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실시된 갑상선 시술은 총 2만5628건으로 월평균 3200여 건이었다. 이는 작년 한 해 월평균 4000여 건에 비해 20% 정도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지난 1월과 2월 각각 4426건과 4331건이었던 것이 3월 들어 3814건으로 줄었고, 5월 2647건, 8월 1889건까지 떨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병원은 수술을 끝낸 후 3년 이내에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 되기 때문에 최종 수술 건수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보통 지금 시점이면 8월분까지 대부분 신청을 했다고 볼 수 있어 수술이 줄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암 발생 1위에 올라 있는 갑상선암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우선 지난 3월 의사 8명으로 구성된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의 기자회견이 갑상선암 과잉 진료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의사연대 측은 "평소 증상이 없는 사람은 조기 진단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는 "무증상인 사람에게 초음파 검사를 하는 건 전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할 필요가 없는 검진과 수술로 환자의 금전적·정신적·신체적 피해와 후유증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가 지난 8월 발표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초안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어줬다. 권고안은 "가족력이나 방사선 노출이 없고, 목에 혹이 만져지지 않은 경우엔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권고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과다 진료 논란 이후, 건강검진 때 실제 초음파 검사를 하는 사람이 줄었는지는 피부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서도 "암이 발견돼도 웬만하면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갑상선암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2866명에 불과했던 갑상선암 발생 환자는 작년 5만3737명으로 약 19배 수준이 됐다. 인구 10만명당 암 발생률(2012년 기준)은 52.8명으로 미국(13.2명), 일본(4.4명), 영국(3.2명)에 비해 높다. 암 발생 환자가 많아지면서 수술을 받는 사람도 많아졌다.
갑상선암 환자 급증은 건강검진 대중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검진 때 초음파 검사를 받는 사람이 늘면서 2000년대 들어 갑상선암 환자는 연평균 약 24%씩 증가했다.
환자는 늘었지만 사망률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도 이 암의 특징이다. 지난 15년 동안 갑상선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0.6~0.8명으로 크게 변화가 없다. 또 갑상선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10년 생존율을 100%로 놨을 때 갑상선암 환자의 상대 생존율은 99%에 달한다. 이 암에 걸려도 일반인처럼 오래 산다는 얘기다.
하지만 갑상선암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갑상선암의 크기가 0.5㎝ 이상이거나 그 이하라도 고위험군인 경우는 의사와 상의해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