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대야미 성당 원문보기 글쓴이: 이정아(로사리아)
청소년사목 현장의 목소리 사제 혹은 수도자, 주일학교 교사로 어린이 · 청소년 신자와 함께 활동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청소년사목이 잘 되려면 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실 가능성을 떠나서라도 새로운 아이디어 어디 없을까요?”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사소하더라도 기똥찬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다렸다. 그러나 ‘교과서만 공부했다’는 우등생의 공부 비법이 의심스러워 몰래 따라가 보니, 정말로 교과서만 공부하고 있더라는 무시무시한 반전을 확인하게 됐다. 답을 말하던 그들도 “너무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하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으나 결국 ‘교과서에 답이 있다’는 확신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위기에 놓인 청소년사목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전하는 애정 어린 처방전을 공개한다. 복음으로 학교와 사회의 빈틈 채우기 요즘 어린이 · 청소년들은 어느 세대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경쟁하고, 경쟁하고 또 경쟁하고. 성적에 목매느라 쉴 틈이 없고, 친구를 깊이 사귈 시간도 부족한 현실은 이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는 통계청의 발표는 놀랍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다. 강석준 신부(대전교구, 논산 대건중고등학교 교장)는 청소년들이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가정과 학교, 사회 어느 곳에서도 어린이 · 청소년들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거다. 강 신부는 바로 이 점이 청소년들에게 교회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서 그들이 자기 삶의 현주소를 깨닫고 내적인 기쁨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천진아 사목코디네이터(서울대교구 무악재성당)는 각박해진 사회에서 그나마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가 남아있는 곳이 교회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어린이 · 청소년 시기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부딪히고 깎이며 배우는 게 필요하다. 그런 공동체의 원형을 아직 잘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성당”이라고 말했다. 조재연 신부(서울대교구, 햇살청소년사목센터)는 “교회 공동체에서 양성된 청소년들이 세상에 나가서 좋은 씨앗을 뿌리는 것이 교회가 추구하는 복음화의 기본 단계”라고 말했다. 어린이 · 청소년 신자는 교회의 ‘현재’ “본당에서 사목회의를 구성할 때 청소년분과장을 청소년에게 맡기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박진홍 신부는 교회 내 어른들이 어린이 · 청소년에게 갖고 있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피교육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말이다. 1984년에 발표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은 청소년이 “자신들의 경험과 조건에 적합한 형태로 사도직을 수행해야 한다. 배움과 배운 바의 실천은 하나이며 하느님께로 향하는 자기발전의 동시적 과정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30년 전의 선언은 문서로 남아있을 뿐, 현실에서 어린이 · 청소년들은 주일학교에 ‘참여’하는 것이 역할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박 신부는 “청소년을 교회에서 함께 일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로사 수녀(마리아의 딸 수도회)는 “인간은 각자 하느님께서 주신 종교적 심성을 갖고 태어난다. 아이들도 자기 삶의 조건에 걸맞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다 있는데, (교회가) 그걸 건드려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 안에 하느님이 살아 숨쉬고 계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보다 질 청소년사목이 잘 된다는 건 어떤 걸까? 어떤 일을 평가할 때 가장 단순하고 쉬운 기준은 숫자다. 그러나 숫자의 단점은 진단을 넘어 목표 설정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원하는 숫자를 목표로 내건 순간, 하나둘 숫자에 눈이 멀기 시작한다. 청소년사목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조재연 신부는 “수의 증가도 하나의 지표로서 중요하지만, 숫자에 집착하다보면 소수의 아이들이 질적으로 뛰어나도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신부가 제안하는 기준은 네 가지 단계다. 첫째, 공동체의 어른들이 청소년사목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둘째, 어린이 ·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셋째, 그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가. 넷째, 스스로 활동을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그러나 조 신부는 현재 한국 천주교회는 첫 번째 단계를 형성하는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진홍 신부(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는 어린이 · 청소년 신자들의 주도성과 역동성, 신앙의식의 명확성을 세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박 신부는 “질적인 기준을 데이터화할 방법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은 예산에서도 꽃을 피운다 A 신부는 발령 받은 본당에서 청소년사목 예산내역을 받아들고 좌절감이 몰려왔다. 유치부와 초등부, 중 · 고등부, 청년부에게 주어진 예산이 모두 합쳐 1천만 원에 불과했다. 본당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걸 알고 있으니 인상을 요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등록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A 신부는 결국 자신의 월급을 몽땅 주일학교 운영에 쏟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본당에서는 지난 한 해에 초등부 신자 1인당 16만 6,876원, 중 · 고등부 신자 1인당 34만 7,715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지만(2013 서울대교구 청소년사목 현황), 수업과 간식, 행사에 드는 비용을 따지면 형편은 넉넉하지 못하다.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B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느라 캠프나 피정 전에 성당 어른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사회에서는 무상교육을 말하고 있는데 성당에서 주일학교 등록비를 받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토로했다. 부모님의 마음을 훔쳐라 “평소에는 아이가 성당에 안 간다고 혼내고, 시험 때는 성당에 간다고 혼내는 부모님을 봤어요. 그럼 아이들은 혼란에 빠지는 거죠.” 차풍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는 어린이 · 청소년을 교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신앙에 대한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일학교에 나오고 미사를 드리는 두 시간 동안 신앙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붙잡아두어도 집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C 보좌신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모회 회합시간을 교리시간으로 바꿨다. 그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어른들의 교육이 잘 되어야 주일학교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