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골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탔던 시골사람입니다. 손수 내집을 짓는 여러 동호인께서 이곳에 올려주신 경험,정보,노하우등을 읽고서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 봄이 되면 집을 짓기 시작하는데 저의 그간의 준비과정과 집짓는 모습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또한, 여러 고수님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방법을 십분 활용하여 살기 좋은 집을 짓고자 합니다.
저는 직장(울진원자력 발전소)때문에 이곳 울진이라는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산좋고 물좋고 바다좋은 곳이라지만 때로는 서울에서 정말 가기 힘든 오지(?)의 대명사처럼 여러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어 있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15년 동안 울진에 살면서 다른 모든 열악한 여건(생활,자녀교육,문화,의료서비스등등)을 을 감수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살 계획입니다.
제가 선택한 집터는 유명한 왕피천 계곡을 굽어보고 있는 해발 120m 의 달길이란 마을입니다. 동해안 7번 국도(성류굴 입구)에서 약 3km 정도 들어가지요. 비포장 흙길도 중간에 약 500m 있으니 그야말로 시골맛이 물씬 풍기지요. 동네 전체가 남향으로 아늑합니다. 시골분들 4가구가 살고 계시지요. 땅의 모양새는 경사진 언덕받이로 대지 약 300평, 밭이 약 400평 정도 되는데 2단으로 평탄화 작업을 하였습니다. 평탄화 과정에서 법면에 묻혀들어간 면적이 전체의 30% 정도 되어 땅의 손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땅은 넓어서 제가 7년 동안 구상한 내집 짓기에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내집 짓기에 앞서 경험삼아 6평 짜리 통나무 캐빈을 한 동 지었습니다. 인천의 제재소에서 말구 직경 30cm 정도 되는 무지막지한 원목을 사다 놓고 한국통나무학교에서 배운 수공식 통나무집 짓는 기술을 활용하여 거의 4년 동안 혼자서 나무와 씨름하였습니다. 통나무를 들어올리고 내리기 위해서 포크레인(일명 공투)도 중고로 한 대 샀는데 요즘 잘 써먹고 있답니다. (집터 기초구덩이 파기, 석축 쌓을때 큰 돌 옮기기등 엄청 쓸데가 많더라구요. 본전 벌써 뽑았습니다.) 저는 본래 통나무집(Notch style) 을 지을까 계획했습니다만 통나무 캐빈 제작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과 문제점을 발견하고서는 Post & Beam style (통나무로 기둥과 보, 도리만 제작하고 벽체는 2"* 6" 마감처리)로 결정하였습니다.
직장 다니느라 시간이 없기에 통나무 골조는 주문제작 의뢰하였으며, 나머지 지붕,벽체마감 작업은 손수 작업할 계획입니다. 저는 집 설계시 다음 사항을 고려하였습니다.
첫째 벽체는 2"* 6" 로 마감처리하여 단열효과를 최대한 높일것. 단열재로 쓰이는 암면(Rock Wool)을 엄청나게 많이 공짜로 얻어놨는데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 같아서요. 어떤 사람들은 이 락울이 발암물질이라고 우려하는데 석면과는 다른 것이지요. 돌가루를 구워서 솜처럼 만든 것인데 아주 보드랍고 손으로 만져도 따끔거리는 것도 없습니다. 혹시 이 락울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계신 분께서는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둘째, 지열을 이용한 공조설비(환기 및 냉난방) 설치입니다. 아연도 파형강관(200mm * 6M) 10개를 땅 속에 2~3M 깊이로 묻고 흡입측에 송풍기와 열교환기(트럭 라지에이터 활용), 집진필터를 설치하여 거실 및 각 방으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와류형태로 골이 져 있는 파형강관내를 공기가 60M 정도 지나면서 땅 속의 지열로 인하여 덮혀지거나 냉각되지요. 직접 실험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이론적인 금속의 열전달 면적 및 능력을 고려해보면 여름에는 18~20℃ 정도의 공기가 공급될 수 있을 것 같고, 겨울에는 라지에이터에 온수를 순환시켜주면 역시 18~20℃ 정도의 공기가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하 2M 이상의 땅속은 흙의 온도가 15℃ 내외니까 어쨌든간에 가능성은 있는 것 같습니다. 투자비(파형강관, 이음엘보 및 슬리브값 약 100만원) 정도는 빠지겠다 낙관해봅니다.
셋째, 불필요하게 개구부(창문 및 출입문)를 많이 내지 말 것입니다. 아무리 벽체를 좋은 단열재로 마감한다 하더라도 창문으로 열이 다 빠져가가면 말짱 꽝이겠죠. 물론 창문 및 출입문도 좋은 것을 써야 하겠지만 무작정 비싼 것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공조설비가 있기 때문에 집안의 환기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니 최소한의 창문과 출입문만 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난방설비 입니다. 고민고민 한 끝에 난방용 주보일러는 시골화목 보일러를 사용하고 온수용은 심야전기 보일러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심야전기 보일러는 용량이 크면 한전에 불입해야 하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불입금을 안내도 되는 용량(5kW 내외)의 온수 물탱크(450리터 정도)를 설치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이제, 집짓기 준비는 거의 끝나갑니다. 설 쇠고 날이 풀리면 약간 경사진 진입로를 포장하여 자재 실은 트럭이 올라 올 수 있도록 하고, 집 뒤쪽 법면에 돌쌓기 작업을 쉬엄쉬엄 하면 되구요. 꽃피는 사월쯤에는 집 기초콘크리트를 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오월에 통나무 골조가 오면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되겠죠.
다음에는 상.하수도 설비 및 난방,급수배관에 대해서 얘기할까 합니다. 제 얘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가져온 곳 : 시골로 가는 마지막 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