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우선순위
이도 남동부의 첸나이항에서 무작정 안다만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정확히 78시간 만에 섬에 발을 디뎠다. 밀가루 같은 모래, 바닥
이 훤히 비치는 바닷물, 해변 옆 푸른 숲. . . . .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었다.
고생한 그간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바로 내 인생의 동반자 다리오와
바다로 빠져들었다. 그러고는 마냥 서로를 보고 웃었다.
며칠 뒤, 동네를 거닐다 아들이라는 이름의 청년을 만났다. 문을 연 지 한달 정도 된
그의 레스토랑은 여느 여행지에서 한번쯤 봄 직한 그저 그런 가게였다.
방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들은 방바닥에서 자는 것이 괜찮다면 자기 방에서
머물라고 했다. 멋진 인연이 나타나면 절대 지나치지 않는 우리는 그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아들은 뭄바이에서 온 IT 인재였다. 몇 해 전 안다만을 여행하다 강한 애착을
느꼈단다. 그래서 쉼 없이 일만 하던 인생을 180도 바꿔 얼마 전 레스토랑을 차렸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아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이어졌다. 다음 날 아들은 볼일이 있어 다른
섬으로 떠났다. 이방인을 친절히 받아 준 그를 위해 무언가 해 주고 싶은 생각에 게스트 하우스를
돌며 여행객에게 레스토랑을 홍보했다. 그날 나와 다리오는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주 요리는 아들과 동업하는 인도인 가족이 만들었지만, 스페인에서 요리사로 활동하던 다리오는 샐러드를
만들고 나는 음식을 날랐다. 또 차가운 콜라를 찾는 손님을 위해 100미터를 뛰어가 사 오기도 했다.
그날 장사는 대박이었다. 손님이 끊이지 않아 자정이 넘어서야 일을 접었다. 하지만 인도인 가족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동업자로서 수입의 반을 갖는데 그리 기뻐하지 않는 걸 보니 난감했다.
나는 가족의 맏형에게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우리는 많은 돈을 바라는게 아니야. 이렇게 몸이 너무 힘들면 돈을 벌어도 얻는게 아니야."
그의 가족과 정신적 풍요가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많은 돈이 그들을 기쁘게 할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정작 삶에서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현명한 그들은 행복의 본질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