 발전이 내내 이어 질것입니다
어떤분이 행사장에서 저에게 '이렇게 봉사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시더군요.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우리의 의도를 앞지르는 관람객의 수준을 생각하며 더욱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쁘시지만 하루를 고스란히 행사장에서 보내주신 이창혁 히야외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이재경 수필가님.. 그러다 한비 마스코트 되는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를 더 정진하게 만든 시화전이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함이 넘 아쉽습니다 그곳에 없어도 있는듯 합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이창혁시인님 따스한 후기에 일일이 설명까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