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77〉“그렇다면 그대들은 진정 경지에 이르렀는가?”
진실만 말하고, 정직하게 산다는 것
현 삶에는 신뢰감, 미래세까지 보장
깨달음 먼저 아닌 진실 잃지 않아야
어느 해, 밧지국에 심한 가뭄이 들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게다가 곡식이 있는 사람들도 궁핍해 비구들에게 탁발 공양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비구 스님들은 그 위기를 모면하고자 도과(道果)를 성취하지 못했으면서 자신들은 ‘아라한이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밧지국 사람들은 스님들의 거짓 행동을 알지 못했고, 자신들은 배를 곯아도 비구들에게 공양 올리며 더욱 존경하였다. 그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스님들에게 보시해 복덕을 쌓음으로써 힘든 시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작용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헐벗는데도 비구들은 충분한 공양을 받아 혈색이 모두 좋았다.
우안거가 끝나고 관례에 따라 비구들은 부처님이 계시는 베살리 마하와나 숲 속 사원으로 모여들었다. 당시 비구들 대부분이 밧지국에서 수행했는데, 탁발 공양을 받지 못해 굶주려서 혈색도 좋지 못했고, 건강도 나빴다. 그런데 유독 왁구무다 지역에서 온 비구들만 모두 건강하고 혈색이 좋았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지역에서 모인 비구들에게 우안거 동안 어떻게 수행했으며, 탁발을 어떻게 했는지를 자상하게 물은 뒤 왁구무다 지역에서 온 비구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이들은 탁발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생활을 알고 있으면서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진정 경지에 이르렀는가?”
“그렇지 못합니다. 참된 선정을 얻지 못했지만, 탁발공양 받기 위해 거짓으로 깨달은 척 했습니다.”
부처님은 비구들의 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거짓으로 성자를 사칭하는 것은 계율 중 바라이죄(波羅夷罪)를 지은 것’이라며 크게 꾸짖었다. 계율 가운데 살도음망을 4바라이죄라고 하는데, 승려가 이를 어길 시에는 교단에서 쫓겨날 만큼 엄중한 계율이다.
또 <빨리 법구경>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목련 존자가 도리천 천상세계에 간 일이 있었다. 그곳은 단정하고 청정했으며, 천인들이 호화롭게 살고 있었다. 목련은 그들에게 “무슨 공덕을 지었기에 하늘에 태어났느냐?”고 물었다.
이들의 대답은 모두들 제각각이었다. 어떤 천인은 ‘저는 천상에 태어나기 전에 보시를 많이 했다’고 하였고, 두 번째 천인은 ‘저는 극히 적은 물건, 즉 사탕수수대 하나, 과일 한 개, 채소 한 포기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스님들께 보시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천인은 ‘자기 주인이 매우 난폭해 폭력을 행사했지만 그에게 악심을 품지 않았고, 자신을 고용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겼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 천인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천상에 태어나기 전에 부처님 설법을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 항상 진실만을 말했으며, 정직하게 살았습니다.”
훗날 목련이 부처님을 친견하고, 이런 질문을 하였다.
“부처님, 사람들이 거짓되지 않고 진실만을 말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작은 것이라도 정성스럽게 공양 올린 것만으로도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공덕이 됩니까?”
“비록 작을 행을 할지라도 진실함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과보가 있다. 결코 그 과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 천인의 답변을 다시 한 번 새겨보자. 진실만을 말하고 정직하게 산다는 것, 왠지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는 종교를 떠나 인간으로서 지녀야할 도덕규범이라고 본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불자가 지켜야할 계율로 보셨던 것이다. 진실과 정직함이 가져오는 과보는 현 삶에서는 그 사람의 신뢰감이요, 미래세까지 보장된다. 수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깨달음이 먼저가 아니라 진실함을 잃지 않는 것이 덕목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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