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2. 16. 임시 한국지역이사회에 붙여 -
‘모든 권리는 의무의 이행으로부터’ 이 말의 의미를 찾아보렵니다.
권리와 의무는 ‘약속’에서 출발합니다. “내일 점심 때 보자”는 친구의 말에 “그러자”고 답하면 약속이 되어 권리와 의무가 발생합니다. 둘 다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고, 상대방이 늦거나 안나왔으면 “왜, 약속을 안지켜?”라고 물을 ‘권리’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법적 의무는 아닙니다. 약속을 자주 어기면 친구관계도 결국은 깨지죠.
약속의 사회적 표현이 계약입니다. 계약을 어긴 자는 법적 제재를 받죠.
국가의 기원에 관하여 왕권신수설 등 많은 학설이 있지만 사회계약설이 근대국가의 구성원리가 되었습니다. T. 홉스는 말합니다. ‘자연상태에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진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하여 자연권을 국가에 맡기고, 국가는 사회를 평화로운 상태로 이끈다’. 국가 지도자는 국방과 치안을 유지하고, 계약 준수를 강제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역할에 충실하여야 하고, 헌법과 법을 위반하면 탄핵을 당합니다. ‘법치주의’에 관하여 독재국가에서는 국민에게 악법을 강제하는 표어로 전락하지만(형식적 법치주의!), 민주국가에서는 ‘대표자가’ 법에 의하여‘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의미로 씁니다(실질적 법치주의!). 사회계약을 어기는 독재국가는 약속을 어기는 친구관계처럼 폭망합니다.
단체는 다수의 합의로 정관(규약)을 만듭니다. 정관은 단체의 성격을 밝혀주고, 단체 내부 분쟁 발생시 해결 기준입니다. 단체 대표는 회원들을 대신하여 정관의 수호하여야 하고, 정관을 넘어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단체의 대표가 정관을 임의 해석하고, 위반하는 일이 반복되면 단체가 무너지거나 정관과 다른 단체가 됩니다.
임시 이사회에서 저는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첫째, 우리는 과거 이사들의 규칙 개정 절차가 정당하였는지 결정할 수 없다. 결의가 없었다는 증거도 많으니 지역 감사에 의한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둘째, 인사위원회는 한국지역 규칙에 없는 권리를 행사했다(ICM 후보 단수 추천).
셋째, 단수 추천은 국제헌장 위반이다(지역 각 클럽의 선거권 침해).
(다만, 지역의회가 ICM을 선출하는 것은 국제헌장 위반이란 점은 지적 못했습니다)
인사위원장님은 제 문제 제기에 사실상 동의하셨고, AP께서도 타 지역에서는 ICM 선거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구총재님들은 제 문제 제기에 반론을 회피하시고(반론이 없었습니다), 현실론만 말씀하시고, ‘봉사단체에서 법률가처럼 꼬치꼬치 규정을 따질 수 없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투표가 강행되어 저는 인사도 않고 회의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현직 지구총재의 ICM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동기 총재의 일이라서인지 지구총재님들이 평소와 달리 너무 조심스러워 하시대요]
저도 존경하는 한총재님이 2022. 7.부터 임기 개시되는 ICM을 하시는 것에 찬성합니다. 다만, 그 시기를 조금만 늦추어 2022. 7. 인사위원회와 임시 AC에서 선출하여, 규칙도 지키고(여전히 국제헌장 위반이긴 하지만), 실리도 찾자는 대안을 서면으로 제시하였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하였습니다.
한국지역이 국제헌장과 규약을 준수하느라 ICM 선출이 좀 늦는 것은 문제될 수 없습니다. 외국의 동료 와이즈멘들 중에 ‘국제헌장과 지역 규칙을 지키느라 좀 늦는구나. 역시 아시아 최고의 민주국가 국민답다’라고 찬사를 보내는 분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반칙으로 얻은 금메달은 조롱만 살 뿐입니다. 당장 걱정입니다. 지구 회원님들께 ‘국제헌장과 지역 규약은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해석해도 된다’고 변명할까요? ‘지구헌장은 현실에 맞지 않으니 무시합시다’ ‘와이즈멘 목적과 강령 다 필요 없고 회원수나 늘립시다’라고 하는 지구 회원이 있다면 뭐라고 말하죠?
법률가인 P. W. 알렉산더가 만든 국제표어는 저같은 법률가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국제표어는 사회계약설, 실질적 법치주의, 민주적 단체의 구성원리를 꿰뚫는 단순하고 우아함 그 자체입니다. 이 멋진 표어를 무시하는 후배들이 동방박사(Wise Men)가 살던 곳보다 더 먼 동방에서 나타날 줄 알렉산더는 알았을까요?
스스로 지키지도 않으면서 멋진 말을 내뱉기만 하면 신뢰를 잃기 마련입니다. 단체의 지도자가 정관을 위반할 때, 그 단체는 존속이 위태롭거나 정관과 전혀 다른 단체로 변모하고 맙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번 임시이사회 결의는 과거 이사회 결의 사실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무의미합니다. 국제표어를 내릴 것인지 지킬 것인지는 이번 4월로 예정된 AC에서 이사님들의 용기와 지혜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