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어버지가 농사짓던 밭에 다녀왔습니다. 산에서 같이 일을 했던 지인께서 전화를 하셔서 오늘 자네 아버님이 농사짓던 밭이라는 곳에 가서 고사리를 많이 꺽어 왔다며 언제 한번 같이 가보지 않겠나 하고 연락이 왔던게 며칠전 입니다. 그래서 그럼 같이 가보지요. 하고 약속을 잡은게 오늘 이었습니다. 아침 5시쯤에 서울 이문동에서 출발하니 시간 맞춰서 역앞으로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역까지는 걸어서 10분에서 15분 거리라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미리 나갔는데 나가보니 그때까지도 비가 내리고 있더라고요.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냥 나가서 기다렸더니 예정시간보다 15분 늦게 도착을 했는데 일행이 세분 더 계시더라고요.
가다가 김밥을 사고 비가오니 우선은 농막에 가서 상황을 보자고 했습니다. 농막에 가는 중에 친구를 만났는데 저의 아버지 밭에 가서 고사리를 끊어와서 없을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농막에 갔는데 주인은 의정부 집에 가서 없고 농막에서 김밥을 먹고 기다리는데 쉽게 비가 그칠 것 같지 않더라고요. 잠깐 나가서 옻순을 따왔더니 그냥 산에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검문소에서 이름을 적고 밭에 간다고 하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차를 감추고 아버지 밭을 찾아가는데 비가 내려서 나뭇잎에 빗방울이 맺혀서 옷은 다 젖고 가다보니 취나물이 많고 좋은데 고사리를 꺽으러 가는 길이다 보니 대충 뜯으면서 갔습니다.
아버지가 농사짓던 밭에 도착을 하니 옛 생각과 함께 감격스럽더라고요. 아마도 아버지께서 고향을 떠나서 경기도 연천의 민통선 안에 화전밭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시려고 가신게 제가 중 2 때 일겁니다. 그러다 제가 군대 제대하고 2년 인가 있다가 농사를 짓고 겨울철에 집에 오셨다가 맞벌이를 하는 저의 바로밑의 여동생네 가셔서 손주들을 보아주시다가 어느날 아침에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이상하다는 것 입니다. 몸을 잘 가누시질 못하고 말도 어늘 하다고 해서 급하게 안양으로 달려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의 국립의료원에 갔는데 뇌졸증 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6개월 후에 퇴원을 하셔서 3년 동안 한의원을 다니시며 많이 좋아지셨는데 2000년도 겨울에 급성 폐렴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민통선 출입증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는데 10여년 전에 아버지 밭으로 고사리 꺽으러 몰래 들어갔다가 군인들에게 붙잡혀 검문소에 넘겨졌고 검문소에서는 민간인이니 연천 경찰서에 연락을 하고 경찰이 인계받아서 벌칙금을 물리는데 검문소에서 연천까지 차로 태우고 나오며 이야기를 했더니 벌금이 3만원인데 사정을 들어보니 그렇다며 군인에게서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벌금을 물리지 않을 수는 없고 교통신호 위반으로 5천원의 벌칙금을 떼줄테니 은행에 가서 꼭 내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는 아버지 밭에 가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농사 지으실 때도 민간인들이 검문소를 피해서 산을 넘어와 고사리를 꺽으러 오는 사람이 많을 때는 하루에 100명은 되었었습니다.
밭에 가보니 고사리밥은 어머어마 한데 아직 고사리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고 사람들이 와서 꺽어갔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