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문] 한국인 고등학생의 가리봉동 활동기
“동포의 정을 빨간 사과에 담아 드렸죠”
글 • 신유진 동우여자고등학교 2학년 9반
'我们祝你圣诞快乐。我们祝你圣诞快乐。我们祝你圣诞快乐。祝你新年快乐~ '
이 크리스마스 캐롤은 201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시장 앞 거리에서 울려 퍼진 노래이다. 나를 포함한 중국으로 평화연수를 다녀온 학생 중 25명의 친구들이 함께 2011년 12월 24일 낮 12시부터 2시까지 작은 행사를 꾸렸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동북삼성(東北三省)에서 우리들은 장군총, 광개토대왕릉비와 같은 많은 역사유적이나, 백두산, 우리 또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등 여러 곳을 돌아보며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고, 그들이야 말로 세계화되어가는 이 시대에 중국과 우리의 교량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임을 느꼈다.
또, 그곳의 친구들과 친해지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었다. 짧았던 4박 5일간의 연수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모두 고등학생들이었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꼭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모를 꾸리게 되었다. 나는 입시로 인해 내기 힘든 시간을 내게 내준 친구들인 만큼 의미가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지만 중국에 갔었을 때를 생각하니 쉬워졌다. 우리가 받은 사랑과 관심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선족거리가 있는 가리봉동에서 크리스마스이브 날 작은 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사과를 나눠드리고, 작은 공연과 프리허그 같은 구체적인 행사 일정을 잡아 나갔다. 행사에 대한 계획표를 짜고 친구들에게 알렸다.
“중국 캠프 친구들! 24일 날 가리봉동에서 봉사활동 하자!”
모두들 흔쾌히 응했고, 친구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동북아 평화연대 선생님께서 알게 되셨고, 우리를 후원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벽하지 못한 계획을 믿어주고 지지해준 친구들에게도,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하다. 계획이 구체화된 후 12월 16일에 나는 캠프 후배와 선생님과 함께 가리봉동으로 답사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동포세계’ 국장님과 가리봉동 문명환 회장님께 조언도 듣고 거리를 돌아보며 행사 장소와 일정들을 정할 수 있었다.
가리봉동을 찾아온 노란싼타들
지난 12월 24일 오후 서울 중국동포타운 1번지 가리봉동에 "메리 크리스마스" 노란산타들이 찾아와 동포의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노란 산타들은 한국인 고등학생들 20여명, 이들은 동북아평화연대 노란산타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리봉동 동포거리를 돌며 준비해온 빨간 사과도 예쁘게 포장해 상인들과 동포들에게 나눠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사과를 받은 동포들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노란산타들은 중국어로 크리스마스 캐롤송도 불러주고, 깜찍한 율동으로 귀여움을 더했다.
어제 23일 밤 눈이 많이 내려 가리봉동 중국동포타운 거리는 더욱 운치가 돋보였다.
행사 당일 날 오전 9시부터 조장들과 함께 동포들에게 나눠드릴 약 500개의 사과도 포장하고, 그동안 연습했던 캐롤도 맞춰보았다. 처음 500개의 사과가 든 박스더미를 보았을 땐 “이걸 다 어떻게 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어느새 학생들 모두가 즐겁게 사과포장을 하고 있었다. 실내에서 준비가 끝난 후 우리는 가리봉시장 앞 행사 장소로 이동했다. 행사 시작시간인 12시가 될 동안 우리는 지나가시는 분들에게 사과를 나눠드리며 홍보도 하고, 조장들은 찾아가 사과를 드리고 캐롤도 부르고 올 상점의 간판 사진이 든 미션봉투도 뽑으며 캐롤도 연습하고, 작은 무대도 만들었다.
12시부터 1시까지는 미션(임무)을 하고 1시부터 2시까지는 공연을 하였다. 미션을 할 때, 우리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사과를 나눠드려요. 1시부터 2시까지는 이곳에서 공연도 하니 시간되시면 꼭꼭 보러 와 주세요! 일생평안(一生平安)”이라고 주문을 외듯 말하며 사과를 나눠드렸다.
12시에 행사가 시작하고 학생들은 조별로 미션을 하러 상점을 찾아 가고, 나도 무대를 정리하고 몇몇 친구들과 가리봉 시장 안으로 갔다. 3개의 상점을 들렸는데 그 중 한 상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2층에 있던 고깃집이었는데 그 곳의 사장님과 손님 분들 모두 반겨주셨다.
우리가 사과를 드리고 중국어로 캐롤을 부르자 “좋다! 잘한다!”하시며 호응도 해주시고 “내가 중국 사람인데 중국 사람만큼 발음이 좋네! 중국 사람인가?”하시며 칭찬도 해주셨다. 우리가 갈 때 한 손님께서는 사비로 음료수도 챙겨주셨다.
며칠이 지났지만 마음을 나눈 것 같은 따뜻한 느낌에 아직도 그분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기분 좋게 미션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음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은 많이 서툴고 어색했지만 많은 분들에게 자그마한 추억이라도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에 모두들 열심히 했다. 캐롤과 노래, 춤 등의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인사를 한 후 이번 행사를 마쳤다.
이번 행사를 함께한 후배의 말이 생각난다 “제가 국제평화연수 중국 팀인 것이 자랑스러워요!”
우리가 스스로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바로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조선족 동포들과의 오가는 정을 느낄 수 있고, 말로만이 아니라 우리 동포들에게 정말 한 발 다가간 느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공연 때 하지 못했던 인사를 드리고 싶다.
迎接新一年得到来,再次感谢大家。
@동포세계신문 제10호(2011. 12. 27 발행 통번 260호) 2012. 1. 3 인터넷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