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문단/ 언어의 풍경 35호>
천일염/ 윤금초
가 이를까, 이를까 몰라
살도 뼈도 다 삭은 후엔
우리 손깍지 끼었던 그 바닷가
물안개 저리 피어오르는데,
어느 날
절명시 쓰듯
천일염이 될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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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2/ 이동주
고향, 고향, 고향이랬자
거덜 난 쑥대밭.
푸른 물! 붉은 물!
칼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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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윤영훈
대패에 깎여진 나무에서도
연둣빛 새순이 삐죽 솟아난다
아스팔트의 깨어진 틈새에서도
가녀린 들풀은 푸릇푸릇 자란다
뒤뚱거리며 걷던 아가도
넘어지며 무릎이 아파도
다시 일어서고 다시 일어서며
결국은 이 세상을 달리고 있다.
이지러지고 비어 있는 삶의 그릇에도
멀게만 느껴졌던 소원들이
조금씩 조금씩 채워져 간다.
소녀의 손톱 같은 달이
이윽고 차오르듯이.
늘 배반당한 좌절의 늪에서
기어이 눈부신 희망은 솟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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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길/ 이보영
새들도 하산을 서두르며 죽지를 접는다
길에서 꾼 노숙자의 애절한 꿈같이
파도가 울부짖다가
놓쳐버린 저녁나절
때늦은 야윈 햇살이 날개를 퍼덕이며
이정표 없는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일 때
곡선의 작은 길 하나
파란 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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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문단/ 언어의 풍경 36호>
봄꿩/ 오승철
대놓고 대명천지에
고백 한 번 해본다
오름 만한 고백을 오름에서 해본다
갓 쪄낸 쇠머리떡에
콩 박히듯 꿩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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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꿩의 노래- 6월/ 유헌
숲 그늘 박차고 깃을 치며 나는 산꿩 외마디 목청으로 푸른 계곡
뒤흔들며 풀어진 능선길 지나 경계를 넘고 있다
초연(礁煙)의 백마고지 가르던 그 노래
어미의 어미가 부르던 망향가를
철책선 허리 붙들고 내가 따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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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과 좌판/ 노창수
시를 쓴다 자판 위에
생각 묻은 컴퓨터에
안개 걷혀 기운 시장
시든 부추 썩은 망고
골라서
가벼워지려다
시의 좌판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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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문학지 속의 한 편
해남문단/ 언어의 풍경 35호- 36호/ 한국문인협회해남지부/ 2019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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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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