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청 청소차량에 바이오디젤을 전격 도입한 정인화 청소행정과 팀장
서울특별시 강동구청 정인화 청소행정과 팀장은 작은 목소리로 조근 조근 말했다. “해야 할 일이니까 한 것뿐입니다. 청소행정과가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처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왜 일을 시작하게 됐냐는 물음에 되돌아온 답변은 지나치게 겸손했다.
정인화 팀장은 BD20(바이오 디젤이 20% 함유된 경유)을 강동구청 청소차 30대에 2년 째 무리 없이 공급되게 한 장본인이다. 지난 2006년 12월에 강동구청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청소차 전체 30대 중 2대만이 BD20을 썼다. 그러다 2007년에는 27대, 올해는 30대 모두 BD20을 쓰게 됐다. 현재 정부는 모든 경유차량이 의무적으로 바이오디젤이 0.5% 함유된 경유를 쓰도록 권장한다. BD20은 자체적으로 주유 설비를 갖춘 곳만이 쓸 수 있다. 덕분에 강동구청은 각종 환경단체들로부터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렇게 된 데는 정인화 팀장의 공이 크다. 그는 공무원 생활의 10년을 난지도에서 보냈다. 10년 동안 쓰레기와 함께한 셈이다. 정 팀장은 “난지도 시절 환경단체들과 접촉하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누군가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정부가 4년간 시행한 BD20 시범 보급 사업을 담당하게 되며 바이오 디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사업이 중단되었다. 연료의 품질문제, 자동차 업체간의 협의 문제가 원활하게 풀리지 않아 결국 사업이 실패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역 사회와 연대해 추진
강동구에 위치한 한산중학교와 강동구청은 지난 9월 19일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자원순환학교' 협약을 맺었다.
(강동구청 제공)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환경단체와 지속적으로 연대를 하며 바이오 디젤 원료에 관심을 갖던 중 폐식용유를 원료로 하여 바이오 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버려지는 폐식용유로 바이오 디젤을 만든다면 경유 대체와 환경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정 팀장은 무릎을 탁 쳤다. 그는 당장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강동 ․ 송파 환경연합, 자원순환 사회연대 등의 시민단체와 함께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연료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강동구 시민들에게 홍보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적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바이오 디젤 업체의 도움을 받아 자체 주유 설비를 설치했다. 2006년 12월, 마침내 BD20을 청소차 연료로 쓰게 됐다.
최근에는 인근의 한산중학교와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자원순환학교’협약을 맺었다. 지난 9월 19일이었다. 학생들이 가정에서 쓰다 남은 폐식용유를 갖고 와 학교에 비치된 수거통에 모으기로 했다. 매월 넷째 주 금요일이 수거일이다. 모은 폐식용유는 한 달에 한 번씩 기증받는다. 그는 기증받은 폐식용유를 계약한 바이오 디젤 생산 업체에 원료로 공급한다.
BD20 사용으로 지난 해 천 만원 절약
바이오 디젤 사용의 효과는 크다. 정 팀장은 “연간 청소차에 소요되는 바이오디젤 연료량이 10만 리터인데 경유보다 바이오 디젤 연료가 리터 당 50원 정도 싸서 약 천 만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차량을 운행하는 기사와 청소차량 뒤에 매달려 일하는 환경 미화원들의 만족도도 크다. 배기가스가 일반 경유보다 순해 청소차 뒤에 서서 쓰레기를 수집하는 환경 미화원들 일하기가 훨씬 낫다는 평이다. 우려했던 기계 오작동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 팀장은 “지난 2002년 시범 사업 당시 지적됐던 겨울철 필터 막힘 현상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별도의 첨가제를 넣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정 팀장은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시내 버스 150대 전체의 연료를 경유가 아닌 바이오디젤로 공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교토시의 모든 청소차량은 바이오 디젤 연료를 쓰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아직은 한참 못 미친다는 감을 내비쳤다.
강동구청의 바이오 디젤 주유기(강동구청 제공)
관련 법규 미비점도 사업 확대를 가로막는다. 그는 “자체 주유설비에는 천 리터 미만의 양까지만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저장해 놓은 연료가 자주 곧잘 바닥을 드러내 곤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정 팀장은 서울특별시에는 바이오디젤용 주유소가 중랑 하수 처리장 근처에 있는 1개 뿐이라 연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내년에는 BD100을 폐식용유 전용 수거차량에 써 볼 예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달 19일에 인근의 강덕초등학교와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자원순환학교 만들기’ 협약을 맺었다. 한상 중학교에 이어 두 번째다. 아파트 단지와도 협약을 맺어 수거량을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다. 그는 “내년에는 폐식용유 전용 수거차량에 100% 바이오 디젤 연료를 써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마지막으로 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지자체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의 의지를 반영하듯 그가 일본 교토의 바이오디젤 사업을 공부할 때 쓰는 15cm 두께의 일본어 사전이 다 닳은 채로 책장에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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