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에 제안]
본부산하 지부의 시단위 편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됩니다.
공계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아시다시피 전노협은 1990년에, 민주노총은 1995년에 만들어집니다. 민주노총은 지역본부, 지부 등 산하조직체계를 구축합니다. 본부는 광역시도에 설치합니다. 그래서 경기도에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생기게 됩니다.
지부의 설치기준은 일정하지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 건설초기, 민주노총 조합원이 지금의 50% 수준이었기 때문에 모든 시에 지부를 설치하지는 않습니다. 노조역량이 큰 단위는 시단위로 편제됩니다. 그래서 반월공단이 있는 안산에는 안산지부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노조역량이 약한 곳은 몇 개 시군구를 묶어 지부를 만듭니다. 이를테면 성남하남광주, 평택안성, 수원화성오산, 부천김포시흥 등과 같이 인근시를 묶어 하나의 지부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기준은 노조운동이 활성화된 시와 인근을 묶는 것이었습니다. 하나광주성남은 성남(당시만 해도 성남공단을 중심으로 노조활성화), 수원화성오산은 수원, 부천시흥김포는 부천을 중심으로 묶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초기에는 이런 묶음에 대한 이견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부천시흥김포중 시흥김포가 이의를 제기할 만큼 노조운동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조직이 확대되어 100만이 넘은 현시점에서 과거의 체계는 노조운동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노조운동과 서로 상생해야 할 진보운동 발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1. 노조운동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100만 민주노총 달성은 200만 민주노총의 출발점입니다. 이제 민주노총은 200만을 목표로 세우고 조직확대사업을 하고, 그것을 달성하면 또 400만을 목표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1500만 노동자들의 7~80%를 조직해야 합니다.
현재 200만 민주노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50인 이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 플랫폼노동자 등 비정형화된 노동자들, 비정규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합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시단위별 특성을 살려 집중적인 조직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중 공단이 있고, 그 공단에 작은공장들이 밀집해있으면서 그 작은 공장에서 수만, 수십만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도시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시화공단이 소재해 있는 시흥시를 보면, 국가산단인 시화공단에 12만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일반산단인 매화산단에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산단에는 있는 사업장들은 그 규모가 작아서(시화공단의 경우 평균 11명 수준) 50인 이하 사업장 노동조합 조직률은 제로수준입니다.
민주노총이 이들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에 맞게 현재의 조직체계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부천김포시흥지부와 같은 체계로는 시화공단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시흥지부를 별도로 만들고 시흥지부의 주사업으로 시화공단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혹자는 조직체계없이 전략지구로 선정해서 조직화사업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이미 실패했습니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사업에 대한 평가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시화공단조직화는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사업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설령 시화공단을 전략조직화사업지역으로 선정한다해도 어디서 이것을 관장할 것입니까? 부천에서 이사업을 관장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비슷한 실험을 금속노조에서 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금속의 예입니다. 금속노조에서 시화반월공단 전자업종전략조직화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예산도 사람도 배정해서 추진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실패의 주된 이유는 시흥, 안산 등으로 책임단위를 분명히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속에서 이 사업을 위해 배정했던 동지는 시화반월공단에서 근무하며, 이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경기본부(수원)에서 근무했습니다. 당연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부천김포시흥지부에 이 사업을 관장하도록 할 경우 부천에서 이를 관장할 것입니다. 이 쪽에는 사무실도 없으니 사람을 배정해도 아마도 부천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사업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은 앞의 금속의 예처럼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의 결론은 설령 시화공단을 대상으로 전략조직화사업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분명하게 책임지고 이 사업을 추진할 시흥지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략조직화대상 지역으로 선정하지 않더라도 시흥지부가 존재하면 시화공단 조직화사업을 일상적으로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50인 이하 작은사업장 조직화는 성과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노총 200만 시대를 여는 귀중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시화공단과 같은 공단지역이 없는 시, 소비가 주인 시 등은 그 시의 특성에 맞는 조직화사업을 해야 합니다. 배달라이더가 많거나 택배노동자들이 많은 소비도시의 경우 시지부가 이들 노동자들을 특화해서 조직화사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조직하기 어려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좀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와 같은 몇 개시군구를 묶어놓은 지부를 쪼개서 시단위 지부를 시급히 건설해야 합니다.
이 문제 해결하는데 기존 지부단위가 반발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시흥지부를 만들 경우 현재 안산지부 소속 5개의 노조 약 500명 정도가 시흥지부로 넘어와야 합니다. 이것을 쪼개기라고 반발하며 시흥지부 건설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쪼개기가 아니라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건강한 분산입니다. 만약 안산지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자신들만 살기 위해 이웃의 작은 노동자들을 방치하는 행위입니다. 대공장 중심주의를 욕합니다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웃 시의 지부 건설을 방해한다면 이것은 지역중심주의입니다. 대공장처럼 중소공장을 저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2. 지역운동 발전에도 장애가 됩니다.
저는 민주노총 소속 대중규모 노동조합의 경제주의, 조합주의를 매우 염려하고 있습니다. 산별노조라는 관점에서 보면 산별 역진현상인데요, 이 역진현상이 대공장 뿐만 아니라 중규모공장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로 국한하면, 이를테면 현대, 기아 등만 기업지부가 아니라 200, 300단위의 노조들에서도 기업지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노동조합이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 중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지역과 결합하여 지역의 민주화, 지역정치에 결합하지 않고 공장 또는 산업단위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역은 시단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행정도 시단위, 지역운동도 시단위, 진보정당운동도 시단위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습니다만, 이제 시단위의 민주화, 시단위 지방권력을 장악하는 일없이, 시단위별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에 진출하는 일 없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혁명이라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존재합니다만.
노동조합이 시단위 지역운동에 결합해서 지방정부를 바꾸고, 시의회를 장악하며, 국회의원을 바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역에 결합해서 시단위 진보조직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민주적 시민조직과 연대하고, 진보정당들과 함께 지역을 바꾸기 위한 정치행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산하조직 중 중대규모 노조들은 지역과 결합하여 정치행위를 하기 보다는 자기공장, 자기 산별에 머물며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에만 몰두합니다. 그리고 그 조직들의 내부 권력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을 투자하여 만들어낸 간부들이 그 내부에서 사장되기 일쑤입니다. 이는 엄청난 손실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경제주의, 조합주의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세상을 바꾸는 부대로 기능하는게 아니라 이익집단화됩니다.
노동조합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주노총이 본부 밑의 지부를 시단위로 편제한 후, 세상을 바꾼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역을 시대의 추세에 맞춰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부들을 노조의 간부에서 지역의 간부로 진출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부천김포시흥지부가 어느 시를 중심으로 지역운동, 지역정치행위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노조운동 뿐만 아니라 지역운동의 발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노동조합운동이 발전하지 못한 시흥시의 경우 지역운동도 매우 열악합니다. 지금까지 진보적 색채를 가진 자가 시의원에 당선된 경우가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이제 저의 글의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민주노총은 노조운동의 발전과 지역운동의 발전을 위해 시급히 시단위 지부를 건설해야 합니다. 이것은 정파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노조운동, 우리 진보운동의 앞날과 연결된 매우 중차대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