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생활과 책, 문화가 만나는 달리도서관
 
 
 
카페 게시글
달리♬책소개 스크랩 리뷰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선대인 지음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34 14.02.24 12:0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도 집이 필요하다.  가정을 이루고 나름 정착의 삶을 꿈꾸는 입장에서 내 맘 편하게 내가 원하는 공간을 가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파트라는 획일적이고 성냥갑같은 구조물에서 벗어나, 적당한 크기의 마당과 거주공간이 있는 주택에서 사는 것이 꿈이다.  삶의 모습에 대한 동경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삶의 모습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삶의 공간을 투기의 목적이 아닌 안착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라면 말이다.


  그런 꿈을 꾸고 있는 나에겐 크게 두 가지의 어려운 벽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모아두거나 물려받거나 물려받을 만한 재산이 없다.  수련과정을 거쳐 사회로 나온 순간부터 나름 모은다고 모으긴 했으나, 집이란 커다란 재산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액수이다.  두번째는 우리나라에서 집이란 어떤 이유로든 무척 비싸서, 대출을 끼지 않고서는 웬만해서 인생의 중반 이전에 마련하기 힘든 커다란 재산이다.  따라서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하고 싶지 않은 순진한 내 머리속에서 집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턱없이 높기만 한 집값의 원인에는 투기와 거품이 상당부분 차지한다는 사실에는 내 꿈이 유린당하는 기분이고 차곡차곡 모아가는 지금의 삶에 허탈감만 남을 뿐이다.


  집안의 어른들은 뵐 때마다 집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일단 대출을 끼고 장만하는 것이 답이라 말씀하신다.  이제까지의 한국사회에선 그것이 답이었다.  대출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면 알아서 가격이 올라주니 대출을 갚아가면서 오른 부동산 차익에 마음이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에 솔깃해져서 대출을 받아볼라 치면, 빚지고는 살고싶지 않다는 이제까지의 순진함이 고개를 들어 생각을 접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더욱 암담해지는 것이, 이제는 거품낀 부동산이 정점을 넘어 후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금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는 행위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험이 상당하다는 분석은, 나로 하여금 꼼짝없이 차곡차곡 모아가며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선대인의 분석이 맞다면, 내가 부리는 집욕심은 급할수록 손해이며, 언제일지를 알 수 없는 구입적기까지 적절한 주거조건을 찾아다니며 버텨보는 수 밖에 없게 된다.  


  선대인의 분석이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예측이라는 것은 언제나 틀릴 가능성을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현재에 대한 분석은 상당한 부분 존중할 만 하다.  읽어보면 충분히 이해될 내용인, 지금의 한국 부동산시장은 일본의 경착륙에 의한 부동산 장기침체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이에 선대인은 거품과 위기를 인정하고 연착륙 또는 견착륙을 유도하여 거품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 강조한다.  그런 상황분석 속에서 나의 집에 대한 욕심은 현시점에서 막차에 오르는 행운의 결과일 것인가,  아니면 하우스푸어의 고통과 떨어지는 집값에 속쓰림의 이중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인가 하는 괴로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고 인간의 삶의 기본요소로서 존중되는 사회였다면, 나는 이런 괴로운 고민에 빠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손낙구의 저서 부동산 계급사회에서는 2006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한가구당 아파트 한 채씩을 공급해도 이미 100만채가 남는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그는 강연에서 물과 공기를 누군가가 독점하여 소유하거나 거래를 통해 분배의 불공평을 만들어내지 않듯이 땅도 마찬가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주어져야 할 의식주라는 기본의 하나인 땅과 거주공간은 어째서 기본이 되지 못하고 없는 이들의 고통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왜 내가 가진 것을 가늠해가며 시기를 계산해 구입해야 할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사회의 나름 기득권층에 속해있다는 나도 이렇게 머리아프고 복잡한데, 정말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그 크기가 대체 얼마만큼이란 말인가.  삶의 기본을 투기시장에서 굴리는 그 영악함때문에, 어린 누군가는 불붙은 비닐하우스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우는 불붙은 판자집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했던 것은 아니었나 문득 돌아본다.


  부동산 예측서라는 제목답게 이 책은 빨리 읽어야 그만큼 가치적이다.  현 시점을 기분으로 분석한 책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적어지고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맞아떨어졌나 돌아보는 호기심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칭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매체에 나와 주장하는 내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누가 더 설득력있는 주장을 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다만, 단기적 예측이 부정적인 내용속에서 집장만을 꿈꾸는 이들은 마음이 많이 아파진다.  하지만 어쩌랴, 한국 부동산시장은 자체로 아파서 곪아터지기 직전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아픔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인 것을..  나 역시 집장만에 대한 생각에 좀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아프고 답답한 마음을 살짝 진정시키며, 함께 수렁에 빠지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일독을 권해본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