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걷는 2코스
광치기 해산촌서 커다란 도로를 건너 2코스 시작이다.
심심한 입. 검멀레에서 간식으로 산 과자를 먹으면서 걷는다.
내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여기에는 세계적인 희귀종인 노랑부리저어새가 겨울을 보낸다고 하던데......
탐조할 새는 커녕 내 과자씹는 소리만 요란타.
오조리 마을로 걸어가다가...... 방조제 윈가?
우도봉서 내려올 때 양귀비 군락지나 크림슨클로버가 지천이라는데...... 그 또한 계절탓인지 제대로 감상못했고 ㅡㅡ;;
암튼 머리속에 남아있는 크림슨클로버란 단어땀시...... 길위로 펼쳐진 클로버 더미서 잠시 멈춘다.
푸악~~ 퍼질러 앉는다.
그리고 찾는다.
네잎클로버.
엥? 이거 웬떡이람.
열심히 걸어왔더니 네잎클로버가 오글오글 모여있네?
손에 잡히는 잎사귀마다 네잎이다.
올레책자에 뜯어서 넣고^^ 나머지는 뒤에 오는 누군가를 위해 남겨둔다.
눈 좋은 분들이라면, 아니 마음의 여유를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만끽하리니~~~
행운 바가지를 배낭에 모시고 요리조리 길을 지나 식산봉으로 향한다.
식산봉 가는 길목 작은 언덕에서 만난 말......
역시 제주도는 말이 많군. 말과 물통과 무. 말이 많긴하다만.......
동물에게 필요이상으로 측은지심을 갖는 내가 항상 뇌까리는 말.
그저 가엾다고, 다음에 혹여 태어난다면 절대로 축생으로 태어나고 싶지않다고...... ㅡㅡ;; 삷아 무삼하오리.
잠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그늘로 션함을 느끼기도 하고,
정겨운 새소리에 맑은 귀를 귀울이고, 노랑나비의 흔들림에 눈을 씻기도한다.
해안길, 시골길. 숲길이 어우러진 2코스는 잠시 낭만적이다
식산봉 오르기전 작은 다리의 왼편. 바다를 돌담으로 막아놨다.
바다밭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또 뭘까? 물이 들이칠 때 따라온 고기들이 저 담에 걸려 못나가라고?
아마도 그런한가 보다. 또 다른 물고기 잡는 방법인가보다. 라고 멋대로 생각하며 식산봉으로 오른다.
어쩌면...... 양삭징인지도 모르겠다.
날이 더워진다.
부산을 떠날 때 월욜엔 남부지방엔 비가 올 거라고 들었다.
비는 커녕 쨍쨍한 햇살에 땀방울이 비오듯 흐른다. (너무 뜨시게 입은 탓도 있다 ㅡㅡ;;)
식산봉.
29개의 돌계단과 255개의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쉼터가 있다.
발 아래엔 우도, 성산일출봉 그리고 어제, 오늘 아침에 걸어온 나의 길이 보인다.
사진찍어 줄 사람이 없어 혼자 풍경사진만 디립다 찍어댄다. 우뛰이~~
그러다 혼자 셀카 ㅡㅡ;; 엉망이다.
원판불변의 법칙이닷.
난 뽀샵할 줄도 모르니 우짠담? 혼자 씩씩거리단.
그래도 내려오는 길에선 보랏빛 제비꽃과 노랑 괭이밥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식산봉 지나 마을길로 들어서고 지겨운 아스팔트 길이 내 인내심을 시험한다.
마을 둘레길에 보얗게 핀 벚꽃도 보인다.
제주올레 맞다. 올레는 골목길......새순이 돋는 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텅텅 빈 고성 오일장을 지나고...... 엥? 최선통증의학과?
으헤헤헤 (^0^) 내이름과 같은 병원의 간판이 버번쩍 눈에 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준다는 말이겠지? 내가 최선을 다해 삶을 사는 것처럼^^
휘날리는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 찍는다. 찰칵^^
오우~~홍마트^^ 스탬프 꽝~할 곳이다.
도장찍은 후 카프리맥주 한 캔과 실론티를 산다.
으흐흐~~음주 올레의 시초가 되는 거다.
맥주 한 캔을 다 못비웠는데도 위는 꽉 찬다. 종양을 잘라낸 수술의 후유증이다.
뭐 소식해야하니 오래 살겠지 뭐~~~
발걸음을 옮기는데 올레꾼이 쉬어가는 무인상점이 보인다.
귤을 내어놓고 한 봉지 가져가는데 천원이라고 씌여있다.
앞서 가던 젊은애들이 몇 명모여서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후덕한 제주의 인심...... 혼자 좋아라하며 걷는데 담장위의 요상한 열매에 눈이 또 간다.
1코스 첫 담벼락에도 있었다.
음~~ 먹을수 있는 것은 아닐진저.
요게 먹을 수 있거나 약재의 재료가 된다면 씨도 안남아 있을텐데......
앞서가는 키 큰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저도 모른단다.
인천서 온 유상미님이다.
여기서부터 둘이서 온갖 야기를 나누며 온평리포구까지 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질척길을 피해 월담을 하고, 나무가지를 잡고 온갖 묘기를 부리며 길을 걷는다.
살아 온 이야기와 살아 갈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누게 되는 것도 올레길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을 100% 믿는 것. 참 멋진일이다.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현재를 살면서 저절로 습득케되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저만치 도망가버렸다.
둘이서 수다를 떨먼서 아픈 다리를 애써 잊게 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2코스 중간쯤에 멈추고 마지막 뱅기를 타러갈 계획인데 같이 걷는 길은 마치 축지법을 쓰듯 걸어진다.
그러니 2코스 너 마저도 완보하게 되었나보다^^
오늘의 화두 '왜 걷는가?'에 한참 열을 올린다.
그녀는 정말 바쁘고 힘든 직장에 휴가를 내고 재충전을 하러 온 듯하다.
난?
크으~~ 난 누구들처럼 마음을 비운다거나, 뭔 철학적인 사유를 한다거나, 재충전을 하러온 게 아니다.
인생의 황금기인 이 싯점에 쫙~ 늘어진 내팔자를 만끽하고 싶어서 온거다 라고 깔깔거린다.
혼자서 뱅기타고 마음 먹은대로 여행올 수 있으니 늘어진 팔자 아니겠는가?
그녀와 나누는 이야기 속에 유채꽃밭과 돌담과 삼나무, 대나무, 억새들이 지나간다.
발아래론 등대풀과 장다리꽃, 제비꽃, 꿀풀들이 지나간다.
고백하자면 그녀보다 내가 훨 이야기를 많이한다.
TV서 뭔 스페셜을 할 때 얻은 글.
머리는 생각을 적게하고,
입은 말을 적게하고,
배는 밥을 적게하라는데......
그게 잘 안된다는 거다.
살아 온 세월이 반세기를 넘는 나이니......
그래도 말을 잇고 그녀에게 물음을 던지고, 그녀의 말소리에 귀기울이며 대수산봉으로 올라간다.
정상에 서서 서로 찍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왕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정말 있는 폼 다 잡으며 관광객같은 그림 하나 ^^ 아싸~~
나를 죽도록 따라다닌 성산일출봉이 아직도 저기 있다.
성산포에 가면 성산일출봉의 감시를 필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 라고 이생진님의 시를 표절한다. ㅋ
대수산봉에서 내려와 고성리 공동묘지를 지난다.
넓게 누우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착한 마음이 된다.
그 와중에 발바닥은 슬그머니 아우성을 지른다.
내회전이 심한 왼쪽발이 발바닥물집이 잡히는 소리다.
어제 오늘 거의 40여Km를 걸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겠다.
암튼 꿋꿋이 믿었던 트래킹화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중이다.
다음에는 쿠션이 좋은 운동화를 신고 와야지........
옛날 제주도의 세 시조인 양을나, 부을나, 고을나 벽랑국의 공주들을 맞아 합동결혼식을 올렸다는 혼인지에 도착한다.
아담하고 정갈한 풍경. 연못과 다리...... 그림이다.
유상미님덕분에 귀한 인물사진을 또 남긴다.
바깥 담벼락에서 흩날리는 벚꽃잎들에 어울린 혼인지의 분위기는 하~~~ 수상토다^^:;
동행중인 그녀는 아마도 신혼여행 때 여기 오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즐거워한다.
이궁~ 스탬프는 여기서부터 1.7Km는 더 가야하는 온평리 포구에 계신단다.
시계를 흘긋보다가 걸음을 빨리한다.
적어도 오후 5시에는 제주로 가는 버스를 타야 뱅기를 놓치지 않을테니깐.
정말 천근만근의 다리인데도 기계적으로 착착 움직이는 걸 보니 신기하다.
난 정말 걷는데 소질있나보다^^ 음화화화~~~
온평포구의 바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계획보다 많이 걷게되어 마음은 바쁘지만...... 즐겁다.
2코스도 완보했으니.
패스포트에 완보 도장을 꾸욱 누질르는 이 기분. 짱이닷^^
그녀와 악수하고 헤어진다. (에고~ 헤어지기 전 사진이나 한 장 찍을 걸. 둘이 찍으려면 또 누구에게 부탁혀? ㅡㅡ;;)
언젠가 또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난 믿는다.
버스 정류장까지 또 열나게 걸어와서 오는 버스를 무조건 탄다.(3000원)
아궁~ 완행버스인가보다. 온갖 곳을 둘러서 가네.
마음이 급해진 난, 제주시에 들어서자 기사님께 물어본다.
시외버스터미널 다 와 가느냐고.
몇 시뱅기냐고 단박에 물어보신다.
7시25분이라고 대답하자 어느 장소서 내리란다. 택시타고 가면 맞을 거라고.
난 운도 좋지^^
부산에서 왔다는 택시기사님의 안내로 벚꽃축제하니라 밀리는 어느 곳을 돌아서 제주공항. (5000원)
자갈치시장처럼 복닥거리는 공항에서 보딩패스를 받고 안도의 숨을 쉰다.
화장실에 들어가 5분만에 땀 젖은 옷을 몽땅 갈아입고 뱅기 탑승.
부산은 그리운 눈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5월5일을 기다리며 일상에 열중해야지.
1박2일동안 1코스, 1-1코스, 2코스를 왼보한 내 다리에 건배^^
마사올림
첫댓글 올레가 계획대로 진행이 잘 되나 보네요. 역시 적극적인 마사. 위의 열매는 송악이네요.
아하~~글쿤요. 송악송악^^ 숭악은 아니지요? ㅋㅋ~~ 척척해결 너끄니님 더 이뻐세요~~ ^-^
완주를 축하합니다...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하시고...한동안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겠지요...
여행은 역시 혼자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인 작업의 의미를 가지니까 그보다 더 좋은 경험이 어디 있을가요 오가며 만나는 새사람들과의 만남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니까요....^^ 초연히 혼자걷는 외국인은 흔히 보는 광경인데비해 우리한국식은 몰려서 다녀야만 하는 것처럼 단체관광이 너무익숙해져있는탓이라...아쉽죠^^
역쉬 최선을 다하는 최선샘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