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무상정등각은 무실무허하다.
약유인언 여래득아누다라삼먁삼보리
若有人言 如來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수보리 실무유법 불득아누다라삼먁삼보리
須菩提 實無有法 佛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수보리 여래소득 아누다라삼먁삼보리 어시중무실무허
須菩提 如來所得 阿耨多羅三藐三菩提 於是中無實無虛
시고여래설일체법 개시불법 수보리 소언일체법자
是故如來說一切法 皆是佛法 須菩提 所言一切法者
즉비일체법 시고명일체법 수보리 비여인신장대
卽非一切法 是故名一切法 須菩提 譬如人身長大
수보리언 세존 여래설인신장대 즉위비대신 시명대신
須菩提言 世尊 如來說人身長大 則爲非大身 是名大身
⎈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께서 아누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라고 말하더라도,
수보리야, 실로 여래가 ‘아누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법을 얻은 것은 없느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얻은 ‘아누다라삼먁삼보리’에는 실다운 모습도 없고
허망한 모습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의 법이 다 불법(佛法)이다.’라고
설하느니라. 수보리야, 이른바 일체법이라 하는 것도 곧 일체법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그 이름을 일체법이라 하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비유하자면 ‘사람의 몸이 장대하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가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장대한 몸은
곧 장대한 몸이 아니라, 그 이름이 장대한 몸이옵니다.”
우리 중생들은 “여래가 ‘아누다라삼먁삼보리(무상정등각)’를 얻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은 ‘아누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할만한 법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실다움이 없어 무실(無實)합니다.
그러면 실다움이 없으면 완전히 허망한 것일까요?
그렇게 허망하다면 우리가 고생고생해서 ‘아누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금강경>>에서는 허망하지도 않다고 하여 무허(無虛)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여래가 얻은 ‘아누다라삼먁삼보리’에는 실다움도 없고 허망함도 없이
무실무허(無實無虛)하다고 합니다.
여래의 ‘무상정등각’의 경지는 우주본체인 공(空)과 완전히 합일한 상태로서,
오로지 맑고 밝은 생명의 빛 자체이고, 청정무상심(淸淨無常心) 자체이고,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공(空)입니다.
마치 맑은 거울과 같다고 비유로 말합니다.
맑은 거울 그 자체는 원래 어떤 모습을 스스로 취하지 않아 어떤 대상을
비추지 않는 한 아무런 형상도 없이 비어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아누다라삼먁삼보리’ 중에는 실다움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허망할까요? 절대로 허망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허망하지 않는, 불가사의한 그 무엇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무상정등각의 성덕(性德), 또는 성공덕(成功德)이라고도 합니다.
무상정등각의 경지는 우주본체와 하나가 되는 경지이므로 여래가 깨달은
무상정등각에는 우주본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힘과 불가사의한 지혜와 가없는
자비와 한량없는 복덕 등의 성덕(性德)이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우주본체의 힘을 자체화하시어
전지(全知)하시고 만능자재하신 위신력(威神力)으로 우리 중생들을 악도에서
구해주시고 불보살로 이끌어 주실 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우주본체와 하나가 된 힘으로 무량광(無量光)을 발명하시고,
영원히 멸도하지 않는 무량광 빛의 불신(佛身)을 두실 수가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인격적 불신(佛身)인 보신불(報身佛)이 계시기에 우리는 구원을 받을 수
있고, 불보살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상정등각에는 절대적으로 허망함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언설로 표현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무실무허(無實無虛)의 경지가
무상정등각의 경지인 것입니다.
다음으로 부처님께서는 일체 법이 모두 불법(佛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법도 불법(佛法)이고 비법도 불법입니다. 탐진치도 번뇌도 다 불법입니다.
무실무허한 것도 불법이고 해탈·열반도 다 불법(佛法)입니다.
연기법은 부처님께서 깨달은 법이고 부처님은 연기법과 하나가 되신 분입니다.
연기법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이고 그 연기법에 따라 생멸이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와 현상은,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든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든,
모두가 불법(佛法)인 것입니다.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일체법은 곧 일체 법이 아니라 이름만 일체법일 뿐이라고
하십니다. 이는 법상을 가지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사람의 몸이 현상세계의 상대적 개념으로서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듯이, 법도 그렇게 실체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출처:금강경 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