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39) - 자살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3)
2012. 6. 7. 18:17
■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어떻게 해석하나요? 자살하면 무조건 지옥에 갑니까?
■ 요즈음 연예인들의 자살이 많아졌는데, 그 중에는 기독교인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기독교인이 자살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요?
■ 자살충동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자살에 대한 신학적 견해
소크라테스는 "신이 어떤 필연성을 부여하기까지 인간은 자살할 수 없다"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살을 "정치적 공동체 안에서 타인에 대한 불의한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칸트(I. Kant)는 "인간이 인격 속에 있는 도덕성의 주체를 파괴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와 함께 도덕성 자체를 이 세상으로부터 말살시키는 것과 같다"고 했으며, 실존주의 작가인 까뮈(A. Camus)는 "삶이란 유일한 인간적 가치이며, 삶을 거부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부조리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락탄티우스(Lactantius, 250∼317)라는 초대교회 지도자는 그리스도인의 생활태도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신학자였는데, 그의 저서 '신의 교훈'에서 "자살자는 살인자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 자의적이 아닌 것처럼, 세상을 떠날 때도 하나님의 명령이 있어야 떠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거스틴(Augustine, 354∼430)은 사도바울 이후 신학사상을 크게 발전시킨 신학자인데, 그는 "자살은 육체를 더럽히는 행동이 아니라, 영혼을 더럽히는 행동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74)는 신학체계를 가장 잘 집대성한 신학자인데, 그의 저서 '신학대전'에서 자살은 첫째, 자신을 사랑하라는 자연법을 거역하는 행위며, 둘째, 공동선과 집단에 손해를 끼치거나 모독이 될 수 있으며, 셋째, 생명에 대해 절대권을 가지신 하나님의 권위를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자살에 대한 이 세 신학자들의 견해는 오늘날까지도 불변의 지침이 되고 있으며, 현대 신학자들의 견해 역시 이 세 분의 견해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살은 인간이 창조주가 아니라 피조물이라는 신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2) 자살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동이다.
3) 자살은 독생자를 보내 인류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섭리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4) 자살은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소망을 거부하는 행동이다.
5) 살인을 금하신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님의 가르침은 자살에도 적용된다.
6) 자살은 회개와 용서를 불가능하게 한다.
7) 사람의 생명은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이다.
8) 하나님의 자녀들은 믿음으로 세상을 이겨야 한다.
이처럼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자살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로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중세 그리스도교 법에 따르면 자살을 기도한 것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었으며, 자살자를 위한 교회에서의 장례예식을 거부했고, 자살자가 교회묘지에 묻히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에 대한 다양한 사회학적 분석과 자살자에 대한 사회적?공동체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자살에 대한 이러한 전통적인 입장은 상당부분 수정되고 있습니다. 자살의 다양한 원인(생활고, 병고, 왕따, 폭력, 성적저하, 비관, 가정불화, 양심의 가책, 결백의 주장, 배신감, 실연, 정신질환 등)에 비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자살한 사람에게만 돌려온 점을 반성하면서 자살을 강요하는 환경적 여건에 대해 사회적·신앙공동체적 연대책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살과 구원의 문제
자살하면 모두 지옥에 가는가? 기독교인이 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고, 결코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자살의 동기와 원인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불치병에 걸려서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억지로 연명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미 여러 나라에서 환자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 또는 안락사의 문제를 합법화해가는 추세에 있습니다. 또는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살에 대해 성경에는 예외적 경우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일로 순교하는 경우이고(눅 9:24), 둘째는 남을 위하여 순직하는 경우입니다.
자살한 삼손은 신앙의 영웅으로 찬양받았으며 (히 11:32∼34), 예수님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다."(요 15:13)고 하셨으며, 바울사도는 "그리스도는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신다"(롬 14:9)고 하셨습니다. 또한 기독교가 박해받던 시기에 순결을 잃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많은 여성들 중 많은 이들이 성인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따라서 모든 자살을 똑같은 심판의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육체의 죽음 이후의 문제, 천국과 지옥의 문제, 구원의 문제 등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속하는 신비의 차원이기에 구원의 문제를 인간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것이 성경 전체의 가르침입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은 믿음으로만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구원의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 7:21)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인간이 심판주가 되어 섣부른 잣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종합해 보면, 그리스도인의 자살의 문제는 심한 정신병적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결국 믿음과 관계될 것입니다. 욥처럼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리고 하나님이 내 생명의 주인임을 믿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포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계속)
강영선 한신대 교수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120607181709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