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르망24시간 레이스’에서 디젤차가 가솔린 차량을 따돌리고 1, 2위로 나란히 골인했다. 이 대회는 24시간 동안 레이스를 펼치는 극한의 자동차 경주다. 한마디로 차의 내구성과 성능이 이 대회를 통해 판가름 난다. 이러한 대회에서 2년 연속 디젤차가 우승했다는 것은 디젤차의 테크놀로지를 그대로 입증해 주고 있다.
또한 디젤차는 차의 성능과 연료 소비 효율이 좋을 뿐더러 최근에는 친환경 요소도 갖추고 있다. 연비를 보더라도 디젤 승용차는 리터당 20km 이상을 질주하는 차가 속속 등장하는 등 가솔린차보다 월등하다. 이처럼 연비와 차량 비용, 친환경 요소를 감안하면 미래형 자동차의 현실적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기름 값이 오르면서 디젤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디젤차에 대해 과거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디젤차의 핵심 동력 중 하나인 터보를 생산해 연료 효율과 성능, 친환경 요소를 이끌어내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터보와 커먼레일 시스템이 지금처럼 기술이 진보하기 전의 디젤차와 2003년 이후 커먼레일 3세대와 VGT(Variable Geometry Turbine) 터보가 주류를 이룬 최근의 디젤차는 성능과 파워, 연비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디젤 승용차가 등장했지만 현재 더딘 보급률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술의 진보는 이뤄냈지만 마케팅을 제대로 못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에너지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만 보더라도 연료 효율이 좋은 디젤차의 보급 확대는 국가 에너지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디젤차의 보급 확대는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다. 에너지가 풍부해 가솔린 위주로 자동차 시장이 형성된 미국에서마저 부시 정부가 디젤차의 보급 확대를 선언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젤엔진의 기술 진보는 터보와 커먼레일 시스템의 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먼레일 시스템이 디젤엔진의 특성인 고온 고압의 환경 하에서 미세하게 연료를 분사하는 연료 분사 시스템이라면 터보는 연료 연소에 필요한 최적의 공기 양을 조절해 주는 기능으로 일명 에어펌프라 불린다. 두 시스템의 상호작용에 의해 디젤차는 엄청난 파워와 성능, 그리고 완전 연소를 통한 연비 향상과 친환경 요소를 갖추게 됐다.
올 상반기 유난히도 기름 값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가계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따라서 경제성이 좋은 차가 차의 선택 기준에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초까지 서울 시내 휘발유와 경유의 1일 평균 최고값과 최저값을 기준으로 차량의 평균 유지비를 분석한 결과, 기름 값이 최고일 때 가솔린과 디젤차의 월평균 연료비 편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름 값이 오르면 디젤차의 구매 요소가 점점 떨어진다는 일부의 논리가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비율이 100 대 85이더라도 디젤이 15% 저렴한 것이며, 20~30%의 연비 우수성까지 더하면 디젤차는 고유가 시대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또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CO₂ 배출량을 줄이는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이자 무역 장벽 요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CO₂ 발생량이 20~30% 적게 나온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선진 유럽의 배기량이 작은 디젤승용차들이 밀려온다면 국내의 디젤승용차 경쟁력은 어떻게 될까. 완성차 입장에서도 이제 디젤차 시장 확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임병현
하니웰코리아 사장
약력: 1954년 출생.
78년 한국항공대 기계공학과 졸업.
2001년 헬싱키 경영대학원 MBA. 1981년 현대종합상사 수출과장. 1996년 엘라이드시그널 터보사업부 상무. 99년 엘라이드시그널 터보사업부 사장. 2004년 하니웰코리아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