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고층 빌딩 옥상에서 '베이스 점프'를 즐긴 뒤 벌금을 내고 출국했던 러시아 '베이스 점핑'족 알렉세이 쁴호프 Алексей Пыхов 가 원래 목표로 했던 413m 높이의 엘시티 건물 옥상에서도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출국 직후 엘시티 옥상에서도 뛰어내렸다고 주장하며 '옥상에서 해운대해수욕장을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활강 모습을 직접 찍은 영상'은 내놓지 않았다.
그가 출국한 지 한달여를 넘긴 지난해 12월 27일, 알렉세이는 자신의 SNS인 브콘닥테에 엘시티 점프 영상을 올렸다. 현지 TV채널 '베스티'의 취재에 응하는 형식으로 '엘시티 점프' 모습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베스티' 뉴스 앵커는 “부산에서 가장 높은 건물, 새도 날아가지 못할 413m 높이에서 2명의 (베이스) 점퍼가 뛰어내렸다”고 알렉세이의 점프 사실을 소개했다.
이 뉴스 영상물은 '한국 뉴스' Вести о Южной Корее 라는 제목으로 알렉세이의 브컨닥테 채널에 올라 있다. 전체 2분 26초짜리 뉴스물에 엘시티 낙하 장면은 30초 안팎이다.
이 영상에 따르면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 시간 엘시티 옥상에 오른 알렉세이 등은 발아래 쪽 해운대해수욕장을 지켜보다 이내 뛰어내렸다. 낙하산을 펼치고 조금 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위에 내려앉았다. 이들의 활강 모습은 당시 백사장 산책을 즐기던 일부 시민에게도 목격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베스티'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 “빌딩 꼭대기가 법으로 보호되는 곳인 줄 몰랐다. 경찰이 우리에게 ‘3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겁을 줬다”고 말하는 등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알렉세이 등의 엘시티 점프는 지난해 11월 8일 새벽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6일 김해공항에 도착했고, 7일과 8일 사전 조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9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구의 40층 높이 오피스텔 건물 옥상에서, 10일 오후 1시 30분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인근 호텔 42층 옥상에서 베이스점프를 했다. 따라서 새벽 점프가 가능했던 시간대는 물리적으로 8일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찰 당국이 수색 당시 찾지 못했던 이 영상물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무도 모르는 인터넷 클라우드에 영상을 저장했거나, 저장장치를 다른 러시아인에 맡긴 뒤 빼돌리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