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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225 (월)
- 제비꽃과 팬지(Pansy) - 봄을 여는 풀꽃들 ②
- 식물이야기 (90)
지난주에 우수(雨水) 그리고 어제 정월대보름이 지났고,
우리 남양주는 아직 쌀쌀하지만,
내려쬐는 햇볕과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이 완전히 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지난번에 <봄맞이꽃>을 올렸습니다만,
“봄 풀꽃"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비꽃>을 먼저 들어서 이야기 합니다.
<아인학당>에 글을 올리면서 <제비꽃>에 대한 이야기를 이따금씩 언급한 적은
있습니다만, 독립적으로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간간이”, “때때로“ 등의 뜻을 가진 ”이따금“은 일상에서 흔히 ”이따끔“이라고
쓰고 있는데, 이것은 표준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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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꽃 ]
1. 학명 : Viola mandshurica W. Becker
2. 분류 : 제비꽃목 제비꽃과
- 제비꽃은 세계적으로 종류가 무척 많은데, 우리나라에 있는 것만도 40종이
넘고 세계적으로는 200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꽃과 열매의 기본적인
생김새는 같지만 사는 곳에 따라 전체 모습과 꽃의 색깔이 조금씩 다릅니다.
- 우리나라에 있는 종류 :
제비꽃, 호제비꽃, 서울제비꽃, 남산제비꽃, 미국제비꽃, 고깔제비꽃, 흰제비꽃,
콩제비꽃, 알록제비꽃, 금강제비꽃, 뫼제비꽃, 얇은잎제비꽃, 졸방제비꽃,
노랑제비꽃 등등
- 중국에서는 “호제비꽃”을 주로 “제비꽃”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3. 이름 :
- 제비꽃, 오랑캐꽃, 씨름꽃, 장수꽃, 병아리꽃, 반지꽃, 가락지꽃, 외나물꽃,
앉은뱅이꽃, 자화지정(紫花地丁), 전두초(箭頭草), 여의초(如意草), 독행호(獨行虎),
양각자(羊角子), 미포대(米布袋), 자지정(紫地丁), 지정초(地丁草), 근근채(蓳蓳菜)
등등 무척 많습니다.
* 영어 : Violet, Manchurian Violet
* 중국어 : 근채(菫菜)-진차이, 근근채(蓳蓳菜)-진진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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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유래 >
- 야생화를 사랑하는 어느 분은 “제비꽃”이 필 무렵이면,
길가나 숲이 온통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않는다고 하여
“제비꽃”하면 “쓰레기”를 떠올리게 될까봐 걱정이랍니다.
- 즉, 요즈음은 “제비꽃”이 쓰레기 사이에서도 꽃을 피울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고
또 그만큼 흔히 보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제비꽃 : 꽃의 꽃부리 모양이 제비초리를 닮았으며, 모양과 색깔이 제비와
비슷하고 또 제비가 찾아오는 이른 봄에 핀다고 하여 붙은 이름
- 제비초리 : 뒤통수나 앞이마의 한가운데에 골을 따라
아래로 뾰족하게 내민 머리털
- 제비추리 : “제비초리”를 “제비추리”라고 잘못 부르기도 하는데,
“제비추리”는 소의 안심에 붙은 고기를 가리키는 별도의 단어로
즉, 갈비를 이루는 부분으로 안창살, 제비추리, 토시살 등이
있는데, “제비추리”는 소의 갈비 안쪽 흉추의 몸통을 따라 길게
붙어있는 띠 모양의 근육살로서 마치 제비가 날개를
편 것 같이 날씬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
* 오랑캐꽃 : 옛날 이 꽃이 필 무렵이면 북쪽의 오랑캐들이 식량이 떨어져서
쳐들어와서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고 또 꽃 밑에 부리처럼
튀어나온 부분(=식물용어로 “거(距)”) 이 오랑캐의 머리채를 닮았다고
하여 붙었다는 설도 있음
* 씨름꽃 : 꽃 두 개를 합치면 씨름하는 자세가 되어 봄에 어린이들이 이 꽃을
줄기째로 뽑아 꽃과 꽃을 걸고 서로 당겨 먼저 끊어지는 사람이
지는 놀이를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
* 반지꽃(가락지꽃) : 꽃으로 예쁜 반지(가락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
* 병아리꽃 : 이른 봄에 가녀리게 핀 모습이 마치 알에서 갓 나온 병아리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
* 외나물꽃 :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로 해 먹는다고 하여 붙은 이름
* 자화지정(紫花地丁) : “꽃의 색깔이 자색(紫色)이고 줄기의 모습이 땅에 박힌
단단한 못과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
* 앉은뱅이꽃 : 키가 작아 예쁘고 앙증맞아서 붙은 이름
[ 앉은뱅이꽃 ] -동요
- 작사 원치호 / 작곡 권길상
보라 빛 고운 빛
우리 집 문패 꽃
꽃 중의 작은 꽃
앉은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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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꽃말 :
- 제비꽃의 색깔은 대부분이 옅거나 또는 짙은 보라색이지만,
종류에 띠라 흰색, 노란색, 하늘색 등의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래서 색깔별로 “꽃말”도 다른데,
보라색 : 성실(誠實), 겸양(謙讓)
흰 색 : 소박(素朴)함
노란색 : 행복(幸福)
하늘색 : 성실(誠實), 정절(貞節)
*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장미”, “백합”과 함께 “제비꽃”을 성모 마리아께
바치게 되었는데 장미는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백합은 위엄을 나타내며,
제비꽃은 성실과 겸손을 나타낸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 특히 하늘색 제비꽃은 성모 마리아의 옷 색깔과 같으므로
“성실(誠實)-정절(貞節)”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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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는 곳 :
- 우리나라 전역의 햇볕이 잘 드는 풀밭이나 산기슭에서 잘 자랍니다.
6. 사는 모습 :
- 여러해살이풀로서 높이는 10cm 안팎으로,
다 자라도 한 뼘을 넘지 못할 정도로 키가 작습니다.
- 줄기는 없이 뿌리에서 바로 잎과 꽃이 올라옵니다.
7. 잎 :
- 줄기는 없이 뿌리 둘레에서 바로 잎이 올라오는데,
꽃이 피기 전에는 가늘고 길다란 잎이,
꽃이 핀 다음에는 길이 3-8cm 정도의 갸름한 세모꼴의 잎이 모여 납니다.
- 가장자리에 무딘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가 깁니다.
* 잎이 참 예쁘고 깔끔하게 생겨서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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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꽃 :
-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길이 5-20cm 정도 되는 꽃자루에 달려서 핍니다.
- 전체적으로 남보라색이며 꽃잎과 꽃받침이 각각 5장,
수술이 5개, 암술이 1개입니다.
- 꽃 속에는 길이 0.5-07cm 정도의 원기둥 모양인 “꿀주머니”가 있습니다.
- 제비꽃은 “열린꽃(=개방화-開放花)”과 “닫힌꽃(=폐쇄화-閉鎖花)”의 두 가지
꽃을 피우는 것으로 유명한데, “열린꽃”은 통상 우리가 보는 꽃으로 곤충들의
도움을 받아 꽃가루받이를 하여 열매를 맺고, “닫힌꽃”은 “열린꽃”이 핀 다음에
대개 “열린꽃” 아래에 꽃봉오리를 열지 않은 상태로 피는데,
“스스로 꽃가루받이(= 자가수정-自家受精 = 자가수분-自家受粉)”를 하여
열매를 맺습니다.
* 닫힌꽃(= 폐쇄화-閉鎖花)
- 식물이 열매를 맺기 위한 외부환경이 나쁠 때 즉, 건조하거나 온도가 낮거나
또는 빛이 부족한 경우 등의 나쁜 조건일 때 “닫힌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제비꽃, 황새냉이, 괭이밥, 물봉선, 바위취, 끈끈이주걱, 별꽃, 광대수염, 현삼,
닭의장풀, 금난초, 골풀, 포아풀 등에서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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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열매 :
- 열매는 “삭과(蒴果)”로서 6~7월에 익습니다.
- 열매는 콩꼬투리 같이 생긴 조그마한 “포” 속에 들어 있는데,
다 익으면 3갈래로 갈라지면서 껍질이 뒤로 젖혀지고,
껍질 속에 가지런하게 가득 찬 씨앗이 드러납니다.
- 이 씨앗들은 어느 순간 “탁” 하고 터지며 씨앗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이듬해 보면 근처가 모두 “제비꽃 밭”이 됩니다.
* 어릴 적 봄날 소꿉놀이할 때 여자아이들이 깨진 사금파리에 이 “제비꽃 씨앗”을
“밥”이라고 올려놓고 “서방님, 진지 드세요” 하던 것이 바로 이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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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쓰임새 :
- 마당이나 화분에 심어 관상용으로 가꾸거나,
- 어린잎과 꽃으로 나물, 국, 튀김, 밥 등을 해 먹거나,
- 전초(全草)를 약으로 쓰는데, 독을 풀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오줌을 잘 누게 한다고 하며, 또 부인병 등에 약재로 씁니다.
- 특히 벌에 쏘였을 때 잎을 찧어 붙이면 독을 풀어준다고 합니다.
- 또 잎으로는 노란 물을 들이고, 꽃은 향기가 좋아서 향수의 원료로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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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비꽃에 얽힌 이야기
- 재비꽃에 얽힌 이야기들은 무척 많은데, 다음의 두 가지를 올립니다.
(1) 나폴레옹과 관련된 이야기
용맹의 상징으로 알려진 나폴레옹은 제비꽃을 무척 좋아하였는데 엘바 섬에
유배되었을 때 “제비꽃이 필 무렵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젊었을 때 <제비꽃 소대장>으로 불릴 만큼 제비꽃을 사랑하여
동지를 확인하는 표식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아내인 조세핀도 나폴레옹처럼 제비꽃을 무척 좋아했지만
나폴레옹과의 이혼 후에는 한 번도 제비꽃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2) 제비꽃의 전설
옛날 그리스 시대에 “아티스”라는 양치기소년이 아름다운 소녀 “이아”를 사랑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신인 “비너스”는 이들의 사랑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너스”는 아들 “큐피드”에게 시켜서 영원히 사랑이 불붙는 황금 화살을
“이아”의 가슴에 쏘게 하고, “아티스”에게는 사랑을 잊게 하는 납 화살을 쏘도록
시켰다. 그 후 “이아”가 “아티스”를 찾아갔으나 “아티스”는 “이아”를 모르는
척하며 돌아서 버렸다.
“이아”는 너무 슬퍼서 점점 야위어 가더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비너스”는 “이아”를 작은 꽃이 되게 하였는데, 그 꽃이 “제비꽃”이었다고 한다.
*** 영어로 <바이올렛(Violet)>이라 부르는 <제비꽃>은 그리스에서는
< ion(이온 : 이오의 꽃) >이라고 부르며 그리스의 상징 꽃(나라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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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지 (Pansy) = 삼색제비꽃 ]
- 봄이 오면 집집마다, 아파트마다, 여러 관공서나 기업체마다
또 지방자치단체마다 온통 마당이나 정원이나 공원이나 길가를
꽃으로 장식하느라 무척 바쁩니다.
- 그러한 꽃 중에는 단연 “삼색제비꽃”이라고도 부르는 “팬지”가 가장 사랑받으며
또 가장 많이 심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 그래서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우리는 어디를 가나 “팬지”를 보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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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지>는 기본적으로 “제비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또는 짧은 기간 동안만 사는 다년생의 풀입니다.
- 그런데 이는 원래 북유럽원산의 “야생제비꽃”을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영국과 프랑스에서 개량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1912~26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야생제비꽃 :
영어로 <johnnyjump-up>, <heartsease>, <love-in-idleness>라고 하는데,
꽃피는 재배식물 중에는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입니다.
- “팬지”의 기본적인 색깔은 “흰색”, “노란색”, “보라색” 등의 세 가지
색깔이었는데, 색깔이 점점 개량되고 다양화 되어서 지금은 여기에 오렌지색,
갈색, 갈청색, 붉은색, 푸른색 등등으로 변화가 많아지고 또 이들이
단색(單色)으로 또는 두 가지 색깔 또는 세 가지 색깔 등으로 무척 여러 가지
조합을 나타내어 매우 예쁩니다.
- “팬지”도 6~7월에 열매를 맺으며,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씁니다.
- “팬지”의 꽃말은 “사색(思索)”, “사고(思考)”, “사랑의 추억”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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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올리는 사진들은 대부분 다른 분의 것들을 빌려왔습니다.
[ 제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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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꽃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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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지(Pans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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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제비꽃과 팬지(Pansy)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제비꽃 얘기가 이렇게 많고 다양한 줄은 몰랐네요. 산이나 들에 핀 제비꽃 확실히 구별 할수 있겠슴다. 팬지도 베란다나 시내 곳곳에 비치된 화분에서 쉽게 볼수 있는데 글에서 보니 반갑군요. 언젠가 동아 일보 앞 화단에 여러 종류 팬지를 심어 놓아 매우 아름답다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나 열정적인 강의 내용에 머리를 절로 숙이게 됩니더. 학장님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즐겁게 보아주시면 오히려 고맙습니다. 사람의 생김생김이 서로 다른듯이 식물들도 사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다보니 몇몇 식물도감들을 들춰보다 보면 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곧 길가나 화단들에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장식될 것을 기대하며 즐겁습니다. 꽃이나 나무들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소나 돼지 등을 비롯한 동물들의 고기를 먹지 말자는 동물애호가들이 식물은 왜 먹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식물들도 엄연히 생명이 있고 그 모가지를 싹둑 자르거나 뿌리채 온통 뽑아 먹거나 그들의 자손격인 열매나 씨앗을 먹는 건 괜찮은감?
제비꽃, 팬지 등 우리가 늘상 보아 온 작은 꽃들인데 관심을 가지고 클로즈 업 해서 보니 정말 예쁘군요. 종류도 가지가지, 빛갈도 가지가지 참 조물주의 조화는 그지 없는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곳에 사랑 있다는 말이 생각 나네요. 학장님의 명강의에 빠져 한 시간 동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봄꽃 중에서 나무꽃들은 산수유나 생강나무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꽃이 큽니다. 그렇지만 풀꽃 중에서는 "란" 계통과 "피나물" 이외에는 대부분 조그마해서 잘 보이지 않으니까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풀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색깔도 다양하고 생긴 모습도 신기해서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느낍니다. 남녘에는 봄꽃들이 이미 활짝 피었다고 하던데, 곧 우리 동네에서도 화사한 꽃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