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게 되는 짜증스러운 무더위의 계절이다. 이 더위 속에서 저리고 시린 발,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기도 하고 욱신거리는 통증 혹은 아예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발 등의 다양한 불편함으로 더욱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 당뇨병 환자들이다. 이러한 당뇨병성 신경합병증의 증상은 대개 밤에 심해진다. 아파서 잠들기 힘든 밤은 더욱 길게 느껴져 아픈 이들을 한층 외롭고 우울하게 만든다. 제대로 진단한다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일 것이라고 한다. 임상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동반된다. 주로 높은 혈당이 신경에 손상을 초래해 생기는 질환이다. 양 발에서 시작해 무릎까지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무감각과 이상 감각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고, 자율신경 기능 장애가 초래되는 경우도 흔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 중에서 절반 정도는 통증을 호소하는데 통증이 심할수록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밤에 더 심해지는 증상으로 인한 수면장애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당뇨병성 신경합병증을 방치할 경우 족부 궤양의 원인이 돼 결국 족부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철저한 혈당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통증은 혈당 조절만으로는 빠르고 쉽게 증상을 개선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진통제보다는 신경전달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이나 마약성 진통제 등 보다 적극적인 통증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진통제로 통증이 조절돼 잘 잘 수 있게 되면 삶의 질이 개선된다. 면역력 증강 효과도 더불어 얻을 수 있다.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40대 남성 당뇨병 환자는 10년 이상 꾸준한 혈당 관리로 건강을 유지해 왔다고 자부하며 지내던 중 몇 달 전부터 발이 저리고 따끔거리는 등 묘한 느낌이 들어 밤잠을 설치게 됐다. 이 환자는 스스로 과중한 회사 업무로 피로가 쌓인 결과라고 여겼는데 나중에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으로 진단됐다. 혈당을 비교적 잘 조절하고 있다 하더라도 신경병증과 같은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오지 않더라도 반드시 합병증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여름 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으로 한숨 짓는 당뇨병 환우들에게 정기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꿀잠을 가져다 줄 마법의 지팡이가 되기를 기원한다.