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 1:1]
사사들의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유다 베들레헴에 한 사람이 그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에 가서 우거하였는데..."
사사들의 치리하던 때에 - 여호수아서 저자가 그 책의 기록 배경을 밝히기 위해 책의 서두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라는 구절을 기록하여 역사 서술을 했던 것처럼, 그리고 사사기 저자 역시 책의 서두에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라고 기록함으로써 그 역사적 배경을 밝혔던 것처럼, 본서의 저자도 이와 같은 역사 서술의 전형적인 형태를 좇아 본 구절을 삽입시켰다.
이처럼 룻기의 저자가 본 구절을 서두에 기록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역사적 의미를 일깨워 준다. (1) 저자는 본서가 확실한 역사적 사실성을 지니고 있음을 명백히 했다.(2) 저자는 본서의 역사적 기록 배경을 제공했다. 이로써 본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단순히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교훈만을 주기 위한 허구의 소설이 아니라,
엄연히 역사적 사실위에 근거하고 있는 구속사적 기록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사사들의 치리하던 때' 곧 '사사 시대'란 일반적으로 여호수아 사후 첫 사사 옷니엘이 등장할 때부터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 왕이 등장할 때까지 대략 342년간의 기간을 말한다.그중에서도 특별히 룻기의 배경이 되던 때는 드보라와 바라그이 활약상에 힘입어 이스라엘이 누린 40년간의 평화기가 끝나고,
미디안 족속의 압제를 받던 12세기 후반 경의 사사기드온의 시대로 추정된다.이러한 연대 추정은 B.C.1010년에 헤브론에서 통치를 시작한 다윗이 바로 룻의 증손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한편, 본 구절을 문자적으로 옮기면 '사사들의 재판하던 날들에'란 의미가 된다. 당시 '사사'들의 직무란 문자 그대로 주로 백성들의 소송을 '재판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왕이 '다스린다'란 의미를 지닌 '말라크' 대신 '재판하다'에 해당하는 '솨파트'란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아울러 사사들은 전시에는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는데, 이런 점에서 그들은 이스라엘의 구원자이기도 했다(삿 2:16,18).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 특히 고대의 농사는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흉년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성격에 나타나는 흉년은 대부분 하나님의 징벌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언약의 땅 가나안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살기만 한다면 풍성한 소출이 약속된 반면.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타락하여 우상을 섬긴다면 온갖 재앙과 아울러 기근과 흉년이 또한 임할 것이라고 경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 이런 맥락에서 여기의 흉년도 사사 시대의 타락상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특히 이때의 흉년은 당시 이스라엘의 소산물을 약탈해 갔을 뿐 아니라 토지를 황폐화시켰던 미디안 족속의 침략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듯하다. 모압 지방에 가서 우거하였는데 - 모압지방은 요단 동편에 위치하며, 사사 시대에는 아르논 강을 경계로 르우벤 지파와 인접해 있었다.
유다 지파의 베들레헴에서 이지방까지는 그렇게 멀리 않았으므로, 엘리멜렉 가족들이 흉년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 가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모압 지방'이란 단어는 문자적으로 '모압 들판'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이 들판은 바로 아르논 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들판이며 초지였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들이 모압 땅에 우거하기는 했으나 자기 동족들인 르우벤 지파가 살고 있는 곳에 인접해서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의 땅을 떠난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은 반드시 지켜져야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모압 평지에 10년 동안 우거했던 것으로 보아. 흉년으로 인해 모압으로 간 것은 단순히 일시적 이동이 아니었다. 결국 이러한 불신앙적 행위로 말미암아 이들 가족은 그곳 모압 땅에서 큰 고초를 겪게 된다.
[룻 1:2]
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멜렉이요 그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요 그 두 아들의 이름은 말론과 기룐이니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 사람들이더라 그들이 모압 지방에 들어가서 거기 유하더니
엘리멜렉 - '하나님은 왕이시라'란 의미로서, 곧 이 이름은 그의 부모의 신앙을 반영하는 이름이다. 한편 엘리멜렉의 처나오미가 고향 베들레헴으로 귀환했을 때 온 성읍의 화제가 되었던 일이나, 그의 친척 보아스의 지위등으로 미루어 보아 당시 엘리멜렉은 성내의 유력인사였던 것 같다.
나오미 - '감미로운 자', '은혜스런 자', '사랑스러운 자'등의 의미인데, 이 이름은 특히 자부룻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고, 말년에 또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말론과 기룐 - 각각 '병약한자'와 '사모하는 자'란 뜻으로 순수한 히브리식 이름이다.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 사람들 - '에브랏'또는 '에브라다'는 베들레헴의 옛이름으로, 족장 야곱의 사랑하는 아내라헬이 죽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은 후일 미가 선지자의 입을 통해 메시야가 태어날 장소로 예언된 곳으로서, 구속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아마 본서의 저자도 이러한 구속사적 통찰에 의해 이곳의 지명을 이처럼 자세하게 설명했을 것이다. 즉 본절은 엘리멜렉 가족의 고향이 '유다 베들레헴'이라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스불론 지파의 베들레헴과 분명히 구별했고, 또한 '에브랏 사람들'이라고 밝혀줌으로써, 그들이 베들레헴 본토인들이란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한편 허비.는 여기 '에브랏 사람'과 '에브라임 사람'을 동일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다음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볼 때 잘못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즉 (1) 성경 어느 곳에서도 에브랏과 에브라임을 동일시 하지 않았다. (2) 에브라임은 예루살렘 북쪽 20km 지점에 위치한 산악 지대인 반면, 베들레헴은 예루살렘 남쪽 7km 지점의 유다산지에 속해 있다.
[룻 1:3]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나오미와 그 두 아들이 남았으며.."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엘리멜렉은 가족을 이끌고 모압 땅으로 들어와 그 곳에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말았다. 물론 이때는 그의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이 장가들기 전이었다. 아마도 나오미는 장성한 두 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사후에도 계속 모압 땅에 머문 것 같다.
[룻 1:10]나오미에게 이르되 아니니이다 우리는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백성에게로 돌아가겠나이다..."
함께 어머니의 백성에게로 돌아가겠나이다 - 본절은 문맥상 약간 이상한 표현이다. 즉 오르바와 룻은 모압 출신이며 모압에서 자라 그곳에서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이것은 다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1)단순히 나오미가 돌아가는 길을 자기들이 동행한다는 의미에서 '돌아가겠다'고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2)나오미와 자신들이 비록 출신은 다르나 같이 와서 함께 돌아간다는 공동체적 입장에서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시모 나오미의 간곡한 권면에도 불구하고 나오미와 헤어지기 싫어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두번째 해석이 더 타당한 것 같다. 분명히 그들은 나오미와 함께 모압 땅에 왔던 것처럼 표현하여, 그와 함께 이스라엘로 돌아갈 당위성을 강조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