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붕어빵의 탈을 쓴 토스트 ‘크림소스 소뿡이’.
뼛속까지 시린 겨울, 거리를 걷노라면 헛헛한 몸과 마음을 따스하고 맛나게 달래주는 길거리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아직도 길거리 음식으로 떡볶이와 어묵만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감성으로 무장한 이색 음식들이 길거리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눈이 즐겁고, 입이 행복한 길거리 음식의 맛있는 변신. 명동, 강남역, 홍익대학교 인근과 대학로에서 찾아봤다.
■ 와인에 취한 닭꼬치?
"맛있겠다! 색깔부터 다른데?"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로 나와 CGV 강남 방면으로 100m 정도 걷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룬 노점을 발견하게 된다. 허브 와인치즈 닭꼬치라고 써 붙인 노점에서는 메뉴 이름 그대로 허브 와인치즈 닭꼬치를 맛볼 수 있다. 언뜻 보면 그냥 닭꼬치 같지만 닭꼬치가 불판에 오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꼬치가 다 구워졌나 싶더니 노점의 주인 아주머니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레드 와인'을 병째 들고 뿌리기 시작한다. "닭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와인을 뿌려 굽는다"는 게 주인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닭꼬치의 화려한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잘 구워진 닭꼬치 위에 매운맛 소스를 바르고 색색의 가루를 뿌려주는데 여기에 비밀이 숨어 있다. 노란색은 단호박 치즈가루, 보라색은 레드빈(단팥) 치즈가루다. 그 위에 액상으로 된 치즈를 뿌리고 새콤달콤한 토마소 소스를 얹으면 허브 와인치즈 닭꼬치 완성. 국내산 닭고기를 쓴다는 이곳은 채소와 허브를 사용해 보기에 화려하고 감칠맛 나는 소스를 곁들인 다양한 맛을 내 인기다. 가격은 개당 2000원.
이 집의 또 하나 명물은 옥수수 녹차 호떡이다. 찹쌀가루와 흑설탕을 사용하는 보통 호떡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옥수수와 녹차가루를 넣어 고소하고, 두툼하면서도 바삭바삭한 특유의 맛이 인기 비결이다. 개당 1500원. 영업시간은 오후 12시 30분~자정.
최근 혜화동 대학로에서 새로운 토스트로 화제를 모으는 곳이 있다. 바로 해피 소뿡이(대학로점·02-779-0766, 종로구 명륜4가 91). 가게 이름과 같은 붕어빵 모양의 토스트 '해피 소뿡이'는 겉모양은 영락없이 붕어빵인데 한입 베어 물면 이내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과맛 식빵 두 장 안에 붕어빵의 원조 앙꼬인 단팥부터 단호박, 참치샐러드, 치즈불고기, 감자샐러드, 떡볶이 등 다양한 속 재료를 넣어 붕어빵 모양의 틀에 넣고 구워 내면 해피 소뿡이 완성. 무엇보다 기존 토스트는 빵과 빵 사이로 내용물이 흘러내릴 수 있어 먹기 불편했다면 해피 소뿡이는 가장자리가 붙어 있어 먹기 편하다. 영업시간은 정오~자정. 해피 소뿡이는 대학로점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 강남역점(서초구 서초동 1305-3), 청담점(02-545-6385, 강남구 청담동 121-24) 등의 분점도 생겼다.
- ▲ 길거리 음식의 화려한 향연이 행인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바삭한 튀김에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이는 게 별미인 홍대 ‘진짜친구’.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한겨울 튀김을 먹으며 '생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들의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칼바람 부는 날씨에 시원한 맥주가 웬 말인가 싶지만, 요즘은 가게 바깥 쪽에 투명 천막을 쳐 바람을 막아 추위를 덜어준다. "젊음의 거리 홍익대 인근인 만큼 보다 저렴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생맥주를 마련했다"는 게 주인의 설명. 생맥주 가격은 500cc 한잔에 2000원이다.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어묵과 매콤한 떡볶이, 탱글탱글한 순대 등도 입맛을 돋우는 메뉴다. 안쪽에 간이 테이블이 있어 앉아서 먹을 수도 있다. 영업시간 오후 6시~다음날 오전 3시(주말은 오전 4시까지).
■ 호떡 안에 잡채가? 길거리 음식 1번지 명동으로!
명동은 패션 쇼핑의 거리면서 '길거리 음식 1번지'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숍들이 모여 있는 명동 중앙로를 조금 벗어난 N플라자 뒤편에는 오감 찰바라고 써붙인 노점상을 만날 수 있다. 가게의 이름과 같은 이 새로운 길거리 음식은 쌀과 찹쌀을 섞은 쫄깃한 반죽 안에 잡채, 피자, 단호박 등을 넣어 맛을 낸 차진 호떡 정도라고 생각하면 쉽다. "젊은 사람들에겐 고소한 치즈가 입 안 가득 퍼지는 피자 찰바가, 나이가 좀 있는 분들에게는 달콤한 단호박 찰바가 인기"라는 것이 이곳 주인의 설명이다.
- ▲ 쫄깃한 호떡 안에 잡채, 피자, 단호박이 한가득 ‘오감찰바’.
잡채 찰바는 두 가지 맛으로 버섯이 든 매운맛과 돼지고기가 든 순한 맛이 있다. 쌀로 만든 반죽이 호떡보다 단단하고 기름지나 잡채가 풍성하게 들어 맛이 좋다. 가격은 개당 잡채 찰바·단호박 찰바 1500원, 피자 찰바 2000원이다. 이곳에서 함께 파는 빠스(고구마맛탕)와 주먹만 한 슈크림빵도 인기.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오감 찰바는 명동 중앙로와 남대문시장 원아동복 정문 앞(삼익패션타운) 인근에서도 맛볼 수 있다.
글 김보람 기자 | 사진 이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