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용어인 innocent 'why'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가장 잘 압축해놓은 표현입니다. '순진한 왜'라는 뜻입니다. 바로 이 innocent 'why'를 시작으로 인류의 수많은 업적은 이루어졌으며, 대중이 열광하는 발명품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토이 스토리>, <슈렉>, <쿵푸팬더>, <식스센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등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표현으로 외화를 더욱 재치 있게 바꾸는 사람. 아르떼진 9월 두 번째 커버스토리는 작가 겸 외화번역가인 이미도 씨의 창의력 이야기 innocent 'why'입니다.
귀하의 독창성은 몇 cc입니까?
저는 영어 로고의 원뜻을 다르게 풀이하는 놀이를 즐깁니다. 이런 놀이의 과정은 '창의적 언어능력 키우기'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봅니다. 네이버의 NHN은 Next Human Network이지요. 이걸 회사 이미지에 어울리게 이렇게 바꿔봤습니다. Naver Hesitate Never, 즉 '네이버는 결코 머뭇거리지 않습니다.'가 되지요. 농협의 NH는 이렇게 바꿔봤습니다. Never-ending Harvest, 즉 '해마다 풍년'이 되지요. UCC는 user-created contents이잖아요. 저는 이걸 Ucc처럼 쓰곤 합니다. U를 당신You 또는 독창성Uniqueness이라고 전제하면 Ucc가 '귀하의 독창성은 몇 cc입니까?'라고 묻는 것 같지 않은지요? 영어 로고 중 제가 특히 좋아하는 건 CSI입니다. CSI는 범죄 현장crime scene에서 벌이는 수사investigation 과정을 다룬 미국 시리즈물의 제목이지요. 이 제목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창조성이나 창의성과 관련해 이야기할 때 제가 꼭 강조하는 영단어들의 첫 글자가 이 제목에 압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단어들일까요?
호기심을 뜻하는 curiosity, 창조성을 뜻하는 creativity, 변화를 뜻하는 change, 긍정적 사고를 상징하는 단어인 smile, 이야기를 뜻하는 story, 융합 또는 통섭을 상징하는 sense and sensibility, 'a picture in the mind' 라는 뜻의 idea, 상상 또는 상상력을 뜻하는 imagination,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 등이 그것입니다.
창조적 상상의 추진력 '호기심'
pictures in the mind이고, 창조성은 그런 상상의 과정을 거쳐 one and only, 즉 독창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과정이지요. 그러므로 '창조적서두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산업의 기반이 '창조'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고, 이번 글에서 CSI가 압축한 키워드들 중 특히 '창조적 상상'의 추진력인 '호기심curiosity'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반적 상상과 달리 '창조적 상상'이 어떤 개념인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지요. 상상력과 창조성은 명백히 다르지요. 상상력은 마음속으로 여러 그림을 그리는 능력the power to make 상상'이란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작해 내거나, 난관 또는 난제에 부딪혔을 때 그걸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상상의 과정이지요.
인문학에 박식한 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아이디어는 허공에 핑핑 날아다니는 전파'라고 했습니다. 참 멋진 은유이지요. 그렇다면 날아다니는 '아이디어 전파'를 잘 잡으려면 안테나가 필요하겠군요. 저는 이 안테나가 곧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Curiosity is the uniquely defining property of human beings." 인간이 가진 여러 특징 중 호기심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설파한 것이지요.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런 호기심을 하나 가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럼 누구의 안테나가 가장 고성능일까?"
위대한 발명품은 순진한 호기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소설가 겸 극작가 J.M 배리,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다중지능 이론의 세계적 석학인 하워드 가드너는 명저 <열정과 기질 Creating Minds>에서 아인슈타인이 한 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재미있는 상상을 하는 때는 5세-10세 사이이다." <피터팬>의 창조자인 J.M 배리는 다음과 같은 글로 아인슈타인의 견해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열두 살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별로 중요할 게 없다Nothing that happens after we are twelve matters very much." 그만큼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뛰어나다는 뜻이기에 스필버그 감독도 "인류가 이룩한 수많은 업적의 이면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호기심'이 있다."라고 했겠지요.
성능이 가장 뛰어난 안테나인 아이들의 호기심을 압축해주는 용어가 심리학 용어인 innocent 'why'입니다. '순진한 왜'라는 뜻이지요.
폴라로이드 즉석 사진기를 탄생시킨 "아빠, 사진은 왜 찍고 나면 금방 안 나오고 며칠씩 걸려?"라고 물은 아이의 순진한 '왜'에서 탄생됐고, "움직이지 못하는 장난감이 만약 살아서 움직인다면?"이라는 순진한 궁금증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걸작 <토이 스토리 Toy Story>를 탄생시켰지요. 이 회사가 얼마나 창조적인 집단인지는 2006년에 월트디즈니가 인수한 가격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려 76억 달러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1986년에 PIXAR를 세울 때 들인 돈의 규모를 아시게 되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고작 500만 달러였으니까요.
문제는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어마어마한 창조적 상상을 촉발시키는 이 innocent 'why'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지요.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스스로에게 가하는 자기검열이 강화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처럼 꿈꾸어라!
이 대목에서 저는 자기검열의 족쇄를 끊고 innocent 'why'를 실천해 대성공한 어느 미국인 주부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주부의 가족은 평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크록스CROCS 신발를 무척 즐겨 신었습니다. 하루는 신발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 주부에게 innocent 'why'가 떠올랐습니다.
"왜 저 구멍들을 놀릴까?" 그래서 그녀는 예쁜 꽃이나 곤충을 만들어 구멍에 장식을 했고, 작은 회사 지비츠Jibbitz를 차렸었지요. 그러자 소문을 접한 크록스가 그녀의 아이디어를 사고 싶다며 자그마치 1,000만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innocent 'why'를 가장 잘 실천하는 창조적 기업의 하나는 앞에서 소개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일 것입니다. '호기심 꾸러기들의 천국'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릴 이 기업이 만드는 모든 영화의 기본 콘셉트가 바로 innocent 'why'인데요, 픽사가 '아이들의 고성능 안테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는 픽사의 창작 신조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신조는 '아이처럼 꿈꾸어라!Dream like a child!'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렇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른들이든 아이들이든 아이처럼 꿈꾸도록 이끌어주는 교육이 문화예술교육의 근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은 우리의 '질문방식'에 대한 안타까움에서도 비롯됐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니?" 반면 교육 선진국의 부모는 이렇게 묻는다지요. "오늘 선생님께 뭘 질문했니?" 어느 쪽이 더 아이의 창조성을 길러주는 질문방식일까요?
글_이미도 / 작가, 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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