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십세기 최고의 지성이자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인 '알베르 카뮈'는
소설 '이방인'에서 현실에서 소외되어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냈다.
어머니에 대한 관심이나 결혼을 약속한 애인은 물론이고 주위의 모든것들에 무심한 청년 '뫼르소'는
어느날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 이후 세상으로 부터 이방인이 되어 버리고 타인에 의해 내려진
사형 선고를 받으며 신앙과 구원의 유혹 마저 떨쳐 버리고 자신의 죽음과 정면으로 대결한다.
부조리 철학의 정수가 담긴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때였다.
주인공 자신이 한 행동을 스스로도 잘 납득이 안되고 다른 이들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처해지는 현실에서 손쉬울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이성적으로는 용납이 않되는
신앙의 구원을 거부한채 처절히 몸부림치는 주인공에 대하여 무한한 연민과 사랑을 애절히 느끼면서도
나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부모를 공경하고 결혼을 하고
아내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한 생활의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살았다.
2. 이제 계절의 여왕답게 온갖 봄꽃이 만발하고 싱그럽고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신 오월이 왔다.
더구나 5월은 '가정의 달' 답게 캘린더를 펼쳐보면 명칭만 들어도 행복감이 밀려오는 듯한
감정에 휩싸이게 하는 각종 화목과 보은의 날들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도 하나 하나 그런 날들을 짚어 보면 나는 언제 그런 날들이 있었느냐 싶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이방인이 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지난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라 하여 전에 직장에 다닐 때도 오전 근무만 하는 등 좀 애매한 구석이 있긴 해도
나같은 월급장이인 근로자를 위한 날이라는 약간의 위로감은 있었지만 퇴직을 한 이후로는
완전히 나와는 관계가 단절된 날이 된지가 너무 오래 되었다.
5월 5일의 '어린이 날'은 어릴때 일년중 가장 기다리던 날들중의 하나이고 막상 지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아
성인이 되고 아이를 갖게 되고서도 내가 못누린 애석함을 자식에게 라도 기쁘게 해주어야지 하는 기대감이나 의무감
같은 것을 지니고 어린이 보다 더 기다리며 보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는 어린 자녀도 없이 하나뿐인 아들은 훌쩍 커 버렸고 일찍 자녀를 출가시킨
동년배들과는 달리 손자 손녀도 없는 만큼 나와는 무관한 날이 되어 버렸다.
3. 아! 5월 8일의 '어버이 날' 그야말로 자식도 있고 아직 어머니가 살아 계시니 진정 이 날 만큼은
위아래의 가운데에서 중심에 서있을 법한 날이건만 오히려 아예 나와 상관없는 날보다 그다지
더 낫지도 않은 감정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오로지 부모님이 가장 바라는 선물은 용돈이라는
매스컴의 부추김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물론 전에도 부자되기를 누구나 갈망했고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상대적으로 가족간의 사랑이나 정 같은 것은 약화되는 현상이기에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자위하는게 더 편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아들마저도 모든 학교를 졸업을 했으니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전에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프로에서 성공한 제자가 옛스승을 못잊어 찾는 프로나 보면 함께 훌쩍이는
한낱 추억에만 존재할 뿐인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4. 음력으로 사월 초파일인 '석가 탄신일'은 대개는 양력으로는 5월 중순쯤이 되고 올해는 5월 6일이
'부처님 오신 날' 이다. 사실 내 닉 네임중의 하나인 '두카(부카는 오기)' 도 불교의 삼법인 중 '일체개고'의
'고뇌나 고통'을 뜻함이 말해주듯 결혼전에는 전국 고찰이나 명승을 찾아 다닐만큼 불가에 심취한 적도 있었다.
더구나 석탄일의 하이라이트인 제등행렬 때는 각기 만든 연등을 들고 축제에 참석하는 것이 연례 행사였던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한 후 큰 이유없이 아픈 아내를 살리려고 시작한 종교 편력후 자연히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는 사찰의 향내도 울긋불긋한 단청도 낯설어지게 되었고
제등행렬이 열리는 불자의 최대 축제일인 이 날도 나는 먼 발치에서 지켜만 보는 낯선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5. 오월중에는 나도 전에는 몰랐고 최근에 알게된 날이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5월 21일의 '부부의 날' 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늙어 갈수록 남는건 부부 뿐이 없다고...
요즘 나는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툼이 있었고 냉전이 사흘간이나 지속되었다.
냉전의 3일간은 부부란 그야말로 헤어지면 남이라 말을 절감할만큼 냉냉한 아내의
태도에 가장 외롭고 고독한 이질감을 맛보면서 괴로워하며 카뮤의 철학적인 이방인보다
더욱 처절한 생활인의 이방인이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된 그 사소한 이유야 말로 내 입장에서 사소한 것이지 아내에게는
결코 사소하고 별게 아닌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아내는 나에게 더없이 잘한다.
누워 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여지없이 나의 온 얼굴에 키스를 퍼부우며 편히 자라고 재촉하며 외출을 한다.
카뮈의 이방인인 '뫼르소'는 모든걸 거부한채로 철저한 이방인이 되어 죽음을 맞지만
나는 모든것에서 멀어지고 낯선 이방인이 되어가는 중년의 한가운데에서
아내와의 사랑과 더불어 소통과 공감이 되는 벗과의 친교가 나를 구원해 줄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첫댓글 멋진5월인데 님의 글을 읽으니 맘이 짠해지면서 공감도 되는걸 보니 같은 중년의 세대를
살고 있구나 ㅎㅎ인정하게 됩니다.
가족의 달 5월 빨간날이 많아 좋긴한데 내가 다 챙겨야할것같은 책임과 부담감이 우울해지기도 하네요
행사때마다 순수한마음보다 돈이 더 가치롭게 여겨지는것을 느낄때 슬프고 우울하죠
모든것에 동떨어진것같은 이방인...
그래도 저의 무기는 그냥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할수있는것만 하는것이예요
운영자님!! 그냥 그러려니 웃고 살자구요 ㅎㅎㅎ
맞아예. 님 말마따나 그냥 긍적적으로 웃고 사는게 최고지예.
아무쪼록 즐겁고 행복한 오월을 보내세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