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주말 드라마 보고 계시는가요? KBS 2TV <아이가 다섯>인데요. 가족들의 사랑과 갈등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코믹 가족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호평받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기존의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난 ‘보기 드문’ 작품이죠. 불륜이라든가 이혼 같은 고리타분한 소재를 유쾌하고 개연성 있게 그려내는 데다, 악역조차 미워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한데요.
극 중에서 이상태(안재욱 분)와 안미정(소유진 분)은 상처하고 아이 둘을 데리고 사는 직장 상사와, 남편이 자신의 친구와 불륜 행각을 벌여 결국 이혼하고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등장합니다. 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사랑하여 결혼하였고, 드라마 제목처럼 ‘아이가 다섯’인 재혼가정을 꾸렸지요. 최근에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재혼가정의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나이는 같아도 성격이 판이한 아이들이 어떻게 친구에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때아닌 성장통을 미리 겪고 있는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흥미롭습니다.
재혼가정의 갈등과 소통을 주제로 한 KBS 2TV 인기 드라마 <아이가 다섯> ⓒKBS
극 중의 다섯 아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온 두 가정의 아이들이 또 다른 ‘가족’이 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요즘에는 재혼가정을 비롯하여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이 되는 일이 부쩍 많아졌지요. 가족이 되는 방식도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통용되던 재혼뿐만이 아닌데요. 혼자 사는 1인 가족이나 한부모가족은 주변에서 흔하고, 혈연이 아닌 사람과 같이 사는 동거가족, 친구 등 ‘알 만 한’ 사람들 여럿이 모여 사는 공동체가족 등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모여 살다가 흩어지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데 본래 혈연이 아닌 관계로 뭉친 이들을 과연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같이하니 가족인 듯하다가도, 핏줄로 이어진 관계가 아니니 아닌 것 같기도 하죠. 이처럼 가족을 이루는 방식도 형태도 다양해지다 보니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는 가족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기도 합니다.
가족이 부모와 자녀가 아닌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픽사베이
여러분은 ‘가족’을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가족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교과서에서 본 적 있는 삽화에서처럼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모습이나 조부모의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손자 손녀들이 연상되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하지만 가족이 꼭 이렇게 부모와 자녀라는 구성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2016년 한국 사회의 모습입니다.
바야흐로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가족관이 급속히 깨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서구와 다를 바 없는 ‘간헐적 가족관계’ 시대에 접어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전통과 혈연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미래학자들의 예상처럼 과연 가족의 붕괴가 올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년 유엔 미래 보고서를 발간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 지부인 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는 ‘가족도 일종의 습관이다’는 흥미로운 말을 했습니다. 또한 ‘매일 절반 이상 같이 지내면서 수년간 관계를 지속하는 사람’을 가족이라 정의했어요. 핏줄을 나누는 것이 아닌 감정을 나누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이죠.
세상이 이렇게나 많이 변했나 하는 회의적인 생각과 설마 한국사회인데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교차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의 정의 앞에 언뜻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네요.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같이 보내는 직장 상사나 동료죠. 월세를 나누고 한 방을 쓰는 룸메이트가 떠오를 수도 있고, 혼밥과 혼술을 먹다가 친해진 단골 가게의 주인아주머니일 수도 있을 겁니다.
가족혁명과 주거혁명이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바꿉니다. ⓒ픽사베이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가구구성비에서도 1인 가구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나고야에 사는 한 중년 여성(45)은 이렇게 말합니다. “결혼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처럼 한류스타의 팬으로 한국을 오가며 한국인들과 즐겁게 교류하며 살고 싶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게 바로 가족이나 마찬가지다”고요. 가족혁명과 주거혁명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미래 사회에서 주변국을 오가며 사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겠군요. 여러분 곁에 오랫동안 남을 친구, 또는 취미생활을 같이하는 동호회원들이 1인 가구와 가족을 대체할 공동체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2016년 변화하고 있는 가족혁명의 시대에, 여러분은 지금 어떤 가족과 살고 있습니까? 핏줄보다 감정을 나누고,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인가요? 유교적 전통과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한국사회인 만큼 이 나라에서만큼은 좀 특별한 새로운 가족 공동체의 탄생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